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 빼가면 공정위 철퇴 맞는다

입력 2016-03-13 06:01  

내달 직권조사…5억원 이하 과징금'솜방망이' 여론에 처벌수위 높여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 달부터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유용 실태를 직권조사한다.

힘없는 중소 하청업체 기술을 사실상 빼앗아 이용하는 원청업체의 '갑질'을 적발해내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에서 잡은 단서를 바탕으로 대기업의기술유용·탈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4월부터 직권조사를 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직권조사란 피해 당사자의 신고가 없어도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불공정행위 의심사업장을 조사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0만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도급법 부당 감액·반품 등 불공정 행위 실태를 온라인 설문조사했는데, 여기서 일부 업체들의 기술유용 혐의가 드러났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특허 등 중소기업의 기술 자료를 요구할 때 서면교부 의무를 준수했는지도 조사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원청기업은 하청기업에 기술자료를 요구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반드시 주고받은 기술자료가 무엇인지를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분쟁의 소지를 막을 수 있고, 중소기업이 스스로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있기 때문이다.

하도급 관계에서 일어나는 기술유용은 끊임없이 문제가 돼 왔지만 정작 제재를받은 사례는 드물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자료 요구·유용을 금지한 하도급법상 규정은 2010년 만들어졌지만 이후 6년간 제재 사례는 LG화학[051910]이 유일하다.

LG화학은 2013년 3∼10월 디지털 인쇄 방식을 이용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던 배터리 라벨 제조 하청업체에서 기술 자료를 23차례에 걸쳐 요구해 받아냈다.

이후 하청업체와 거래를 끊고 넘겨받은 기술로 중국법인에서 직접 배터리 라벨을 만들어냈다가 지난해 공정위에서 과징금 1천6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해당 하청업체는 라벨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LG화학 이전에는 LG하우시스[108670]가 정당한 이유 없이 기술 자료를 요구해받아냈다가 적발됐지만 해당 기술을 유용했다는 증거가 없어 시정명령만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 자료를 강제로 받아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무척 어려운데다 하청업체들의 신고도 활발한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술유용이 일어났어도 과징금 수위가 낮아 '솜방망이 처벌'이 된다는 지적이나오자 공정위는 올해 들어 제재 수위를 높였다.

지난 1월 하도급법 시행령이 개정돼 하반기부터는 법 위반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기술유용 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5억원 이내에서 정액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기술유용 제재 강화는 작년 7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때도 M&A 활성화를 위한 안건으로 올라온 사안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기술 확보를 원하는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데, 우리는 인력을 빼가거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기술을 탈취하는 사례가 많아 M&A가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도 올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와 유용을 집중적으로 감시·예방하기로 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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