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검찰 거론 대기업들 "강요에 못 이겨…"(종합)

입력 2016-11-20 14:20  

ྂ억 추가기부' 롯데, 뇌물죄 피하자 안도…포스코·KT "수사중" 말 아껴

20일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주요 대기업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면서 말을 아끼면서도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등의 '강요'에 못 이겨 요청을 들어줬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현대자동차[005380]는 이날 검찰 발표에서 최순실 씨의 지인 회사로부터 11억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받고 차은택 씨 광고회사에 62억 원 상당의 광고를 밀어준 것으로 드러나자 "안종범 전 수석의 '검토요청'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대차[005380] 고위관계자는 "안 전 수석이 브로슈어 같은 것을 주면서 '한번검토해달라'고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 그걸 무시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하지만 두회사에 돌아간 이득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 현대차는 안 전 수석으로부터 사실상의 '강요'를 받고 공기청정 기능과 관련한 흡착제 생산업체인 KD코퍼레이션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11억 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현대차는 최순실 씨 지인이 운영하는 이 업체의 생산 제품에 대한 평가를 해보니 수입품이었던 기존 제품과 비교해 24% 비용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차은택 씨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 원 상당의 광고를 몰아줬다는검찰 발표에 대해 현대차 측은 "업체 선정은 경쟁 입찰을 통해서 했다"며 "62억 원중 대부분은 언론사에 지급된 광고료이고, 플레이그라운드에 실제로 돌아간 돈은 수수료 등 13억 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이 포스코[005490] 계열사였던 광고업체 포레카를인수한 컴투게더 대표를 상대로 포레카의 지분을 양도하도록 강요하다 미수에 그쳤다는 검찰 발표와 관련, 포스코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는 곤란하다"면서 "앞으로 성실하게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최 씨와 안 전 수석은 또 포스코를 상대로 직권을 남용해 펜싱팀을 창단하도록하고 최 씨가 운영하는 더블루케이가 펜싱팀의 매니지먼트를 맡기로 약정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검찰 발표에서는 포스코 경영진이 포레카 매각 관련 초기 작업부터 최 씨측과 공모했다는 의혹은 언급되지 않았다. 2014년 권오준 회장 선임 당시 최 씨 측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일각의 주장도 발표문에서 제외됐다.

검찰 수사에서 최순실 씨가 임원급 인사에 간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KT[030200]는 "관련 인물들이 모두 퇴사해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KT 관계자는 "관련된 인물들이 모두 퇴사한 데다 아직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추가 수사 협조 요청이 오면 성실히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T 다른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좋아 분위기가 고무돼 있었지만, '비선 실세'의이권 개입 사건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꺾였다"며 "검찰 수사가 한 단계 마무리된 만큼 그간의 의혹을 털어내고,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KT는 차은택 씨와 최 씨가 추천한 2명을 광고 발주를 담당하는 전무와 상무보로채용하고, 차 씨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조사됐다.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 70억 원 추가 기부와 관련, '뇌물죄' 관련 혐의가 언급되지 않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날 검찰은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혐의의 하나로 "두 사람이 직권을 남용해 롯데그룹을 상대로 최순실이 추진하는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교부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는 "전경련을 통해 이미 K스포츠나 미르재단 설립 당시부터 청와대의 뜻이 반영됐다는 것을 전달받은 상태였고, K스포츠재단이 집요하게 다른 5개거점도 기업들이 다 참여하는데 롯데만 안 할 것이냐는 식으로 압박해 거부할 수 없었다"며 '피해자' 입장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스포츠재단이 롯데에 70억원을 돌려준 시점이 검찰의 롯데그룹 압수수색(6월 10일) 하루 전인만큼, 당초 검찰 수사를 피하려고 롯데그룹이 실세 최순실 씨 측에 돈을 건넸다가 일이 꼬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월 말~3월 초 신동빈 롯데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따로 만난 사실도 추가로확인되면서, 70억원의 '대가성'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검찰은 롯데의 70억원 추가 출연에 대해 최 씨와 안 씨의 '직권 남용'의 근거로만 언급하고,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관계자는 "계속 우리가 해명한 대로 70억원 추가 출연은 대가성이 없는 기부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기금 출연에 대가성이 있었다면지난해 롯데 잠실면세점이 탈락하고 올해 검찰 수사를 4개월이나 받는 등 그룹의 위기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특검 수사나 국회의 국정조사 과정에서 롯데 등 대기업과 최순실씨 측 및 청와대 사이 모종의 '거래'가 확인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freemo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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