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의 히말라야 다이어리 ⑭] 길이 끝나는 곳엔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

입력 2014-09-26 09:48   수정 2014-09-26 09:48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방면으로 등정을 할 때에는 란드렁(Landrung)을 거쳐 지누단다로 올라갔지만 하산할 때에는 간드렁(Ghandrung)을 거쳐 가기로 한다. 조금이라도 더 다양한 안나푸르나 계곡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한 노력이다.

간드렁에서는 안나푸르나 5대 뷰 포인트(푼힐, 촘롱, 담푸스, 타다파니, 간드렁) 중의 하나라는 푼힐(Poon Hill / 3,210)이 멀지 않다. 푼힐까지는 약 9시간, 마지막 롯지가 있는 고레파니까지는 약 7시간 30분이 걸린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간드렁에서 고레파니 가는 중간의 반탄티 정도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일찍 고레파니에 도착해서 아름다운 푼힐의 일몰과 일출을 지켜 볼 일이다.

푼힐의 일몰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일몰을 보기 위해 푼힐을 오르지는 않지만 푼힐의 일몰은 분명 그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다. 일행은 간드렁에서 비렌탄티로 향한다. 이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도 거의 끝자락에 와있는 셈이다.

킴체(Kimche)에서 샤우리바자르(Syauli Bazar) 그리고 다시 침롱(Chimrong), 비렌탄티 (Birenthanri)로 가는 길은 편안하고 깨끗한 길이다. 다소 지루하기는 하지만 침롱을 지나서부터는 평지같은 길을 수다를 떨면서 때로는 차 한 잔을 사 마시면서 여유있게 걸어갈 수 있다. 언제 고소증세를 겪었냐는 듯 가볍게 길을 걷는다.

보통 7박 9일이 소요되는 ABC 패키지 프로그램 중에 트레킹 하는 날짜는 총 6일이다. 오름길이 3일(각각의 트레킹 시간은 6시간, 8시간, 8시간 시간 정도가 소요), 오르고 내리는 어택(attack)이 하루(7시간), 내림길이 이틀(9시간, 7시간)이다.

6일간의 트레킹. 나중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하는데 약 11일이 소요되고 나홀로 랑탕 트레킹을 하는데 8일,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을 하는데 열흘 정도가 소요된 것을 생각하면 6일간의 트레킹은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로 치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오랜 기간의 산행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능선산행인 지리산 종주의 경우에도 2박 3일 정도면 산행이 끝난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더러 3박 4일 동안 종주를 하시기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4일이다. 지리산 주능선에 서북능선과 동남능선이 합쳐진 90킬로미터 거리의 지리산 태극종주를 잠을 자면서 가더라도 3박 4일에 끝내는 것을 생각하면 6일간의 산행, 그것도 설산을 바라보면서 걸었던 시간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안나푸르나 입산 체크 포스트가 있는 비렌탄티에서 맛있게 점심식사를 먹고 나야풀로 하산한다. 나야풀에서 그동안 함께 산행했던 일행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들었던 가이드 포터들과 석별의 정을 나눈다. 우리 일행은 팁을 현찰로 주지 않고 각자 집에서 입지는 않지만 깨끗한 옷을 한 벌씩 가져오고 그 옷들을 모아서 대표자에게 나누어 입으라고 전달했다. 옷 가지들을 나누어 받은 가이드와 포터들은 무척 기쁜 표정이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의 끝. 그것은 내게 또 다른 트레킹의 시작을 의미했다. 일행과 헤어져 내일은 다시 안나푸르나 최고의 일출을 지켜볼 수 있다는 푼힐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 15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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