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혼란에 임종룡 부총리 후보자 임명 표류저성장·가계부채 등 '고질적 문제'에 경제정책방향 등 '급한 불'도 산적
'백척간두(百尺竿頭), 여리박빙(如履薄氷), 누란지위(累卵之危)….' 최근 한국 경제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는 수식어가 쏟아지고 있지만 경제팀은 사령탑의 부재 속에 휴업 상태다.
정국 혼란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 문제도 표류하고 있어 불확실성에 따른 한국 경제 위기감만 더욱 커지고 있다.
17일 기재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일 내정된 임종룡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후보자에 대한 기재부 현안 보고와 청문회 준비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금융위원장인 임 후보자는 지명될 당시에만 해도 주중에 금융위 업무를 보고 주말인 5∼6일을 이용해 기재부 실·국장들에게 현안 보고를 받았다.
지난 7일 금융위·금융감독원 전 간부가 참석한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지금의경제와 금융시장을 '여리박빙'과 같다고 묘사한 뒤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새 경제사령탑으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최순실씨 국정 개입 논란 사태가 더욱 확산하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기재부 장관 인사는 표류 상태에 빠졌다.
기재부는 지난 주말인 12∼13일 임 후보자에게 실·국 보고를 하지 않았다.
금융위원장 신분인 임 후보자가 공식일정인 우리은행[000030] 지분 매각을 위한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참석한 탓도 있지만 기재부 장관 인사가 불확실성에 빠지면서청문회 준비를 하기에 어색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애초 11월 둘째 주에 임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를 대통령에게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은 총리 인선 문제도 관심 밖인 상황 아니냐"면서 "큰 줄기가 먼저 정리가 돼야 작은 줄기에 관심을 쏟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다고 유일호 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힘이 실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유 부총리는 물러나는 날까지 흔들림 없이 국정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새 부총리가 지명된 터여서 교체가 기정사실화된 유 부총리가 나서서 일하기도 어정쩡하다.
이 때문에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는 산적하지만 경제팀은 '올 스톱' 상태다.
우선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늘어나는 가계·기업 부채에 대응해야 하고 순탄치 않은 구조조정 과정도 마무리해야 한다.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과 그에 따른 정책변화, 기준금리 인상 전망,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불안 요인도 하루 이틀 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할 현안들도 쌓여 있다.
내년 경제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릴 경제정책방향 수립이 가장 큰 문제다.
통상 기재부는 12월 중순께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그러나 확실한 사령탑이 없는 상황에서 기재부 공무원들은 누구를 중심으로 정책을 준비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청와대의 국정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경제정책의 큰 그림에 대한 지시나 요구가 없다 보니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불투명하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부총리 교체 여부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경제정책방향에 담길각 부처 간 정책 조율도 쉽지 않다.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경제정책방향에 담기 위해서는 부처 간 논의와 이견 조정이 필수적인데 손도 못 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담아야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사실상 백지상태다.
트럼프 당선으로 수출 감소, 안보 위험 증대, 환율 변동성 증대 등 불확실성이커지고 있지만 사령탑이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대응체계가 신속하게 작동할지 미지수다.
정부가 야심 차게 밀어온 서비스경제 발전 전략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발전 전략의 핵심인 원격의료, 공유숙박업 추진을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안, 규제프리존법의 국회 처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애초 야당의 반대가 심했던데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여당도 이들 법안에 힘을 실어줄 리 만무하다.
서비스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 시계를 가진 정책 추진이 필요한데 최순실파문에 발이 묶이면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일관성·연속성있는 정책을 담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공기업 인사가 표류하면서 국정 전반으로 리더십 부재가 확산할 우려도 커지고있다.
예탁결제원, 기술보증기금,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에선 최고경영자(CEO)임기가 만료되거나 만료될 예정이지만 후임 인선 작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금융공기업의 경우 금융위원장, 기재부 장관 제청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령탑 공백이 길어지면서 기재부 공무원들 스스로도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고토로한다.
