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의 에베레스트 다이어리 16] 에베레스트의 추억 남체바자르에 담다

입력 2014-09-26 10:10   수정 2014-09-26 10:10


3월3일 화요일 ~ 3월4일 수요일

오늘은 텡보체를 떠나 아름다운 산중도시 남체바자르로 가는 날이다. 등산 트레킹 때도 그랬지만 이 구간은 바람이 줄곧 많이 부는 곳이다. 먼지까지 뿌옇게 날리면 피할 데 없는 등산로에서 모래먼지를 그대로 맞게 된다. 해발고도가 낮은 곳으로 내려오니 기온이 따뜻해진다. 더워서 고어텍스를 벗어버렸더니 미드 레이어 자켓(Mid Layer Jacket)으로 흙먼지가 파고 들면서  마치 모래자켓을 입은 것처럼 답답하다.

일행의 컨디션이 좋지않아  쿰중에 가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쉬웠다. 쿰중(3780m) 역시 남체바자르만큼 큰 산중 마을이다. 쿰중에서 남체바자르로 가는 길 역시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있다. 쿰중에는 또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세운 학교가 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다음을 기약해 본다.

며칠만에 남체바자르로 돌아오니 여러 번 다녀간 마을에 온 듯 마음이 편안하다. 그도그럴것이 이곳에서는 핸드폰도 사용할 수 있고 가격이 비싸지만 인터넷 통신도 가능하다. 깊고깊은 산중마을에서 이런 문명의 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마을 상공에 정지위성이 떠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체에는 또 여러 개의 제과점과 술집, 상점 등이 즐비하다. 박물관도 있고 셀파기념관도 있다. 고소적응을 하기에도, 하루를 묵어가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이번에는 한국인 트레커에게 추천받은 콩데 뷰 롯지에 묵었다. 역시 이름이 마야인 여주인은 음식을 썩 잘했다. 식당에서 만난 프랑스 할머니 트레커는 환갑이 훨씬 넘은 나이인데 아직도 히말라야를 혼자 트레킹한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은 모두 11일이 걸렸다. 보통 12일에서 13일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하루 정도는 단축이 된 일정이고 그 이유는 보통 이틀이 잡혀있는 고소적응 기간중에 하루를 생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소적응은 충분할수록 좋다. 고소증세가 오기 시작하면 몸이 힘들뿐 아니라 제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고소적응에는 무관심하고 하루라도 빨리 올라갈 생각만 하는 트레커들이 많다.


히말라야에서는 여유를 찾아야 한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등정하는 원정대의 경우에도 베이스캠프까지 고소적응이 잘되지 않을 경우 다시 고도가 낮은 남체바자르까지 내려와 고소적응을 하고나서 등정을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남체바자르에서 그리운 사람들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전화통화도 했다. 보고싶은 사람들 특히 가족과의 전화통화는 트레커들에게 커다란 활력을 안겨준다.  그동안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던 포터 리마와 학반에게 내일 루크라에서 송별 파티를 하자고 했다. 둘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한다.

이제 내일이면 루크라에 도착하고 새벽 비행기로 카투만두로 돌아간다. 귀국일정은 불과 며칠 안으로 다가왔다.

힘들기는 하였지만 설산과 고산의 매력을 고스란히 안겨준 에베레스트 트레킹.

트레킹도 트레킹이었지만 내면의 세계와 대화했던 페리체에서 토클라 가는 길, 수없이 많은 산악인들이 지나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에베레스트와 눕체, 로체가 한 가득 시야에 들어왔던 칼라 파트라 피크, 끝없이 드넓은 평원이 이어지던 딩보체 가는 하산 트레킹, 시시각각으로 모습이 변하던 아마다블람과 촐라체의 아름다운 모습, 콩데와 남체바자르 전망대의 멋진 일출, 트레킹 길에서 만났던 순박하고 정감 넘치는 네팔리들의 모습들…

아름다운 설산의 나라, 수 만 가지의 신화가 얽히고 설키어 전설을 만들어 낸 나라, 세계 각국의 산악영웅들과 전설적인 셀파들의 역사가 살아있는 나라, 히말라야 공화국 네팔.

이제 이곳을 떠나면 언제 다시 설산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곧 다시 올 수도 있겠지만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남체바자르의 밤은 깊어만 가는 가운데 에베레스트의 추억들이 가슴 한 가득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성률의 에베레스트 다이어리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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