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도 무역보험공사 '1천500억 대출손실' 검사 나설듯

입력 2016-10-09 06:10  

산업부, 금감원에 협조 요청…검찰 수사 의뢰도 검토온코퍼레이션 보증사고, '제2의 모뉴엘 사태' 되나

무역보험공사에서 난 1천500억원 규모 보증 사고를 결국 감사원과 검찰, 금융감독원까지 나서 조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온코퍼레이션 보증 사고가 '제2의 모뉴엘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2014년 모뉴엘 대출 사기 이후 관련 기관이 줄줄이 진상 조사에 나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9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금감원에 무역보험공사 검사와관련한 협조 요청을 했다. 무보는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산업부가 관리·감독을 책임지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6월 시작된 감사원의 무보 감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검사가 시급하다고 판단된다면 금감원도 추가로 검사에 나설 수 있다"며 "이 사안을현재 금감원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구두로 검사 요청을 받았다"며 "정식 공문이 오면필요 인력 등을 고려해 무보 검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가 결정된다면 금감원은 무보와 은행들이 온코퍼레이션 부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무역금융을 제공했는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무보에 손실을 입힌 업체인 온코퍼레이션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TV를 수출하는 중소기업 온코퍼레이션은 2008년 이후 무보에서 받은 단기수출보험을 근거로 시중은행에서 2천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출 잔액이 1천500억원 남은 상황에서 경영이 급속히 악화된 온코퍼레이션이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지면서 은행들은 대출 잔액 대부분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됐다.

KEB하나은행, 기업은행[024110], 농협 등 시중은행들의 온코퍼레이션 대출손실은 보증을 선 무보가 사실상의 '혈세'로 갚아줘야 한다.

수출 실적을 부풀려 사기 대출을 받아낸 모뉴엘에 보증을 서줬다가 3천3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본 지 2년 만에 터진 일이다.

무보는 온코퍼레이션 대출은 모뉴엘 사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다.

수출 실적을 위조한 모뉴엘과 달리 온코퍼레이션은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해왔으나 제품 불량 문제가 터져 경영이 갑자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부는 "전문 기관의 감사 결과를 지켜보고 (무보의 설명이 맞는지)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이번에 무보 검사에 들어가면 모뉴엘 사태를 계기로 무역보험법이 개정된 이후 첫 검사가 된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산업부·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관세청 등 관계 기관 합동으로 모뉴엘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무역금융 전면 쇄신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무역보험법을 개정해 무보에 대한 감독 권한을 산업부, 감사원뿐만아니라 금감원에도 부여하는 방안이 담겼다.

산업부·감사원 감사는 보험·금융 관련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개정 무역보험법은 올해 4월부터 시행됐다.

온코퍼레이션 보증 사고 이후 문제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하고 문제가 터져나온후에야 작동되는 무보 검사 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부의 요청이 있을 때만 금감원이 무보를 검사하는 시스템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무역보험법 개정 당시에도 면피성 대책이라는 지적이나왔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감독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보증 사고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보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또 사고가 났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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