한 기재부 공무원은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임 내정자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질문이 안부 인사처럼 돼버렸다. 언론 관심도 총리에 주로 집중되면서 부총리는 뒤로 밀려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임 내정자만큼의 적임자를 찾기 어렵지 않으냐는 의견이 대세"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또 새로운 사람이 거론되면 어수선한 분위기는 더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porqu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백척간두(百尺竿頭), 여리박빙(如履薄氷), 누란지위(累卵之危)….' 최근 한국 경제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는 수식어가 쏟아지고 있지만 경제팀은 사령탑의 부재 속에 휴업 상태다.
정국 혼란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 문제도 표류하고 있어 불확실성에 따른 한국 경제 위기감만 더욱 커지고 있다.
17일 기재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일 내정된 임종룡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후보자에 대한 기재부 현안 보고와 청문회 준비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금융위원장인 임 후보자는 지명될 당시에만 해도 주중에 금융위 업무를 보고 주말인 5∼6일을 이용해 기재부 실·국장들에게 현안 보고를 받았다.
지난 7일 금융위·금융감독원 전 간부가 참석한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지금의경제와 금융시장을 '여리박빙'과 같다고 묘사한 뒤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새 경제사령탑으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최순실씨 국정 개입 논란 사태가 더욱 확산하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기재부 장관 인사는 표류 상태에 빠졌다.
기재부는 지난 주말인 12∼13일 임 후보자에게 실·국 보고를 하지 않았다.
금융위원장 신분인 임 후보자가 공식일정인 우리은행[000030] 지분 매각을 위한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참석한 탓도 있지만 기재부 장관 인사가 불확실성에 빠지면서청문회 준비를 하기에 어색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애초 11월 둘째 주에 임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를 대통령에게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은 총리 인선 문제도 관심 밖인 상황 아니냐"면서 "큰 줄기가 먼저 정리가 돼야 작은 줄기에 관심을 쏟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다고 유일호 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힘이 실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유 부총리는 물러나는 날까지 흔들림 없이 국정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새 부총리가 지명된 터여서 교체가 기정사실화된 유 부총리가 나서서 일하기도 어정쩡하다.
이 때문에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는 산적하지만 경제팀은 '올 스톱' 상태다.
우선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늘어나는 가계·기업 부채에 대응해야 하고 순탄치 않은 구조조정 과정도 마무리해야 한다.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과 그에 따른 정책변화, 기준금리 인상 전망,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불안 요인도 하루 이틀 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할 현안들도 쌓여 있다.
내년 경제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릴 경제정책방향 수립이 가장 큰 문제다.
통상 기재부는 12월 중순께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그러나 확실한 사령탑이 없는 상황에서 기재부 공무원들은 누구를 중심으로 정책을 준비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청와대의 국정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경제정책의 큰 그림에 대한 지시나 요구가 없다 보니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불투명하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부총리 교체 여부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경제정책방향에 담길각 부처 간 정책 조율도 쉽지 않다.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경제정책방향에 담기 위해서는 부처 간 논의와 이견 조정이 필수적인데 손도 못 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담아야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사실상 백지상태다.
트럼프 당선으로 수출 감소, 안보 위험 증대, 환율 변동성 증대 등 불확실성이커지고 있지만 사령탑이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대응체계가 신속하게 작동할지 미지수다.
정부가 야심 차게 밀어온 서비스경제 발전 전략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발전 전략의 핵심인 원격의료, 공유숙박업 추진을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안, 규제프리존법의 국회 처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애초 야당의 반대가 심했던데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여당도 이들 법안에 힘을 실어줄 리 만무하다.
서비스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 시계를 가진 정책 추진이 필요한데 최순실파문에 발이 묶이면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일관성·연속성있는 정책을 담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공기업 인사가 표류하면서 국정 전반으로 리더십 부재가 확산할 우려도 커지고있다.
예탁결제원, 기술보증기금,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에선 최고경영자(CEO)임기가 만료되거나 만료될 예정이지만 후임 인선 작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금융공기업의 경우 금융위원장, 기재부 장관 제청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령탑 공백이 길어지면서 기재부 공무원들 스스로도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고토로한다.
한 기재부 공무원은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임 내정자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질문이 안부 인사처럼 돼버렸다. 언론 관심도 총리에 주로 집중되면서 부총리는 뒤로 밀려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임 내정자만큼의 적임자를 찾기 어렵지 않으냐는 의견이 대세"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또 새로운 사람이 거론되면 어수선한 분위기는 더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porqu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