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원(55)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센터 개소 2개월여를 앞둔 지난해 12월 홀로 짐을 싸 청주로 내려왔다.
충북혁신센터 개소를 앞두고 LG와 충청북도가 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센터의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한창 고민할 때였다.
윤 센터장은 LG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기업회생 전문가로 통했다.
LG그룹 회장실 경영혁신추진본부, LG텔레콤 경영지원실장, 미디어로그 대표이사등을 지내면서 경영혁신을 통해 실적이 부진한 사업의 턴어라운드를 이끌었다.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충북혁신센터에서 만난 윤 센터장은 혁신센터 설립 배경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위기감을 가지고 함께 총력전을 펼치지 않으면 현재 한국이 누리는 지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센터가 매개체가 되면 대기업과 중기·벤처 간에 하나의 스파크가 일어날수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될 수 있다고 윤 센터장은 내다봤다.
다음은 윤 센터장과 일문일답.
-- 정부 주도 창조혁신센터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도 있는데.
▲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명백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기존에도 중소기업청, 테크노파크 등 중기 지원 조직이 있었다. 똑같은 주제 하에 대기업이 무슨 역할을 할 수있을지 고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기의 성장 한계 돌파를 위해 대기업 자원을끌어들인 것은 진일보한 선택이고 신선한 시도였다. 뒤집어 생각하면 대기업 자원을불러들이지 않으면 안될 만큼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산업정책만으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겠는가. 중기나 벤처를 둘러싼 상황이 만만치 않아서 대기업과 함께 총력전을 펼치자는 것으로 이해했다.
-- 혁신센터의 의의는 부엇인가.
▲ 대기업들이 기존 성장방식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예전에는 5년뒤에 10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시장이 있고 우리가 10%의 점유율을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모두가 사물인터넷(IoT)이나 빅데이터 등을 얘기하는데 시장이 잘 안보인다. 세상이 그쪽으로 가는건 맞는데 어떻게 판을 짜서 돈을 벌 수 있을지가 안보인다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들은 그동안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였다. 지금은 여러 산업이 융합하는 가운데 누가 표준을 주도할지가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대기업이 냉장고와 세탁기를 만들어 이익을 올렸지만이제는 IoT를 주도하는 플레이어에 이익을 상납할 수도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다. 이런 판에서 결국 한국의 성장을 얘기하기 위해 창조경제 개념이 나온거 같다.
-- 혁신센터를 통해 대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제는 위기감을 가지고 총력전을 펼치지 않으면 현재 한국이 누리는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중기와 벤처를 돕는게 아니라 그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안으로 받아들인다면 창조경제에 대한 답이 나올 수 있다. 우리 경제가 획기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벤처, 중기가 함께 변해야 한다. 혁신센터가 매개체가 돼하나의 스파크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서로에 대한 관심을 통해 새로운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으면 한다.
-- 충북혁신센터는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현장에 나가는 방식을 택했는데.
▲ 초기부터 지원할만한 중기를 물색하고 탐색하는 작업을 계속 해왔다. 계속보다 보면 누군가가 한 번만 손을 잡아주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기업이 보인다. 지원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기술이 해외로 넘어갈 수도 있다. 사실충북은 제조업이 기반이고 충북혁신센터 역시 제조에 기반을 두다보니 벤처는 타깃군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망을 갖고 물고기를 잡다보니 우연찮게 괜찮은 기술을 가진 벤처도 발견하게 되더라.
-- 지원대상 기업을 고를 때 기준이 있다면.
▲ 좀비기업과 스타기업은 종이 한장 차이다. 살아남으면 스타기업이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좀비기업이 된다. 한 고비만 넘으면 1천억원대의 안정적 회사로넘어갈 수 있는데 막판에 자금이 부족하거나 시장이 아직 덜 만들어진 경우가 있다.
이런 기업이 눈에 보이면 발벗고 나선다. 기술 개발에 7∼8년, 100억원 가까이 들인한 기업이 있다. 정부도 계속 지원했는데 더 지원하려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시장이 언제 열릴지 확신도 못한다. 그런데 지원이 끊기면 중국 등에서 반값에 회사를사려고 한다. 기술도 넘어간다. 그래서 혁신센터가 나서 LG전자와 미팅도 주선하면서 방법을 찾고 있다.
