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경제전망> "수출 드라마틱한 반전 어렵고 소비부진 지속"

입력 2016-12-18 08:30  

18일 연합뉴스 설문에 응한 경제 분야의 주요 연구기관장들은 올해보다 내년에 한국 수출이 다소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대내외불안요인들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수 측면에서는 정부 정책효과가 사라지면서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이른바 '소비절벽' 가능성과 함께 부동산 열기에 힘입은 건축투자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나온다.

연구기관장들은 경기 둔화로 고용 한파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수출 반등 조심스레 점치지만…美 보호무역주의가 리스크 작년 초부터 최근까지 부진을 이어온 한국 수출과 관련해서는 설문에 응한 7개주요 경제연구기관 원장들의 다수가 내년에는 어느 정도 회복세 전환이 가능하다고전망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확산등이 수출 반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앞으로 유가 하락의 영향이 소멸하면서 수출액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세계경제 저성장과 교역량 정체라는 현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중국·유로존 등 불확실성으로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면서 "최근 확산하는 보호무역주의가 수출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과 유병규 산업연구원장도 올해 침체에 따른 기술적 반등 효과로 내년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강 원장은 "한·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도를 높이고, 보호무역주의확산에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의 기술장벽과 위생·검역에 대한 사전적 준비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 원장은 "국내 상품의 고부가가치화, 서비스 수출 증가, 수출선 다변화와 지역별 제품 차별화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외 리스크로 인해 내년에 수출 회복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자원수출국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들어가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고, 중국의 구조조정 지속으로 한국의대중(對中) 수출도 여전히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며 "내년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현 원장은 "미국 신(新)행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면 일시적으로 수출이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이것이 국제금리 상승,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수반하면서 신흥국 경기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덧붙였다.

◇ 내년 '소비절벽' 우려 커져…내수 둔화 전망이 압도적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는 내수와 관련해서는 내년 들어 투자 부문이 플러스로전환되겠지만, 민간소비는 더욱 활력을 잃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작년과 올해 민간소비 증가를 주도했던 정부의 소비활성화 정책이 지난 9월 말 종료되면서 내년에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보다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가계부채와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평균소비성향이 낮은 수준으로 지속하고, 취업자 증가세 둔화와 대출이자 상승 압력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가 본격화하면서 민간소비 증가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은 "소비와 투자가 모두 부진할 것"이라면서도 "경제 흐름은 전체적 순환이 중요한데, 어디에서도 국민경제 순환의 크기를 늘릴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투자 측면에서는 올해 부진했던 설비투자가 다소 반등할 수 있는 반면, 양호한흐름을 보였던 건설투자는 점차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신성환 원장은 "금년 크게 부진했던 설비투자는 기저효과로 인해 내년 증가율이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준경 원장은 "수출 부진 등으로 감소세를 지속하는 설비투자는 반등할 수 있겠지만, 제조업 가동률이 낮고 대외 수요도 미약하다는 점에서 증가세가 제한적일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원장은 "건설투자는 당분간 양호하겠지만, 올해보다는 증가세가 축소될것"이라고 말했다.

강인수 원장은 "2016년 건설투자가 호황 국면에 있지만, 내년에는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축소,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 "취업자 증가 올해보다 적을 것…노동시장 개혁해야" 한편 주요 경제연구기관 수장들은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얼어붙은 고용시장이내년에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문제 해법으로는 서비스산업 활성화와 노동시장 개혁 등을 제시했다.

조장옥 회장은 "취업자 증가 폭이 올해보다 작아질 것"이라면서 "내년은 특히정치와 맞물려 혼돈이 지속하고, 기업이 투자를 미룰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인수 원장도 "2017년에는 취업자 수 증가가 경기 회복세 약화, 고용지표 후행성,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30만명 수준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권태신 원장은 "내년 취업자 증가세는 26만∼27만명 선에 그칠 전망"이라면서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이뤄지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권 원장은 이어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특히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를 완화하고, 임금이 곧 생산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공성(1년 미만 근속자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수준)을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병규 원장은 "성장률 둔화로 취업자 증가 폭이 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용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단기간 내 투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노동시장 개혁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개혁 방안으로 유 원장은 "장기간 노동 시간을 줄이고 과도한 고임금체계를 수정해야 한다. 부문 간 임금 격차를 축소하는 한편 시간선택제와 같은 다양하고 신축적인 고용형태 도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경 원장은 "그간 제조업과 상용직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늘어왔는데, 앞으로는 경기 둔화와 맞물려 이런 추세가 약해지고, 노동시장 여건이 악화할 것"이라면서 "기업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노동이 생산성 높은 곳으로 마찰없이 유입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d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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