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올들어 수출물량 주문 끊긴 장위동 의류가공 공장

입력 2016-03-07 06:01  

경기 침체속 수출길 막히는 중소기업…"중국은 절반 감소"환율 불안도 변수 등장…"현지화 전략으로 신시장 개척"

중소 스포츠 의류 업체 A사의 임가공 공장은 서울 장위동 주택가 언덕길에 있다. 건물에 얹힌 지붕 등 공장 외관이 일반 주택과 다를 바 없어 상세 주소를 알지 못하면 쉽게 찾아가기 어려워 보인다.

건물 마당에 비닐 포장된 의류 원단이나 상자들이 켜켜이 쌓여 있어 대문을 열고서야 일반 공장임을 알수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후 국내 임가공 공장은 보증금 등 운영비를 절감하는 차원에서 (우리 공장처럼) 일반 가옥 내부를 개조한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공장 내부 벽지 곳곳이 찢겨 시멘트벽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아날로그 시계가 벽면에 걸려 있어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1980년대 봉제 공장을 보는 듯했다.

66㎡(20평) 규모의 1층에는 5~6명의 중년 여성들이 앉아 속칭 '미싱'을 돌리며트레이닝복 바지에 박음질했고 26.4㎡ 규모(8평)의 지하 1층에는 복사기를 확대한것 같은 재단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재단실 한쪽에는 설계도면처럼 해당 제품 모양을 초크로 그린 '패턴(옷본)'들이걸려 있었다.

재단기로 패턴에 맞게 원단을 도려내 의류 형태를 만든 뒤 1층 봉제실로 보내면실로 꿰매 완성품 형태에 이른다. 2층 다림질실(66㎡ 규모)에서 박음질한 의류를 다리고 비닐 포장을 하면 가공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 공장은 A사 뿐 아니라 필라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 의류도 생산해 왔다 .

그러나 공장 현장을 찾은 지난 4일. 1층 봉제실이나 2층 다림질실 바닥에 쌓인의류들 모두 유명 브랜드 제품이었고 중소업체인 A사 제품은 보이지 않았다.

공장은 이날 뿐 아니라 올해 들어 A사 제품을 생산하지 않았다.

공장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전까지만 해도 A사는 매달 200~300벌의 가공 생산을 주문했으나 올해 들어 주문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곳 가공 의류 대부분은 유명브랜드 제품으로 국내 판매용(내수용)"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은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으나 애를 먹는 A사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A사는 2014년부터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을 대상으로 시장 진출을 모색했지만 작년 수출액이 5만 달러에 그치는 등 아직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는 경기 침체가 수출 산업에 진출하려는 A사의 계획을 가로막고 있다. A사는 지난해 국내 한 대기업과 손잡고 동남아 시장 진출을 꾀했으나 경기 침체를 이유로 대기업이 도중에 발을 빼버려 계획이 무산됐다 .

A사 대표는 "애초 계획은 현지 축구 구단 한 곳을 후원해 자사 인지도를 끌어올린 뒤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었다"며 "동남아 시장 내 우리 회사를 아는 업체가 거의없어 마케팅 차원에서 대기업 인지도를 활용하려 했던 것인데 글로벌 경기 침체로사업 축소에 나선 대기업 측이 수익성을 이유로 해당 프로젝트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업종 특성상 매출 확대를 위해 해외 시장 공략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수익 구조가 내수에 의존하고 있어 A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A사 대표는 "올해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해 목표 수출액 규모를 작년보다 10배 늘린 50만 달러로 잡았다"면서도 "우리 같은 중소 업체들이 현지 시장조사나 인프라 확보, 마케팅 등을 자체적으로 해낼 여력이 없어 정부 지원이나 대기업 도움이절실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 성장 정책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 경기가 둔화되는 것은 국내 수출 산업에 큰 악재가 되고 있다. 자동차 자동화 부품 수출업체인 B사는 작년 중국 경기 침체 여파로 중국수출액이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절반 정도 줄어들었다.

B사는 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 비중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고객사들이 경기 둔화로 재고 물량을 줄이고 있어 전망은 더욱 어둡다 .자동화 부품의 경우 '사이클'(경기 순환과정)이 있어서 과거에는 고객사들이 불황에도 경기가 풀릴 것을 대비해 재고 물량을 늘렸으나 지금은 불황 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재고를 아예 줄이기로 한 것이다.

재고 물량을 줄인다는 건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는 의미여서 중국으로의 수출 물량은 감소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 산업에 걸쳐 자체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현지 제품을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기술력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산보다 우위에 있어도 자동화 부품이란 게 일정 시간 지나면 교체해야 때문에 고객들이 반드시 품질 좋은 것만 쓰려하지 않는다"며 "이에 더해 중국산 가격은 우리 제품 보다 3분의 1 정도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고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국산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 수출전망이 밟지 않다"고 말했다.

환율 불안 움직임도 수출 기업을 괴롭히고 있다. 초극세사 전사제품 등 생활소비재를 생산하는 C사는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 보다 15% 감소한 200만 달러에 그쳤다.

최근 몇년 동안 지속된 엔화·유로화 가치 하락에 따른 결과다. 특히 일본과 유럽이 주요 수출국인 C사는 엔이나 유로로 결제하는 거래가 다수인데 원화 강세로 매출 원가의 차액(마진)이 감소해 전체 수출액도 쪼그라든 것이다.

C사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등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른 주요 수출국인 일본과 유럽의 화폐가치 변동에 대한 방어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업 중심의 수출 지원 정책은 잇달아 나오지만 우리 같이 직원 수10명 안팎인 소기업을 위한 투자나 지원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신시장으로 규정하고 지원 확대를 꾀하는 이란 진출 기업도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 2월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깊은 침체의늪에 빠졌다. 특히 수출 대상 1위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어신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반적인 수출 부진에도 호황을 누리는 기업들은 인도 등 신시장 개척에 성공한기업이었다.

의학용품 주사기생산설비 및 플랜트 제조업체인 탑포인트는 생산라인 설립 등현지화 전략으로 인도네시아와 인도 시장을 공략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고 이 회사관계자는 전했다.

김영철 탑포인트 해외영업담당 이사는 "경영진이 수시로 인도네시아 등 수출 대상국을 방문해 업황과 문화 등을 살펴보며 현지화 전략을 수립한 것이 결실을 맞은것"이라며 "(수출 산업에 있어) 그 나라에 맞는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amle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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