-- 스타 중소기업 육성을 내걸었는데 실현된 사례가 있나.
▲ 구슬화장품을 만드는 KPT다. 원료기업인데 LG생활건강과 구슬 모양의 화장품을 만드는 기술을 공동개발했다. 원료회사와 양산회사가 같이 노력하니 10배 많은판매실적을 올렸다. 이제 이 회사는 에스티로더나 로레알과 같은 세계적인 화장품회사와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 중기나 벤처 여러곳을 둘러봤는데 성공하는 기업의 특징이 있나.
▲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곳, 최고경영자(CEO)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곳이 성공하는거 같다. 혁신센터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을 열심히찾아다니면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이용할 수 있는지를 찾아보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이들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실제 혁신센터와의 협업도 빨리진행이 된다. 발품을 팔아서 열심히 문을 두드리는 사람을 누구나 좋아한다.
-- 최근 청년 고용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현장에서 지켜본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 대학이나 정부가 느끼는 위기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 같다. 고용부나 교육부에서는 취업률을 가지고 대학을 평가하고 지원한다. 문제는 4대 보험을 제공하는 곳만 취업으로 인정된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대기업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 창업은 아예 취업에 반영되지도 않는다. 한쪽에서는 벤처 창업 활성화를 얘기하는데다른 쪽에서는 4대 보험에 얽매인 데이터를 갖고 있다. 정부와 대학이 함께 현실을파악해야 한다. 대학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이자 정부의 정책 파트너 역할을 해야한다. 그런데 과연 대학에서 학생들 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공급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3학점이 중요한게 아니라 학생들이 고민을하고 사회에 나올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 현장에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요리하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팝콘을 튀기듯이 성과를 요구하는 시각이 달라졌으면 한다. 실질적으로 기업이 도움받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경쟁은 더 필요하지만 질이 좋은 경쟁으로 가야 한다. 빨리 성과를 내라고 한다면 질이 좋은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다. 몇개 기업을 키웠는지, 면접을 몇번 봤는지 이런 양의 경쟁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중소벤처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뤄졌느냐 하는 점이다.
pdhis959@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충북혁신센터 개소를 앞두고 LG와 충청북도가 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센터의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한창 고민할 때였다.
윤 센터장은 LG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기업회생 전문가로 통했다.
LG그룹 회장실 경영혁신추진본부, LG텔레콤 경영지원실장, 미디어로그 대표이사등을 지내면서 경영혁신을 통해 실적이 부진한 사업의 턴어라운드를 이끌었다.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충북혁신센터에서 만난 윤 센터장은 혁신센터 설립 배경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위기감을 가지고 함께 총력전을 펼치지 않으면 현재 한국이 누리는 지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센터가 매개체가 되면 대기업과 중기·벤처 간에 하나의 스파크가 일어날수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될 수 있다고 윤 센터장은 내다봤다.
다음은 윤 센터장과 일문일답.
-- 정부 주도 창조혁신센터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도 있는데.
▲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명백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기존에도 중소기업청, 테크노파크 등 중기 지원 조직이 있었다. 똑같은 주제 하에 대기업이 무슨 역할을 할 수있을지 고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기의 성장 한계 돌파를 위해 대기업 자원을끌어들인 것은 진일보한 선택이고 신선한 시도였다. 뒤집어 생각하면 대기업 자원을불러들이지 않으면 안될 만큼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산업정책만으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겠는가. 중기나 벤처를 둘러싼 상황이 만만치 않아서 대기업과 함께 총력전을 펼치자는 것으로 이해했다.
-- 혁신센터의 의의는 부엇인가.
▲ 대기업들이 기존 성장방식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예전에는 5년뒤에 10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시장이 있고 우리가 10%의 점유율을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모두가 사물인터넷(IoT)이나 빅데이터 등을 얘기하는데 시장이 잘 안보인다. 세상이 그쪽으로 가는건 맞는데 어떻게 판을 짜서 돈을 벌 수 있을지가 안보인다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들은 그동안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였다. 지금은 여러 산업이 융합하는 가운데 누가 표준을 주도할지가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대기업이 냉장고와 세탁기를 만들어 이익을 올렸지만이제는 IoT를 주도하는 플레이어에 이익을 상납할 수도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다. 이런 판에서 결국 한국의 성장을 얘기하기 위해 창조경제 개념이 나온거 같다.
