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지지→고용보장' 삼성-롯데 M&A 새 모델 만드나

입력 2015-11-08 12:39  

피인수 기업 노조 협력선언에 인수기업 사측의 화답 메시지"그간 M&A 관행에선 익숙지 않던 장면…새로운 해법 기대"

최근 기업의 사활을 건 인수합병(M&A) 전선에서노사 극한대립이 기업과 임직원을 동시에 공멸의 위기로 내모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빅딜 이후 17년 만인 지난해 말 삼성과 한화[000880]의 빅딜이 단행되면서 향후 대기업간 자율 빅딜이 더욱 빈번해지리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달 말 삼성과 롯데의 제2 빅딜이 대표적이다.

빅딜을 전후한 과정에서 특히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합의 이후 하나의 기업이 실제로 다른 기업에 인수되는 절차 속에서 나타난 피인수 기업 노조의 대응과 인수 기업 사측의 약속 행태다.

삼성의 화학계열사와 사업부문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롯데케미칼[011170]은 8일삼성SDI[006400] 케미칼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004000], 삼성BP화학 직원들의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롯데케미칼은 "삼성정밀화학 노사가 함께 롯데케미칼의 삼성정밀화학 지분 인수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와 환영'이라는 결정을 내려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밝혔다.

통상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 임직원의 고용 승계를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약속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이처럼 공식자료를 통해 고용 보장 약속을 천명한 사례는 흔치 않았다.

롯데 측은 '글로벌 톱10 종합화학회사'라는 비전까지 제시하며 삼성정밀화학 노사의 대응을 환영했다.

지난 3일 삼성정밀화학 노조가 사측과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빅딜 지지를 선언한 데 대한 '화답' 차원이다.

삼성정밀화학 노조가 '결단'을 내리기까지 물론 진통도 적지 않았다.

노조 소속 간부들은 매각이 결정된 지난달 30일 이후 주말에도 서울과 울산 공장을 오가며 노조원의 의견을 구하는 등 숨가쁘게 움직였다.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사장은 매각이 결정되자마자 서울 본사 임직원들을 만나매각 배경 및 불가피성에 대해 설명하고 최대한 고용보장과 임직원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몇시간 뒤에는 비행기를 타고 울산 공장으로 내려가 현장 근로자들에게도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

결국 그들이 내린 선택은 투쟁보다는 협상이었다.

2013~2014년 두 해 연속 200억원대 적자를 내면서 노조원은 물론 노조 간부까지희망퇴직해야 했던 뼈아픈 경험도 기억하고 있었다.

매각 반대를 끝까지 고집하며 브레이크 없는 투쟁을 펼칠 경우 회사 수익성과노조원들의 고용 보장까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현실론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무엇보다 삼성과 한화의 제1 빅딜이 준 교훈이 적지않았다.

삼성에서 한화로 넘어간 한화종합화학은 지난달 15일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하고 회사는 이에 맞서 직장폐쇄를 결정하며 악순환을 거듭했다.

급기야 노조위원장이 회사에서 이동하던 중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한화종합화학 노사는 지난 4일 가까스로 임단협에 합의해 파업을 중단하고 직장폐쇄도 풀었다. 그러나 한 달여 지속된 대립으로 양쪽에 심한 생채기를 남겼다.

한화테크윈[012450] 역시 지난 6월 사명 변경 등의 안건이 올라간 주주총회와창원 제2사업장 출입 방해를 이유로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 62명을 대량 징계하는등 조직 내부에 상처를 남겼다.

하루 아침에 삼성맨에서 롯데맨, 삼성맨에서 한화맨으로 옷을 바꿔 입은 임직원들에게 위로금 등 산적한 현안을 풀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고 아직 인수가 완료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앞으로도 꽤 진통을 겪을 여지가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피인수 기업 노조에서 빅딜 지지 선언이 나오고 인수 기업 사측이 즉각적인 화답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은 우리 산업계의 M&A사에서는익숙지 않았던 장면"이라며 "이번 삼성-롯데 빅딜이 M&A 프로세스를 풀어가는 하나의 모델이 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oakchu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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