日 '마이너스 금리' 한국경제 영향은…수출에 악재 될 수도

입력 2016-01-29 17:21  

증시엔 긍정적 효과 가능성…'엔 캐리' 자금유입은 미지수한은 기준금리 인하압박 요인 될 듯…"환율관리 신경써야"

일본은행(BOJ)이 29일 초유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시대를 열어 한국 경제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일본의 금리 인하로 엔화 가치가 하락해 한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에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유럽에 이어 일본이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만큼 국내 증시에는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계 자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곳을 찾아 한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엔 캐리 트레이드'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는 상반되게 유럽과 일본이 양적완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우리 당국의 긴밀한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위안화·엔화 동반 약세…수출 부진 우려 커져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리 기업의 수출이다.

안 그래도 수출이 부진한데 엔저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발표 직후 달러/엔 환율은 단숨에 120엔대로 뛰어올랐다.

이와 동시에 1천원대에서 거래되던 원/엔 환율은 100엔당 20원 이상 급락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원/엔 재정환율은 오전 6시 뉴욕시장 종가보다 24.03원 내린 100엔당 992.70원에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9.4원 떨어진 달러당 1,199.1원으로 장을 마쳤다.

엔화 가치는 급격히 하락하고 원화 가치는 상승한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자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5엔대로 올라갔다"며 "그러면서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자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를 통해 수출을 늘리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엔저에 따른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 개선은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 등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 급감은 지난해 성장률을 2%대로 떨어뜨린 가장 큰 요인이다.

부진한 수출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을 1.2%포인트나 깎아 먹었다.

문제는 엔화뿐만 아니라 위안화 약세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중·일이 수출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가장 강세가 된다면치명적일 수 있다.

수출 영향보다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점에 더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엔화 추가 약세에도 한국 수출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엔화와 위안화의 동반 약세로 환율 불안이 더 커진 점이 경제에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은 기준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듯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한국은행이 추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로 7개월째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상을 시작한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가 있어 금리를 더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은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이번에 일본까지 적극적으로 돈 풀기에 나서면서 한국은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선진국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시험하는 상황에서 한은도 통화정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기존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이나 금리 외에 창의적인 미시경제 정책수단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는 일본 금리인하로 인한 유동성 증가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럽에 이어 일본까지 주요 국가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만큼 국내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자산에 투자하는'엔 캐리 트레이드'로 국내 증시에 자금이 유입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연구위원은 "엔저로 글로벌 유동성이 늘어나면 국내 증시에도 플러스 효과가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일본 자금이 한국에는 잘 투자되지 않는다"며 엔캐리 자금 유입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결정이완충해 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전문가들 "환율 관리 신경 써야"…정부 "정책적 균형점 찾아갈 것"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혼재한 만큼 환율 관리에 신경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지면서 일본의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자 엔화를 다시 약세로 돌리려고 마이너스 금리를도입한 것"이라며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당장은 아니겠지만 일본이 효과를 확인해계속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한다면 엔저가 가속화돼 우리 수출 경쟁력이 악화할 수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 증대를 위해 원/엔 환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지만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국내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우리는 딜레마에 봉착한 상황"이라며 "수출과 자본 유출 가능성을모두 고려해 절묘한 수준으로 원/달러 환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수석연구위원도 "일본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확대와 그에 따른 환율 변화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보면서 원화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거나 금융불안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엔저 불안이 당장 심화할 것으로 보진않는다면서도 국제 금융 시장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2년 전 엔화 약세가 시작될 때 원화 절상이 시작되면서 원/엔환율이 뚝 떨어져 수출기업 경쟁력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면서 "지금은 원화도 절하기조여서 엔저에 따른 불안이 심화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 절상 요인과 절하 요인, 미국·중국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불안 요인 등을 모두 신경 쓰면서 적당한 정책적 균형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d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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