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유니 한풀 꺾였다지만…"中반도체 굴기 계속될 것"

입력 2016-02-24 16:34  

"샌디스크 인수 좌절됐지만 한숨 돌릴 상황 아니다"

"중국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중국 '반도체 굴기(堀起)'의 대표주자로 나선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淸華紫光)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려다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혔으나 반도체 산업을 일으키려는 중국 기업들의 거센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자회사인 유니스플렌더가 미국 데이터저장업체 웨스턴디지털(WD) 지분 인수 계획을 포기함에 따라 외견상으로는 메모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칭화유니그룹은 자신들이 15%의 지분을 사들이는 웨스턴디지털이 낸드플래시 기업 샌디스크(SanDisk)를 인수함으로써 낸드플래시 부문 글로벌 시장점유율 3위 기업을 단숨에 간접 인수하는 효과를 노리려 했다.

하지만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거래 조사 방침과 최근 웨스턴디지털의 주가 하락이 동시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칭화유니그룹 자오웨이궈(趙偉國) 회장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인수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국내반도체 업계는 칭화유니그룹의 시장 진입이라는 직접적 위협을 일단 피하게 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1.5%로 1위, 도시바(일본)가 20.5%로 2위, 샌디스크가 15.4%로 3위를 달렸다.

칭화유니그룹은 앞서 D램 시장 점유율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가 미국 반독점당국이 제동을 거는 바람에 인수 시도가 무산됐다.

칭화유니그룹은 이어 지난해 하반기 SK하이닉스에도 지분투자 의향을 밝혔지만SK하이닉스[000660] 측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지도부 인사들을 다수 배출한 명문 칭화대가 1988년 설립한 첫 산학연계 기업인 칭화대 과학기술공사가 모태다. 대학 지주기업인 칭화홀딩스가 최대주주로 버티고 있어 칭화대 인맥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국가집적회로(IC)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면서 1천200억 위안(약 22조6천억원)을 투입해 반도체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칭화유니그룹이 샌디스크 간접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중국 정부로부터 '실탄'을지원받는 상황이어서 반도체 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언제든 '큰 손'으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국가차원 위원회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미래 성장 방향을 확고히 잡아놓은 점에 비춰 칭화유니그룹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 시도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당장 메모리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대만 반도체 업계까지 포함해 차이완(중국+대만) 시스템의 동향을 주시할필요가 있다"면서 "칭화유니그룹의 샌디스크 인수 시도 불발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을 한숨 돌릴 수 있게 한 상황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oakchu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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