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앞에 '내편네편' 없다…"엘리엇, 철저한 실리추구 전략"

입력 2016-10-06 16:43  

전문가 "이슈·타이밍서 삼성이 행복한 고민할 수밖에 없는 길 제안""삼성·한국시장 연구 많이 해…삼성·타주주 만족 방안 제시하며 주도권"

삼성과 날 선 공방을 벌였던 미국계 헤지펀드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백기사'가 돼 나타난 걸까.

작년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엘리엇의행보를 떠올려보면 삼성전자[005930]에 분사와 특별배당을 요구하는 이번 제안의 배경에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헤지펀드 본연의 성격을 들어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명분과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을 6일 내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엘리엇이 굉장히 똑똑한 전략을 택한 것"이라며 "작년에는 적대적인 전략을 통해 이익을 취하고자 했다면 이번엔 이슈와 타이밍 측면에 삼성이 '행복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길을 제안한 것"이라고말했다.

김 교수는 "이 부회장이 최종적으로 도달할 지점은 지주회사"라며 "오는 27일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임시주총을 앞두고 주주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 타이밍에문제를 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는 시나리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를위한 시나리오로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오던 것이다. 삼성이 내심 바랐던 화두를엘리엇이 꺼내 준 셈이다.

엘리엇으로서는 자신들의 제안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이익을 얻는다. 자신의 요구대로 삼성전자가 30조원의 특별배당을 할 경우 삼성전자 지분의 0.62%를 가진 엘리엇은 1천800억원 이상을 손에 쥘 수 있다.

그러나 제안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주가가 급등하는 등 이미 엘리엇 입장에서는삼성의 답변과 상관없이 이익을 거뒀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도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익 추구가 우선"이라며 "30조원 특별배당을 하면 1천800억원을 챙길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대략 1천억원의 현금을 챙길 수 있다는 복안이 깔린 것 같다"고말했다.

오 교수는 "야당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상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에서 삼성으로서는 정면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는데 엘리엇이 이에 대한 대응을도와주는 측면이 있다"며 "삼성의 입장을 냉철히 간파하고 실리를 취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엘리엇의 이런 제안에 대해서는 '주주이익 극대화'를 우선으로 하는 헤지펀드의전형적인 행동이라는 평가다.

대머리 독수리처럼 기업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이익을 추구한다고 해서헤지펀드를 '벌처(vulture)펀드'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단면적인 평가라는 지적이다.

갈등 유발 전략을 택하든 우호적 태도를 취하든 명분과 실리를 얻는 길이라면어디든 가는 게 그들의 접근 방식이다.

김 교수는 "엘리엇도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업체인데 꼼수를갖고 다른 투자자나 회사에 손해를 입히면서 이익을 취한다는 평가를 받는 순간 다른 곳에서 장사를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엘리엇이 그동안 삼성에 대해, 한국시장에 대해 굉장히 많은 연구를 했다"며 "다른 주주도, 삼성도 모두 만족할 길을 제시하면서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번 제안을 마냥 반기지 못하는 것은 결국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 때문이다.

투기적 성격의 자본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겠지만 재벌 총수가 소량의 보유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거느리는 한국 특유의 지배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를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nomad@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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