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 전면수용 어렵다는 분석 많아…삼성전자 내부선 '경계' 분위기내년 3월 주총 때 표 대결로 갈 가능성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005930]에 인적분할과 30조원 배당 등을 요구한 가운데 엘리엇 측의 향후 행보가주목된다.
삼성전자가 엘리엇의 제안 사항을 전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들이 나옴에 따라 엘리엇이 추가행동에 나설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엘리엇의 제안 사항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등을 통한 지주회사로의 전환 ▲ 30조원(주당 24만5천원)의 현금 배당과 잉여현금흐름(FCF)의 75% 주주 환원 ▲ 삼성전자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 3명의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이 그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들 요구사항을 삼성전자가 전면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먼저 30조원의 배당은 지나치다는 것이 삼성 안팎의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경쟁력의 원천 중 하나는 선제적인 시설 투자"라며 "해마다 수십조원 규모의 시설 투자는 물론 연구개발(R&D) 투자도 필요한 상황에서 현금 30조원 배당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최근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를 인수한 것은 물론, 럭셔리 가전업체 '데이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모바일 간편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 등 미래성장동력으로 판단되는 기업들을 잇달아 사들였다. 앞으로도 M&A를 위한 실탄 확보가 필요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를 안 하면 몰라도 30조원을 배당하라는 건수용하기 힘들다"며 "외국인 지분율이 50%가 넘는데 그렇게 하면 국부 유출 논란도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나스닥 상장 역시 그동안 외국계 투자자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다. 기업가치나 자금 조달의 용이성은 높아지겠지만 미국 시장의 각종 규제에 따른 기회비용도치러야 한다. 외국자본의 공격에 더 취약해질 수도 있다.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도 삼성전자로선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번 엘리엇의 제안을 ƈ차 공격'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너(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인정한다며 삼성전자의 뛰어난 성과에찬사를 보낸다는 유화적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면서 삼성 측과 전면전에 나섰던 엘리엇의 전력이 삼성에게는 트라우마인 셈이다.
여기에 엘리엇의 정체성이 본질적으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헤지펀드라는 점도 이런 경계를 늦추지 못하게 한다.
시장에서는 엘리엇이 구체적 행동에 나설 시점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로관측한다.
법률상 이달 27일 임시 주총에선 엘리엇이 주주제안(주총 의제·의안 제안) 등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3월이면 자격을 갖추게 된다. 이미 확보한 0.62%의 지분이면 또 이사 해임 청구, 회계장부 열람, 대표소송 제기 등을 할 수 있다.
엘리엇 스스로 지분을 확대하거나 우호지분 세력을 규합하면 임시주총을 소집(지분 1.5% 이상)할 수도 있다. 엘리엇의 운용자산 규모는 30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번 엘리엇의 제안이 배당의 대폭 확대와 주가 상승을 겨냥한 것이어서 일반투자자에겐 아주 매력적인 요구란 점도 삼성전자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엘리엇에 동조하는 주주들이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전자 지분 0.12%를 쥔 영국의 헨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가 엘리엇의제안을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하고 나섰다. 삼성전자의 전체 외국인 지분은 50.72%에달한다.
또 내년 3월쯤이면 삼성전자도 어떤 형태로든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일각에선 헤지펀드들의 주도면밀함에 비춰 엘리엇이 이미 자신들이 행동에 나섰을 때 이에 동조할 우군을 상당수 확보하고 공식 행보에 착수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내년 정기주총 때 엘리엇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규합한우호세력들과 함께 삼성전자와 또 한 번 표 대결을 연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엘리엇으로서는 삼성전자가 요구를 충분히 들어주지 않을 경우 다른 펀드들과 연합하든, 스스로 지분을 추가로 사든 해서주총으로 가는 시나리오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주총에 간다면 삼성전자 이사회가 제시할 안건이 엘리엇의 제안에비해 얼마나 주주들한테 우호적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총에서의 표 대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의견들도 있다.
이상헌 연구원은 "삼성물산 때처럼 (공격적으로) 할 생각이라면 애초부터 세게나왔을 것"이라며 "대화가 되게 하려고 삼성전자가 가려운 데를 긁어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따라서 엘리엇이 요구사항을 전면 관철하기보다는 배당을 극대화하고 주가를 끌어올려 차익을 최대한 실현하는 선에서 삼성전자와 협상을 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엘리엇의 목적이 기업 경영 관여는 아니고 결국 높은 수익률인데 그를 위한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엘리엇이 이미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을 통해 "무리하게 진행해선 일이 안된다는 경험이 있는 만큼 전면적 대결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노리는 것은 결국 수익"이라며 "이미 주가가 올랐지만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고 어느 시점쯤 엘리엇은 슬그머니 차익을 실현한 뒤 빠질것"이라고 관측했다.
sisyph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005930]에 인적분할과 30조원 배당 등을 요구한 가운데 엘리엇 측의 향후 행보가주목된다.
