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한진해운 추가지원땐 해외채권자만 도움"(종합2보)

입력 2016-08-30 18:40  

<<대우조선 사태 관련 채권단의 보수화 내용 보완합니다.>>"자구안으론 연체금 6천억도 못 갚아"…결정배경 이례적 상세히 설명'대우조선 트라우마'에 구조조정 원칙 고수 불가피 분석도

30일 한진해운 채권단이 경영정상화 절차(자율협약)를 중단키로 한 것은 기본적으로 한진그룹 측이 제시한 부족 자금 조달방안이 미흡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 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야당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지원 의혹을 제기하며 청문회까지 앞두게 된 상황도 채권단이 신규 자금지원을 거절한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3페이지에 걸쳐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신규 자금 지원 요청을 거절한 근거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채권단은 우선 "한진 측의 제시안이 미흡하고 경영정상화 여부가 불확실하다"고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자체 자금조달 규모가 예상 부족자금 대비 턱없이 부족해 '정상화에 대한 그룹측의 의지가 미약하다'라는 평가까지 내렸다.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한진 측의 입장을 사실상전면 부인한 셈이다.

앞서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최대 주주(지분율 33.2%)인 대한항공[003490]이 4천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부족자금 조달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부족자금의 30∼50%에 불과해 이 수준으로는 당장 갚아야 하는 상거래 연체금 6천500억원을 해결하기에만도 부족하다는 게 채권단의 평가다.

한진 측이 해외 용선주 및 금융사와 진행해 온 용선료 및 선박금융 협상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으로 진전된 결과를 제출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산은은 평가했다.

해운 업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 미뤄 볼 때 부족자금은 회계법인 추산 최대치인 1조3천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채권단이 추가리스크를 고스란히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신규 자금이 해외 용선주나 항만하역업체로 고스란히 넘어갈 수밖에 없는 여건도 주요 요인으로 고려됐다.

산은은 "채권단 신규 자금이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용되는 게 아니라 대부분 해외 용선주, 해외 항만하역업체 등 해외 체권단의 상거래 채무를 상환하는 데사용돼 그대로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크다"고 내다봤다.

이달 26일 기준으로 한진해운의 상거래 채권 규모는 약 6천500억원이고, 해외채권자에게 즉시 갚아야 할 연체금 규모가 약 6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서는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 부실 지원 논란을 의식해 신규자금 지원에 극도로 보수적으로 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구안이 부족한데도 신규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면 국책은행의 '혈세 낭비' 논란이 재현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소유주가 있는 회사의 유동성 문제는 자구노력으로 해결해야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강조해온 바 있다.

산은은 "현대상선이 채권단 지원 없이 현대증권 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만큼 한진해운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채권단 결정을 앞두고 해운업계를 중심으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경제에 미칠 부정적 충격이 매우 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론이 재부각됐고, 한 채권은행이 조건부동의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산은은 채권기관 의견을 서면으로 접수하는 대신 이날오전 11시 긴급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현장에서 직접 의견을 취합했다.

참석자들은 회의 30분 만에 만장일치로 지원 불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서면으로 취합할 경우 각 채권은행이 다른 은행의 눈치를 보며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을 우려했을 수 있다"며 "한진그룹이 건재한 상황에서먼저 지원 거부 입장을 나타낸 게 알려지면 해당 은행이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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