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사장 김재현)가 ‘에코시티’(Eco-city) 건설을 추진한다. 생태환경을 최대한 살린 새로운 개념의 ‘에너지절약형’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추진대상은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등이다. 에너지절약형 도시란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로 사용으로 인한 환경공해를 줄이는 대신 가용자원·에너지를 최소화해 자연친화적으로 만든 도시를 말한다. 김재현 토공 사장은 “고유가에 대비하면서 생태환경을 최대한 보존하고자 에너지절약형 도시모델을 만들었다”며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김포·양주 등 제2기 수도권 신도시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에코시티’에 따르면 하수처리시설은 ‘완전 지하화’된다. 그간 하수처리장은 악취와 소음 등으로 대표적인 혐오·주민기피시설로 꼽혀왔다. 택지개발이나 신도시건설 때 주민반대가 거셌다. 때문에 도시 외곽지역이나 각 지자체의 기존시설에 통합·설치되는 게 관례였다. 토공은 이 문제를 ‘지하화’로 풀었다. 하수처리시설을 지하에 설치하면 악취·소음 제거는 물론 도시 미관이 한층 개선된다. 더불어 지상 활용도도 높아진다. 가령 축구장·골프장·수영장 등 각종 수익사업모델을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또 재생된 물로 생태연못을 조성하거나 생태학습장을 운영, 주민편익을 증진시킬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토공은 앞으로 하수종말처리장을 ‘물재생센터’로, 하수처리장을 ‘물재생시설’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경제적 비용과 유지관리기술의 첨단화란 과제에도 불구, 경제·사회적 비용절감 효과와 주민기피 현상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중수도시스템도 도입된다. 중수도란 상수도와 하수도 중간에 위치한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중수도처리시스템은 한 번 사용한 수돗물을 생활·공업용수 등으로 재활용하도록 다시 처리하는 시설이다. 중수도시스템이 적용되면 재생한 물을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 수세식 화장실용수나 에어컨 냉각용수, 청소·세차·살수·조경·소방용수 등으로 광범위하게 쓸 수 있다. 수돗물소비량과 하수발생량을 줄여 수질보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상수공급량 감소로 댐건설 수요를 절감, 갈수기 물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도 있다. 현재 중수도처리는 비주거용 상가건물에 일부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단지 전체에 중수도처리시스템이 도입된 곳은 없다.
한국의 경우 중수도 상황은 외국에 비해 보편적이지 않다. 대전 정부3청사를 비롯해 정부청사에도 최근 들어 중수도 보급을 적극적으로 설치·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은 민간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곳이 잠실롯데월드, 신라호텔, 삼성전자(기흥), 포스코빌딩 등과 일부 골프장이다. 골프장의 경우 살수용수로 사용하며 그밖에는 대부분 화장실 세정수로 이용한다. 롯데월드 등 대부분의 중수처리시설은 활성슬러지법 내지는 이를 응용한 종래의 오수처리법을 채택 중이다. 포스코 서울경영정보센터에선 막분리를 이용한 중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의 대부분 중수도시설은 롯데월드나 인터컨티넨탈호텔처럼 비주거용 상업용 건축물에 주로 설치돼 있다. 산본신도시 주공아파트처럼 주거용인 경우와 비교하면 중수의 경제성 차이는 상하수도요금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적용한 중수처리공정 중 생물학적인 주 처리공정을 운영하는 경우 중수생산비용은 대체로 ㎥당 400~700원 수준이다. 현재 중수도를 계획 중인 대표적인 곳은 인천국제공항이다. 신공항에 도입될 중수처리시스템은 몇몇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한다. 여객터미널, 부대건물 등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를 생물학적 유기물, 질소·인 처리공정(연속회분식반응조)으로 여과한 뒤 세정 및 수질감시설비 등을 거쳐 청소용수와 조경용수로 사용할 계획이다. 용량은 하루 2만㎥이다.
