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D-7> 주택시장 먹구름에 분양시장에도 그림자

입력 2016-01-24 10:37  

'청약 따로, 계약 따로'…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도 미분양전문가 "합리적 분양가 책정·공급조절 고려 필요"

다음달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시행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의 구매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분양시장에까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신규 분양시장은 다음달부터 시행될 원리금 분할상환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기존주택시장에 먹구름이 끼면서 분양시장에도 비상이 걸린 것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총 4만9천724가구로한 달 만에 54.3%(1만7천503가구)의 기록적인 증가율을 보였다.

작년 1∼11월 누적된 분양승인물량은 49만3천가구로 이전 5년(2010∼2014년) 평균의 1.8배였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김포 등 수도권 택지지구와 지방에서는 1순위 청약마감에실패하거나 미계약 사례가 늘고, 청약 돌풍을 일으켰던 위례신도시나 동탄2신도시에서도 분양권 가격이 내리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었다.

1순위에서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이 마감되더라도 막상 계약은 하지 않는 '청약 따로, 계약 따로' 현상이 심화된 결과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 센트럴푸르지오써밋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4천94만원으로 책정되며 분양가 4천만원을 돌파해 화제를 모았다.

1순위 청약 경쟁률도 21대 1로 계약까지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석달이 지난현재까지 계약이 완료되지 않아 잔여가구를 분양 중이다.

서초구 반포동 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반포래미안아이파크는 지난해 11월 분양 당시 3.3㎡당 4천257만원에 나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2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역시 현재까지 잔여가구를 분양 중이다.

이 아파트는 미분양 부담으로 결국 중도금 이자후불제에서 중도금 무이자로 계약 조건을 바꾸고 유상옵션이었던 중문과 오븐, 식기세척기, 김치냉장고와 냉동고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강수를 뒀다.

지난해 청약 광풍을 일으킨 부산, 대구 등 지방 분양시장에서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일부 단지들이 해를 넘겨서까지 미분양 상태로 남았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9월 동구 각산동에서 분양한 각산서한이다음 아파트는 1순위청약 경쟁률이 평균 67.7대 1, 북구 읍내동 학정역효성해링턴플레이스는 11월 분양당시 평균 16.8대 1로 마감됐지만 해를 넘겨서도 잔여 가구를 분양 중이다.

부산 동래구 명장동 동래동일스위트 역시 지난해 8월 1순위에서 평균 46.9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지만 잔여 가구를 분양 중이다.

이처럼 분양시장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자 건설사들은 계약률을 높이기위해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서 미분양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천 서구 가좌동에서 분양 중인 인천가좌 두산위브는 기존 계약금 10%에서 계약금 1천만원 정액제로 초기 부담금을 줄였고 용인 수지구 동천동에서 분양 중인 동천 더샵 파크사이드는 유상옵션이었던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 등을 무상으로제공한다.

이달 평균 37.8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 마감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는 3.3㎡당 평균 4천290만원이라는 역대 최고 분양가 부담 때문에 처음부터계약금 정액제(5천만원)를 내걸었다. 발코니 확장, 자녀방 2개 붙박이장 등 무상 옵션도 제공한다.

분양시장의 이러한 현상에 대해 부동산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전반적인 관망세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기존 주택시장이 나빠지면 신규 분양시장만나홀로 좋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분양가를 낮추거나 공급조절 등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강남구 개포동 L공인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입지가 좋고 학군이나 생활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미분양 우려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는데 작년 말부터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영향을 받는 것 같다"며 "분양시장도 올해는한풀 꺾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국민은행 박합수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전국적으로 분양시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고분양가"라며 "합리적인 분양가를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가 올해 분양시장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 센터장은 "계절적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분양시장에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 재고주택 거래량·가격이 동결되고 관망세도 심해지니 신규 분양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미 지방 분양시장도 같은 권역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구체화하는 만큼 소비자는 시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건설사들도 공급조절을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mong0716@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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