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부당하게 깎고 책임회피한 인천공항 '갑질' 적발

입력 2016-02-23 12:00  

공정위, 과징금 32억원 부과공항 내 카페 위치 협의없이 옮기고 가격에도 '부당 간섭'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여객터미널 공사비를 부당하게 깎고, 설계 책임을 시공사에 떠넘기는 '갑질'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과징금 32억원을 물게 됐다.

인천공항은 공항에 입점한 음식점·카페의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일방적으로 매장을 옮겨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2013년 제2여객터미널 건설공사를 '기술제안입찰'로 발주하고, 기술제안 결과를 설계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당 감액했다.

기술제안입찰은 발주자가 제공한 원안설계를 보고 입찰참가자가 공사비를 줄이거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제안을 하도록 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한진중공업[097230]은 원안설계보다 23억원의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제안을 해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한진중공업의 기술제안을 채택하지 않고 원래 설계대로 시공하게 하면서 공사비만 23억원을 깎았다.

인천공항은 시공사가 기술제안하지 않은 부분의 설계도 시공사 제안으로 간주하면서 설계변경을 청구할 수 없게 했다.

이에 따라 한진중공업은 인천공항이 설계한 부분의 설계 오류, 누락까지 모두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국가계약법상 시공사가 기술제안을 하지 않은 부분의 설계오류, 누락에 대해서는 발주자가 설계변경을 해주게 돼 있다.

인천공항은 같은 품목의 식음료 가격이 사업자별로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가격을 통일하도록 강제하기도 했다.

인천공항이 공항 내 음식료 값 관리를 위해 가격신고·승인제를 운영하고 있어사업자들이 신고·승인가격대로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도 부당한 간섭을 한 것이라고공정위는 설명했다.

워커힐이 식음료 사업과 관계없는 다른 상품의 요금을 올리자 워커힐이 운영하는 한식당의 가격을 인하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2011년 3월에는 공항 내에서 영업하던 아모제 매장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옮기는 일도 있었다.

인천공항의 공사비 부당 감액이 문제가 된 제2여객터미널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된 사업으로, 2017년 8월 준공 예정이다.

제2여객터미널 골조·외장공사는 공사 추정금액만 5천700억원인 대형 사업이었지만 처음부터 시공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잡음을 냈다.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면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두 차례 유찰 끝에 한진중공업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이 체결됐다.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제2여객터미널 공사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넘어져 3명의사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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