-- 혁신센터를 통해 대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제는 위기감을 가지고 총력전을 펼치지 않으면 현재 한국이 누리는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중기와 벤처를 돕는게 아니라 그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안으로 받아들인다면 창조경제에 대한 답이 나올 수 있다. 우리 경제가 획기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벤처, 중기가 함께 변해야 한다. 혁신센터가 매개체가 돼하나의 스파크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서로에 대한 관심을 통해 새로운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으면 한다.
-- 충북혁신센터는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현장에 나가는 방식을 택했는데.
▲ 초기부터 지원할만한 중기를 물색하고 탐색하는 작업을 계속 해왔다. 계속보다 보면 누군가가 한 번만 손을 잡아주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기업이 보인다. 지원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기술이 해외로 넘어갈 수도 있다. 사실충북은 제조업이 기반이고 충북혁신센터 역시 제조에 기반을 두다보니 벤처는 타깃군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망을 갖고 물고기를 잡다보니 우연찮게 괜찮은 기술을 가진 벤처도 발견하게 되더라.
-- 지원대상 기업을 고를 때 기준이 있다면.
▲ 좀비기업과 스타기업은 종이 한장 차이다. 살아남으면 스타기업이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좀비기업이 된다. 한 고비만 넘으면 1천억원대의 안정적 회사로넘어갈 수 있는데 막판에 자금이 부족하거나 시장이 아직 덜 만들어진 경우가 있다.
이런 기업이 눈에 보이면 발벗고 나선다. 기술 개발에 7∼8년, 100억원 가까이 들인한 기업이 있다. 정부도 계속 지원했는데 더 지원하려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시장이 언제 열릴지 확신도 못한다. 그런데 지원이 끊기면 중국 등에서 반값에 회사를사려고 한다. 기술도 넘어간다. 그래서 혁신센터가 나서 LG전자와 미팅도 주선하면서 방법을 찾고 있다.
-- 스타 중소기업 육성을 내걸었는데 실현된 사례가 있나.
▲ 구슬화장품을 만드는 KPT다. 원료기업인데 LG생활건강과 구슬 모양의 화장품을 만드는 기술을 공동개발했다. 원료회사와 양산회사가 같이 노력하니 10배 많은판매실적을 올렸다. 이제 이 회사는 에스티로더나 로레알과 같은 세계적인 화장품회사와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 중기나 벤처 여러곳을 둘러봤는데 성공하는 기업의 특징이 있나.
▲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곳, 최고경영자(CEO)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곳이 성공하는거 같다. 혁신센터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을 열심히찾아다니면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이용할 수 있는지를 찾아보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이들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실제 혁신센터와의 협업도 빨리진행이 된다. 발품을 팔아서 열심히 문을 두드리는 사람을 누구나 좋아한다.
-- 최근 청년 고용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현장에서 지켜본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 대학이나 정부가 느끼는 위기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 같다. 고용부나 교육부에서는 취업률을 가지고 대학을 평가하고 지원한다. 문제는 4대 보험을 제공하는 곳만 취업으로 인정된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대기업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 창업은 아예 취업에 반영되지도 않는다. 한쪽에서는 벤처 창업 활성화를 얘기하는데다른 쪽에서는 4대 보험에 얽매인 데이터를 갖고 있다. 정부와 대학이 함께 현실을파악해야 한다. 대학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이자 정부의 정책 파트너 역할을 해야한다. 그런데 과연 대학에서 학생들 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공급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3학점이 중요한게 아니라 학생들이 고민을하고 사회에 나올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 현장에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요리하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팝콘을 튀기듯이 성과를 요구하는 시각이 달라졌으면 한다. 실질적으로 기업이 도움받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경쟁은 더 필요하지만 질이 좋은 경쟁으로 가야 한다. 빨리 성과를 내라고 한다면 질이 좋은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다. 몇개 기업을 키웠는지, 면접을 몇번 봤는지 이런 양의 경쟁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중소벤처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뤄졌느냐 하는 점이다.
pdhis959@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