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졸업생서 글로벌기업 CEO로…'한우물' 세탁기박사 조성진(종합)

입력 2016-12-01 16:35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개인사와 제품 개발에 얽힌 비화 등을 추가해 기사를 보완함.>>LG 첫 고졸 출신 부회장…올해 입사 40주년으로 현역중 가장 오래 회사 생활1988년 DD모터 개발로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1위로 우뚝 세워

1일 단행된 LG전자[066570] 인사에서 부회장이자 CEO(최고경영자)로 승진한 조성진(60) 전 사장(H&A사업본부장)은 LG그룹에서 '고졸 신화'로 통하는 인물이다.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1976년 9월 당시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이래2007년 부사장(세탁기사업부장), 2013년 사장(HA사업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LG그룹내 첫 고졸 출신 부사장·사장에 올랐고, 이번 승진으로 첫 고졸 출신 부회장이란기록까지 쓰게 됐다.

또 국내 10대 기업 임직원 중 고졸 출신으로 처음 부회장에 오른 인물이란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고졸이란 핸디캡을 딛고 샐러리맨에서 출발해 국내 굴지의 기업 CEO가 됐다는점에서 그의 이번 승진은 재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고교만 졸업해도 능력과 성과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는 또 구본무 LG 회장의 성과주의·실용주의 인사 철학의 반영이라고 재계는풀이한다.

사실 조 부회장은 고교 진학도 포기할 뻔했다. 도자기 장인이었던 부친이 중학교만 졸업한 뒤 가업인 요업을 잇기를 바랬던 것이다. 하지만 조 부회장은 요업과공업계 고교가 관련이 있다고 설득해 겨우 용산공고에 진학했다.

올해는 또 조 부회장이 입사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여서 개인적으로 각별한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무 살에 입사해 환갑을 맞으면서 LG전자의 현역 임직원중 가장 오래 회사 생활을 한 사람이 됐다.

조 부회장은 LG전자에서 '세탁기 박사'로 통한다.

입사 동기들이 선풍기 개발실을 선호할 때 그는 세탁기 설계실을 택했다. 당시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 됐는데 세탁기가 대중화될 것이란 확신에 따른 선택이었다. 세탁기가 빨래를 하는 동안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다른 일을 할 수 있다고 봤기때문이다.

그렇게 맺은 세탁기와의 인연은 2012년까지 36년간 지속됐다. 2013년 생활가전전반을 책임지는 H&A사업본부장에 부임한 후 세탁기 분야의 Ƈ등 DNA(유전자)'를 다른 가전 사업에 성공적으로 이식했고, 그 결과 올해 역대 최대 성과를 창출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H&A 부문에서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또 초(超)프리미엄 브랜드 'LG[003550] 시그니처'와 프리미엄 빌트인(붙박이 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시장에 안착시켜 브랜드 위상을 한층 격상시켰다는평가를 받는다.

조 사장은 40년 직장 생활에서 가장 인상적인 일로 1998년 세탁기용 DD(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를 개발한 것과 지난해 트윈워시 세탁기를 출시한 일을 꼽는다.

특히 DD 모터 개발은 조 사장 스스로 "(LG전자가) 세탁기 부문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 변곡점"이라고 평가하는 성과다.

DD 모터는 세탁통과 모터를 벨트로 연결한 기존의 세탁기를 넘어 세탁통과 모터가 한몸처럼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세탁 성능은 물론 에너지 효율, 소음 절감등에서도 뛰어나다.

개발은 쉽지 않았지만 회사에 침대와 주방 시설까지 갖춰놓고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으며 매달린 끝에 마침내 1998년 세계 최초로 DD 모터를 적용한 세탁기를 상용화했다. 일본에 대한 기술종속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10여 년간 150번 넘게 일본을 드나들며 밑바닥부터 배울 기술과 부친이 도자기굽는 모습을 지켜보며 배운 인내, 집념, 제품 완성도에 대한 집착 등이 큰 밑천이됐다.

드럼 세탁기 아래에 소용량의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해 한꺼번에 두 번 빨래할수 있는 트윈워시도 그가 '자식처럼 아낀다'고 표현하는 제품이다.

'혁신적인 가전제품이 더 나은 삶은 만들어준다'는 혁신 철학에 따라 끊임없는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내놓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8년간 150명 이상의 개발 인력, 200억원 가량의 비용을 투입했다. LG 세탁기 역사상 개발 기간·인력·투자에서 최대기록이다.

세계 최초의 듀얼분사 스팀 드럼세탁기, 6가지 손빨래 동작을 구현한 ƌ모션'세탁기도 그의 손끝에서 나온 혁신 제품이었다.

H&A사업본부장 취임 후에는 지속적인 R&D 투자, 5대 사업부(냉장고·세탁기·에어솔루션·키친패키지·컴프&모터) 중심의 고도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안정적 수익구조를 기반으로 LG전자 생활가전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 한국·미국의 프리미엄 빌트인(붙박이 가전)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출범도 그의 작품이다.

또 스마트 가전에서부터 딥 러닝, 지능화 등이 가능한 생활로봇에 이르는 스마트홈 로드맵을 바탕으로 스마트홈 조직을 대폭 키우고 인공지능(AI) 개발 전담조직도 구축하고 있다.

내년에는 출시하는 모든 가전제품에 무선랜(Wi-Fi)을 탑재해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다양한 스마트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세탁기 박사를 넘어 '가전의 장인(匠人)'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곡절도 있었다. 2014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005930]의 세탁기와 건조기의 도어 연결부위(힌지)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면서 본의 아니게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다행히 2년여 만인 올해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조 부회장으로서는 올해 여러 경사가 겹친 셈이다.

CEO 승진과 함께 그의 어깨에 실린 짐은 더 무거워졌다.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를 좀 더 시장에 깊이 착근시켜야 하고, 부진한휴대전화 사업(MC사업본부) 쪽도 빠르게 일정한 궤도로 끌어올려야 한다.

신성장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자동차 전자장비(전장·VC사업본부) 사업의 매출을부쩍 키워 비중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올라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의 세계적인 전장 업체 하만(Harman)을 전격 인수하면서 이 분야 강자로 급부상한 것도 LG전자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조 부회장은 "내 목표는 LG 브랜드를 고객이 열망하는 글로벌 1등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라며 "또 LG전자의 전 사업에 1등 DNA와 혁신 DNA를 이식해 모바일, 에너지, 자동차 부품에서도 생활가전에서와 같은 신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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