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실적 악화에 R&D 투자도 '주춤'>

입력 2013-04-09 06:15  

국내 정유사들이 작년 부진한 실적 속에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업체인 SK이노베이션[096770]의 작년 R&D 투자액은 1천494억원으로 전년 1천538억원 대비 2.8% 줄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0.22%에서 0.2%로 소폭 떨어졌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진출과 맞물려 2008년(791억원) 이래 연평균 20% 이상 연구개발비를 증액해오다 작년에는 투자 의지가 다소 꺾인 것이다.

GS칼텍스도 연구개발비를 2011년 470억원에서 작년에는 434억원으로 7.6% 줄였다. 2011년 R&D 투자액이 2010년(372억원) 대비 26%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크다.

현대오일뱅크의 연구개발비는 122억원에서 105억원으로(13.9%↓), 에쓰오일는 107억원에서 97억원으로(9.3%↓) 각각 감소했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R&D 투자를 줄인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5% 줄었고, GS칼텍스는 73.7% 급락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이익이 각각 53.9%, 48.3% 감소했다. 정제마진 악화에 따른 정유부문의 실적 하락이 주원인이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사상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당장 눈에 띄지 않는 연구개발에 돈을 쏟아붓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꼽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글로벌수요 부진으로 침체에 빠지면서 추가 투자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있다.

하지만 정유사업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을 소홀히 할 경우 지속 가능한 성장이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의 연구개발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광학필름·연성회로기판 등 전자정보소재 부문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했다.

GS[078930]칼텍스도 자동차용 경량화 소재, 석유를 대체할 바이오연료, 탄소섬유 등에 꾸준히 투자해 일부 분야에서 상용화를 눈앞에 두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속에서도 꾸준히 R&D에 투자해온 점은 평가할 일"이라며 "기업의 미래 사업이 국가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되는 만큼R&D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uc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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