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업계 "타 은행 낙찰가격 받아내 단가 떨어뜨려"은행들 "담합 적발 이후 가격 내려간 것…입찰방식 문제 없어"
인터넷·모바일뱅킹에 밀린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구조조정'되는 과정에서 은행이 입는 손실이 소비자는 물론 ATM 제조업체에도 전가되고 있다.
ATM 업계는 은행들이 '갑'의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한 입찰 방식으로 ATM 가격을떨어뜨리고 있다며 '상생'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2천만원 정도였던 ATM 가격이 1천만원 초반대로 떨어지면서 지난해부터 중소 하도급업체 도산이 본격으로 시작됐다.
인터넷뱅킹과 핀테크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불러온 이면(裏面)이다.
2일 ATM 업계에 따르면 ATM 평균 낙찰가격은 2009년 1천950만원에서 지난해 1천200만원으로 38% 하락했고, 올해 낙찰가는 1천100만원 정도로 더 떨어졌다.
국내 ATM 업계는 노틸러스효성[004800](시장 점유율 50%)과 LG CNS(40%), 청호컴넷[012600](10%)이 과점하는 시장이다.
대기업 계열사인 제조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면서도 어느 정도 버티는 모습이지만 기기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중소 협력업체가 하나둘 무너지고 있다.
LG CNS의 경우 2014년 협력업체 3∼4곳이 폐업했는데, 작년에는 폐업 업체가 10곳으로 늘었다.
경북 구미에서 ATM기에 쓰이는 철판을 만들어온 한 중소기업 임원은 "본격적인매출 하락이 2014년부터 시작됐고, 올해 매출액은 30%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직원을 줄이고 임금은 동결하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20년간 ATM 철판 제작을 해온 이 업체는 사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제조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효성 같은 대기업 제조사는 생산공장을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다.
ATM 업계는 은행들이 '역경매 입찰'과 '타행 낙찰가 확인'을 결합한 방식을 써기기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역경매는 은행이 산정한 예상가격을 토대로 참가자들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반복입찰하도록 한 방식이다.
가격을 제시한 순간 순위가 실시간 공개되기 때문에 2등 업체는 낙찰자가 되려고 가격을 여러 차례 낮출 수 있는 구조다.
가장 비싼 값을 부르는 이에게 물건을 파는 경매와 반대로 가장 싼 값을 부를때 일감을 주기 때문에 역경매라고 한다.
문제는 은행들이 ATM 입찰 전 제조사로부터 다른 은행 낙찰가격을 받아내 이를예상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ATM 제조업체가 A은행에서 1천100만원, B은행에선 1천200만원에 낙찰받았다는정보를 받아낸 C은행은 1천100만원을 예상가격으로 산정할 수 있다.
C은행 입찰을 따내고자 하는 ATM업체는 1천100만원 이하의 가격을 내야 낙찰받을 수 있고, 낮아진 낙찰가를 A은행이 추후 이용해 가격 하락을 유발하는 악순환이반복된다.
ATM 제조사 관계자는 "은행들은 '갑'이기 때문에 타 은행 낙찰가를 제출하라고하면 거부하기 어렵다"며 "은행이 내건 예상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 업체들의 불참으로 유찰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소 협력업체 관계자는 "최소한 상·하반기에 물량 배분이라도 제대로 됐으면좋겠다"며 "은행들이 연중 최저가 구매를 위해 ATM 기기 입찰을 연기해 재고 부담과인력 운영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ATM 업계는 해외 은행의 경우 ATM 입찰 때 기술과 가격을 함께 평가하는데 국내은행은 가격만을 평가해 출혈경쟁이 일어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능이 높은 제품은 가격이 높아도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제품 개발을 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은행은 ATM 업계의 주장에 반발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ATM 가격이 내려간 가장 큰 이유는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이후 업체 간 담합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입찰 방식의 문제가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ATM 제조사들은 2003∼2009년 가격 담합을 벌인 사실이 적발돼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뱅킹 발달로 ATM 숫자가 줄어 가격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며 "금액이 맞지 않으면 제조사들이 투찰하지 않으면 된다"고도 했다.
