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규제…"그럼 수직계열화는 어떻게…">

입력 2013-06-10 06:11  

'한국산업 성장모델'에서 이젠 '논란의 대상'으로"획일적 금기시 바람직하지 않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앞두고 대기업들이 한때 한국 산업의 강점으로 여겨왔던 '수직계열화' 경영을 계속해야 될지 고민에 휩싸였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차원에서 대기업 수직계열화의원인과 문제점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이후 대기업들은 기업분할이나 인수합병(M&A)등을 통한 수직계열화 작업을 대부분 중단했다.

'수직계열화'는 기업이 원료에서 부품, 완제품까지 일관된 생산체제를 구축하는것으로 삼성전자[005930], 현대자동차[005380] 등 국내 대기업들은 이를 통해 신속·과감한 투자로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해왔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계열사 하나의 실적이 부진하면 다른 계열사도 연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단점과 함께 최근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면서 '성공모델'로서의 역할 중단을 강요당하고 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4월 말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는 효율성 측면 등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더 나은 장점을 위한 가능성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수직계열화의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재계는 수직계열화를 통한 내부거래를 모두 부당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오인하는 데 대해 억울해하고 있다.

최근 주요 대기업집단이 공개한 2012년 계열사 간 주요 상품·용역 거래 규모는삼성 28.2조원(내부거래 비중 9.01%), 현대자동차 35.0조원(21.33%), SK 35.2조원(22.68%), LG[003550] 15.3조원(15.5%), 롯데 8.5조원(7.8%) 등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많은 내부거래액을 기록한 SK그룹은 경쟁력 제고와 업종 전문화를위해 기업을 분할한 것이 내부거래액 급증의 원인이 됐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단행한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와 SK텔레콤[017670]의 물적 분할에 따라 1년 사이 내부거래 금액이 2010년 그룹의 연간 내부거래액(17조4천313억원)에 육박하는 16조7천585억원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내부거래액 증가분 가운데 SK이노베이션[096770], SK에너지, SK종합화학 간 거래액이 13조1천640억원으로 내부거래액 증가분의 78.5%를 차지한다. SK플래닛 분사로 인한 1천533억원까지 합할 경우 13조3천173억원으로 내부거래액 증가분의 80%(79.4%)에 달한다.

2012년 내부거래액 증가분 1조433억원도 SK플래닛 분사에 따른 거래액 6천8억원과 인수합병으로 그룹에 새롭게 편입된 SK하이닉스[000660] 계열사 간 거래액 2천28억원이 77%를 차지한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의 물적 분할로 기존의 한 회사 내 사업부 간 거래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매출로 전환돼 마치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모든 내부거래를 일괄적으로 규제할 경우 기업들의 분할, 인수합병 등을통한 성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규제에 신중할 필요성을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시스템통합(SI) 등은 업종 특성상 불가피하게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도 있는데 정상거래비율을 일률적으로 30%로 정해 불합리가 나타난다"며 일감 몰아주기 과세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업종 전문화 차원의 수직계열화는 그 폐쇄적 구조에 대해어느 정도 개선을 하되, 산업경제의 성장 차원에서 전체를 금기시해서는 바람직하지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수직계열화에 의한 내부거래마저 부당거래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각 기업이 부당 내부거래는 당연히 줄이겠지만 경쟁력을 제고하기위한 분사와 수직계열화는 구분해 판단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joo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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