삼성전자가 엘리엇의 제안 사항을 전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들이 나옴에 따라 엘리엇이 추가행동에 나설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엘리엇의 제안 사항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등을 통한 지주회사로의 전환 ▲ 30조원(주당 24만5천원)의 현금 배당과 잉여현금흐름(FCF)의 75% 주주 환원 ▲ 삼성전자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 3명의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이 그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들 요구사항을 삼성전자가 전면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먼저 30조원의 배당은 지나치다는 것이 삼성 안팎의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경쟁력의 원천 중 하나는 선제적인 시설 투자"라며 "해마다 수십조원 규모의 시설 투자는 물론 연구개발(R&D) 투자도 필요한 상황에서 현금 30조원 배당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최근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를 인수한 것은 물론, 럭셔리 가전업체 '데이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모바일 간편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 등 미래성장동력으로 판단되는 기업들을 잇달아 사들였다. 앞으로도 M&A를 위한 실탄 확보가 필요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를 안 하면 몰라도 30조원을 배당하라는 건수용하기 힘들다"며 "외국인 지분율이 50%가 넘는데 그렇게 하면 국부 유출 논란도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나스닥 상장 역시 그동안 외국계 투자자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다. 기업가치나 자금 조달의 용이성은 높아지겠지만 미국 시장의 각종 규제에 따른 기회비용도치러야 한다. 외국자본의 공격에 더 취약해질 수도 있다.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도 삼성전자로선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번 엘리엇의 제안을 ƈ차 공격'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너(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인정한다며 삼성전자의 뛰어난 성과에찬사를 보낸다는 유화적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면서 삼성 측과 전면전에 나섰던 엘리엇의 전력이 삼성에게는 트라우마인 셈이다.
여기에 엘리엇의 정체성이 본질적으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헤지펀드라는 점도 이런 경계를 늦추지 못하게 한다.
시장에서는 엘리엇이 구체적 행동에 나설 시점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로관측한다.
법률상 이달 27일 임시 주총에선 엘리엇이 주주제안(주총 의제·의안 제안) 등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3월이면 자격을 갖추게 된다. 이미 확보한 0.62%의 지분이면 또 이사 해임 청구, 회계장부 열람, 대표소송 제기 등을 할 수 있다.
엘리엇 스스로 지분을 확대하거나 우호지분 세력을 규합하면 임시주총을 소집(지분 1.5% 이상)할 수도 있다. 엘리엇의 운용자산 규모는 30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번 엘리엇의 제안이 배당의 대폭 확대와 주가 상승을 겨냥한 것이어서 일반투자자에겐 아주 매력적인 요구란 점도 삼성전자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엘리엇에 동조하는 주주들이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전자 지분 0.12%를 쥔 영국의 헨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가 엘리엇의제안을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하고 나섰다. 삼성전자의 전체 외국인 지분은 50.72%에달한다.
또 내년 3월쯤이면 삼성전자도 어떤 형태로든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일각에선 헤지펀드들의 주도면밀함에 비춰 엘리엇이 이미 자신들이 행동에 나섰을 때 이에 동조할 우군을 상당수 확보하고 공식 행보에 착수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내년 정기주총 때 엘리엇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규합한우호세력들과 함께 삼성전자와 또 한 번 표 대결을 연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엘리엇으로서는 삼성전자가 요구를 충분히 들어주지 않을 경우 다른 펀드들과 연합하든, 스스로 지분을 추가로 사든 해서주총으로 가는 시나리오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주총에 간다면 삼성전자 이사회가 제시할 안건이 엘리엇의 제안에비해 얼마나 주주들한테 우호적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총에서의 표 대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의견들도 있다.
이상헌 연구원은 "삼성물산 때처럼 (공격적으로) 할 생각이라면 애초부터 세게나왔을 것"이라며 "대화가 되게 하려고 삼성전자가 가려운 데를 긁어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따라서 엘리엇이 요구사항을 전면 관철하기보다는 배당을 극대화하고 주가를 끌어올려 차익을 최대한 실현하는 선에서 삼성전자와 협상을 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엘리엇의 목적이 기업 경영 관여는 아니고 결국 높은 수익률인데 그를 위한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엘리엇이 이미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을 통해 "무리하게 진행해선 일이 안된다는 경험이 있는 만큼 전면적 대결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노리는 것은 결국 수익"이라며 "이미 주가가 올랐지만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고 어느 시점쯤 엘리엇은 슬그머니 차익을 실현한 뒤 빠질것"이라고 관측했다.
sisyph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