국회도 이 사안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오는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세미나를 열어 ATM 업체와 은행 간 공정거래 질서와 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김 의원은 "ATM 산업은 정부 주도로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수요가 은행권에 국한돼 있어 은행과 제조업체 간 갑을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은행권과제조업체·중소 협력업체 간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해 서로 상생할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인터넷·모바일뱅킹에 밀린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구조조정'되는 과정에서 은행이 입는 손실이 소비자는 물론 ATM 제조업체에도 전가되고 있다.
ATM 업계는 은행들이 '갑'의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한 입찰 방식으로 ATM 가격을떨어뜨리고 있다며 '상생'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2천만원 정도였던 ATM 가격이 1천만원 초반대로 떨어지면서 지난해부터 중소 하도급업체 도산이 본격으로 시작됐다.
인터넷뱅킹과 핀테크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불러온 이면(裏面)이다.
2일 ATM 업계에 따르면 ATM 평균 낙찰가격은 2009년 1천950만원에서 지난해 1천200만원으로 38% 하락했고, 올해 낙찰가는 1천100만원 정도로 더 떨어졌다.
국내 ATM 업계는 노틸러스효성[004800](시장 점유율 50%)과 LG CNS(40%), 청호컴넷[012600](10%)이 과점하는 시장이다.
대기업 계열사인 제조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면서도 어느 정도 버티는 모습이지만 기기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중소 협력업체가 하나둘 무너지고 있다.
LG CNS의 경우 2014년 협력업체 3∼4곳이 폐업했는데, 작년에는 폐업 업체가 10곳으로 늘었다.
경북 구미에서 ATM기에 쓰이는 철판을 만들어온 한 중소기업 임원은 "본격적인매출 하락이 2014년부터 시작됐고, 올해 매출액은 30%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직원을 줄이고 임금은 동결하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20년간 ATM 철판 제작을 해온 이 업체는 사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제조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효성 같은 대기업 제조사는 생산공장을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다.
ATM 업계는 은행들이 '역경매 입찰'과 '타행 낙찰가 확인'을 결합한 방식을 써기기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역경매는 은행이 산정한 예상가격을 토대로 참가자들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반복입찰하도록 한 방식이다.
가격을 제시한 순간 순위가 실시간 공개되기 때문에 2등 업체는 낙찰자가 되려고 가격을 여러 차례 낮출 수 있는 구조다.
가장 비싼 값을 부르는 이에게 물건을 파는 경매와 반대로 가장 싼 값을 부를때 일감을 주기 때문에 역경매라고 한다.
문제는 은행들이 ATM 입찰 전 제조사로부터 다른 은행 낙찰가격을 받아내 이를예상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ATM 제조업체가 A은행에서 1천100만원, B은행에선 1천200만원에 낙찰받았다는정보를 받아낸 C은행은 1천100만원을 예상가격으로 산정할 수 있다.
C은행 입찰을 따내고자 하는 ATM업체는 1천100만원 이하의 가격을 내야 낙찰받을 수 있고, 낮아진 낙찰가를 A은행이 추후 이용해 가격 하락을 유발하는 악순환이반복된다.
ATM 제조사 관계자는 "은행들은 '갑'이기 때문에 타 은행 낙찰가를 제출하라고하면 거부하기 어렵다"며 "은행이 내건 예상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 업체들의 불참으로 유찰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소 협력업체 관계자는 "최소한 상·하반기에 물량 배분이라도 제대로 됐으면좋겠다"며 "은행들이 연중 최저가 구매를 위해 ATM 기기 입찰을 연기해 재고 부담과인력 운영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ATM 업계는 해외 은행의 경우 ATM 입찰 때 기술과 가격을 함께 평가하는데 국내은행은 가격만을 평가해 출혈경쟁이 일어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능이 높은 제품은 가격이 높아도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제품 개발을 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은행은 ATM 업계의 주장에 반발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ATM 가격이 내려간 가장 큰 이유는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이후 업체 간 담합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입찰 방식의 문제가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ATM 제조사들은 2003∼2009년 가격 담합을 벌인 사실이 적발돼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뱅킹 발달로 ATM 숫자가 줄어 가격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며 "금액이 맞지 않으면 제조사들이 투찰하지 않으면 된다"고도 했다.
국회도 이 사안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오는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세미나를 열어 ATM 업체와 은행 간 공정거래 질서와 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김 의원은 "ATM 산업은 정부 주도로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수요가 은행권에 국한돼 있어 은행과 제조업체 간 갑을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은행권과제조업체·중소 협력업체 간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해 서로 상생할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