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아는 분 없나요"…재계, 트럼프 인맥 찾기 비상

입력 2016-11-09 16:48  

대우와 특별한 인연…뉴욕과 여의도 등에 트럼프 브랜드 건물 건축두 차례 한국 방문…"한국 부동산 매력" 언급했으나 실제 투자는 안 해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재계의 트럼프 후보 인맥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정·관계나 외교 분야와 마찬가지로 재계에도 트럼프 측과의 인연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재계 쪽도 인맥 구축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주요 수출 시장인 한국으로서는 미국 정가와의 인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자와 인연을 가진 재계 쪽 인사는 특별히 얘기를 들어본 바 없다"며 "이제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새로운 인맥을 구축하기 위해 접촉을 늘려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례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 재계의 소문 난 미국통이다. 특히 민주당과 인연이 깊다. 2003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초청을 받아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힐러리 클린턴을 만난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김 회장은 당시 한국에 온 클린턴 전 대통령과 프라자CC에서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황영기 당시 삼성증권 사장(현 금융투자협회장) 등과 함께 골프를 치며 우애를 다졌다.

구본무 LG회장의 경우 곧 전임 대통령이 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구 회장은 2010년 7월 LG화학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환담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2009년 1월 말 국내정치인 중 최초로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만나 취임을 축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3월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 때 한국외대에서강연을 마친 뒤 정 이사장과 악수를 나누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도 혜성처럼 등장해 처음 당선된 8년 전에는 국내 정·관·재계에 별다른 인맥이 없어 인맥 구축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 역시 잘 알려진 국내 재계 인사를 찾기 쉽지 않아 기업들은 그와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는 과거 대우그룹과 인연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당시 대우그룹의 건설회사였던 ㈜대우의 건설 부문(현 대우건설)은 부동산 개발업자인 트럼프와 공동으로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인근에 초고층 건물인 '트럼프월드타워'를 건설했다.

지하 2층, 지상 70층에 376가구 규모의 최고급 콘도미니엄(분양 아파트)과 헬스클럽, 고급 식당 등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었다.

트럼프가 부지를 제공하고, 대우건설이 공사했다.

이 사업은 총 2억4천만 달러를 투입해 착공 3년 만인 2001년 10월 완료됐고 분양도 순항해 트럼프와 대우건설 모두 순익을 챙긴 성공 사례로 남아 있다.

대우건설은 외환위기 중이던 1999년 부유층을 겨냥한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트럼프와 다시 인연을 맺었다.

타사의 주상복합과 차별화되면서 고객의 관심을 끌 만한 이름을 찾던 중 한 임원이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을 사용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사내 회의 석상에서 나온 이 아이디어는 ㈜대우의 뉴욕지사장을 통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트럼프와 직접 협상을 벌여 대우건설이 '트럼프'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당시 대우건설에서 이 사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아파트 설계를 맡았던 설계사무소 소장과 뉴욕지사장이 아파트의 설계와 서비스 등을 트럼프 앞에서 직접 설명하고 브랜드 사용 합의를 얻어냈다"며 "이미 뉴욕에서 양사가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터라 어렵지 않게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옛 석탄공사 부지에 지어진 '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 아파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해외 기업이 트럼프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여의도 트럼프월드가 처음이다.

이 아파트에는 대우건설이 뉴욕의 트럼프월드타워 사업을 공동추진하며 얻은 노하우가 집약됐다.

아파트 한 층 전체를 스포츠센터와 수영장, 연회장, 독서실 등 주민편의 공용시설로 운영하고 1층에는 호텔식 로비를 도입해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선진 운영·관리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초고층 주상복합은 '철골조'로 지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설계 평면이나 거주편의성이 뛰어난 '철근 콘크리트(RC·Reinforced Concrete)조' 공법을 도입한 첫 사례이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트럼프월드 1차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듬해인 2000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체육관 부지에 대우 트럼프월드 2차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서울 용산구 한강 대우 트럼프월드 3차(2001년 분양), 부산 트럼프월드 센텀(2003년), 부산 트럼프월드 마린(2004년), 대구 트럼프월드 수성(2004년), 부산트럼프월드 센텀2차(2004년)까지 총 7개 프로젝트에서 트럼프 이름을 사용했다.

대우건설은 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 사업으로 도널드 트럼프 측에 총 84만 달러를 주는 등 7개 사업장에 대해 총 600만∼700만 달러의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우건설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초반에 부동산 재벌로 알려진 트럼프의이름을 아파트명에 사용하면서 인지도를 넓히는 데는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이후고급 주상복합아파트라는 주거형태가 일반화되면서 더 이상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할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2000년 중반부터는 자체 제작한 이름(월드마크)을 사용하게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6월 대우그룹의 초청으로, 1999년 5월에는 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 분양을 홍보하기 위해 두 차례 내한하기도 했다.

첫 번째 방한에서 대우중공업의 거제 옥포조선소에 들러 "개인 요트로 사용하기위해 구축함 1척을 발주하겠다"는 발언을 해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으나 실제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두 번째 방한에서는 "한국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매력적인 면이 있다. 기회가되면 부동산 개발 사업에 진출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실제 투자한 사례는 없다. 5년간 대우건설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만 받아갔을 뿐이다.

sisyph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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