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유타대학의 연구진은 복부비만이 불임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불임관련 저널 최신호에서 밝혔다.
남성이 비만할수록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고 성호르몬결합단백질(SHBG)이 감소하면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증가한다. 과잉 축적된 지방조직에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어 내분비 대사에 교란을 일으키고 외부 독성물질이 축적되는 창고로 작용하면서 불임 위험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
복부비만의 정도가 심할수록 남성호르몬 수치가 감소하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 정자생성에 영향을 주어 정자의 숫자나 활동력을 떨어뜨린다. 성호르몬 대사의 균형이 깨지면 성욕이나 발기부전에도 영향을 준다. 정력 감퇴가 단순히 세월 탓이 아니라 불룩 튀어나온 뱃살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뱃살은 성호르몬만 교란시키는 것이 아니다.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혈관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혈관노화를 촉진시킨다. 발기부전은 혈관 기능이 떨어져서 발생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뱃살을 빼면 정력이 좋아질까? 몇 년 전 미국의학회저널에 실린 이탈리안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보자.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없으면서 발기부전을 가진 35~55세의 뚱뚱한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그룹은 적극적인 식이조절과 운동을 시행하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건강교육만 시행하였다.
2년 후 적극적으로 생활습관을 바꾸게 한 그룹은 체중만 빠진 것이 아니라 발기부전이 개선되었고 1/3에서는 완전히 정상적인 성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혈관내피세포 기능과 혈관염증반응도 개선되어 성생활은 물론 심혈관질환 위험도 낮추는 효과를 얻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고도비만 때문에 위 절제술을 받은 남성 환자들에게서 체중감량 후 불임과 발기부전이 개선되고 성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제까지 복부비만은 대사증후군, 당뇨병,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뱃살을 빼야 한다는 전문의들이 주장에도 불구하고 뱃살은 ‘나잇살’이라고 안일하게 치부하고 봄가을로 보약을 달여 먹고 정력에 좋다는 음식을 열심히 찾아다닌 사람들은 지금부터라도 식사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뱃살을 빼는 시도부터 먼저 하는 게 옳은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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