한편 미국은 중수도를 적극 활용해 왔다. 미국은 이미 1926년부터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시작했다. 대부분 용수 확보가 곤란한 애리조나 및 텍사스주와 같은 남부 및 남서부지역에서 실시됐다. 플로리다 및 남부 캐롤라이나와 같은 습윤지역에서도 수질오염 방지를 목적으로 적용 중이다. 미국의 재이용 특징은 보건위생상 처리수를 주로 관개용이나 공원, 골프장의 살수용수와 같은 비음용수로 이용돼 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덴버처럼 용수원의 확보가 어려운 일부 지역에서는 음용수로도 재이용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른바 ‘바람길’도 적극 조성된다. 도시계획 때 계곡·골짜기 등 녹지축을 보존해 바람이 부는 방향과 평행하게 건축물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풍향의 바람길을 따라 바람이 지나갈 수 있다. 도시의 이산화탄소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고층건물로 인한 열섬현상을 막을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하절기 상당한 규모의 전력수요를 줄이게 된다. 빗물 역시 ‘에코시티’의 주된 관심사다. 장마철 빗물이 넘치기 쉬운 도로변에 빗물 저장시설을 설치해 나중에 조경수로 활용한다는 시나리오다. 도시를 관통하는 실계천은 청계천처럼 물길을 노출시켜 환경친화적인 자연경관을 형성하는 건 물론 집수된 빗물을 도시관리(홍수 및 지하수 고갈 방지 등)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에코시티’에선 자연력도 적극 이용된다. 건물·도로 등 주요 시설물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전력 및 온수를 공급하게 된다. 건축물 옥상엔 담쟁이 등으로 녹화작업을 실시해 열손실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역시 폐기물 소각 후 발생하는 폐열은 자체난방과 공중사우나 등 여가시설에 활용된다. 자동차 사용도 최대한 줄일 방침이다. 직장과 주거지를 한군데로 묶는 자족도시 건설로 통근거리를 줄이는 한편 자전거도로망을 구축해 단거리 녹색교통수단을 적극 권장할 계획이다. 토공 관계자는 “태양열·풍력·연료전지·수소발전·바이오매스·지열·조력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보급비율을 높여 지속가능한 도시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토공은 에너지절약형 도시 조성기법의 발굴과 개발에 한층 역점을 둘 방침이다. 토공이 조성하는 도시에 에너지절약형 기법을 적극 도입하는 건 물론이다. 더불어 홍보와 차별화 선점을 통해 에너지절약형 도시의 브랜드화에 나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토공 관계자는 “에너지절약형 도시조성을 통해 편리·쾌적성을 높이고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향상시킴으로써 토공의 경쟁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사한 외국사례로는 핀란드의 비키(Viikki)나 브라질의 꾸리지바(Curitiba) 등이 대표적인 에코시티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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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돋보기 ] 일본의 중수도 적용사례
80년대 실용화… 후쿠오카·도쿄 대표적
1970년대부터 연구가 진행된 빌딩배수 재이용은 70년대 후반에 ‘Pilot Plant’를 건설해 각 처리공정에 대한 처리효율 등을 파악한 뒤 80년대부터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70년대 후반에 최적 처리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나 지방공공단체들의 협력으로 오사카 시내와 수도권지역 등에서 여러 공정으로 실증실험을 수행했다. 처리효율 실험 및 처리방식의 고찰, 수세식 변소에서의 위생실험, 배관에서의 부식실험 등이 대표적이다. 실험으로 입증된 결과를 바탕으로 80년에는 재이용시스템의 도입이 활발해졌다. 일본에서 빌딩에 적용한 중수도 사례는 65년 10건에서 87년 79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하는 시범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수처리수를 도시용수로 공급하는 광역중수도시스템의 대표적인 예가 후쿠오카와 도쿄다.
▷후쿠오카 = 하수처리수를 잡용수 등으로 순환이용하는 사례로는 79년부터 후쿠오카에서 실시한 하수처리수 순환이용 모델사업을 들 수 있다. 수자원이 부족한 후쿠오카의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하수처리수의 재이용을 계획했다. 일종의 모델사업으로 정부 차원에서 착수했으며 하수처리수를 수자원으로 이용하는 일본 최초의 본격적인 시도다. 사업개요는 시의 중부하수처리장 처리수를 중심으로 재개발지구의 주요 수세·화장실용수로 이용하는 것이다. 계획수량은 하루 3,000㎥ 정도이나 현재는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하루 200㎥ 정도의 처리수 송수를 모델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80년 6월부터 일부 물을 통수하기 시작했다.
▷도쿄 = 도쿄도 내의 개별순환 및 지구순환 방식에 의한 배수 재이용시설 설치 건축물은 92년 말 l96건이라고 파악됐다. 이중 개별순환 방식으로 가동 중인 게 l2l건이고 지구순환 방식은 2l개 지구 75건이다. 도쿄는 이미 공업용수도의 수원으로 64년부터 하수처리수를 활용해 왔다. 강동지구 공업용수도가 그것으로 애초 미카와지마(三河島), 스나마치(砂町)의 처리수 일부를 재처리해 원수로 활용했다. 이것과 병행해 수요억제로 물 절약을 호소하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절수기기를 보급했다. 도쿄의 경우 변칙적이긴 하지만 관계기관의 승인하에 도직영(都營)공업용수도의 잉여수 활용과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전용 잡용수도의 이른바 선구적인 시행이란 의미를 갖는다. 73년 이래 공업용수도 급수지역에 일반빌딩 및 공동주택의 잡용수 이용을 추진해 왔다.
전영수 기자 ysjeon@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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