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1억 연봉을 받기까지는 적어도 십여 년 이상이 소요되며 퇴직 때까지 아예 불가능한 직장도 많다.
그나마도 여성에게는 승진의 차별이나 제약 등 '유리 천장'이 어느 정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화장품 홍보대행사 직원이었던 조희령 씨는 31살의 나이에 화장품 무역상, 이른바 '쁘띠 무역상'으로 변신한다. 회사 생활 중 해외에서 화장품을 수입해서 파는 것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며 소규모로 투잡을 하다 전업 무역상으로 변신한 것.
사업을 시작한 지 6년이 지난 지금은 세이어스(Thayers), 로즈앤코(Rose&Co.) 등 4개 화장품 브랜드로 매월 1~2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꿈의 연봉 1억 원을 상회하는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
그가 이런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불황을 타지 않는 화장품 시장의 특성 덕분이었다.
홍대 한 카페에서 만난 조희령 이사는 "주위 사람들이 제가 화장품을 수입해다 판다고 하면 모두 웃음을 터뜨리더군요"라고 밝혔다. 무역상이 되기 전에는 화장품에 큰 관심도 없었던 터였기 때문이다.
조 이사가 화장품을 본격적으로 수입하기 전 무역상으로 가장 먼저 수입한 품목은 바로 '할리우드 패션 테이프'였다.
이른바 레드카펫의 스타들이 주요부위 노출을 피하고자 드레스 안쪽에 붙이는 실리콘 제품이었다.
홍보를 위해 한 소속사에 연예인 협찬을 한 이후 아슬아슬한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가 이 제품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이 제품이 국내에 수입되기 전에는 여배우들도 청테이프나 문구용 양면테이프로 옷과 살을 고정하곤 했었다.
더불어 수입한 것은 '겨드랑이 패드'. 겨드랑이 땀이 나서 파란 셔츠에 겨땀 굴욕을 당하던 증권.은행가 남성들에게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운 좋게도 한 여성 연예인이 모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난 협찬받는 의상이 찜찜해서 가방 속에 항상 '겨드랑이 패드'를 소지하고 다닌다며 노출해줘 판매를 촉진했다.
'나도 화장품이나 수입해서 팔아볼까(지식공간)'라는 책을 최근 발간하기도 한 조희령 이사는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됐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그럴 때마다 난 모든 사람에게 투잡을 적극적으로 권한다"고 말했다.
그가 투잡을 권하는 이유는 두 가지. 첫째, 무턱대고 사업한답시고 안정된 직장을 버리는 건 무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둘째, 회사 생활이 지겹게 느껴질 때 투잡으로 생활의 활력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희령 이사 역시 회사와 상사에게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아도 퇴근 후 확인해 볼 매출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는 것.
조희령 이사가 '쁘띠 무역상'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지금 남자들은 주로 '얼마를 버느냐'고 묻지만 여성들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조 이사가 책을 낸 것도 이런 이유였다. 사업에 대한 매뉴얼을 상세히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화장품 브랜드를 찾아내 계약을 체결하고 수입/판매하기까지의 과정과 경험을 순서대로 기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체크 포인트는 물론이고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너무도 친절하게 짚어주고 있다.
스킨알엑스 팀장은 "너무 솔직하게 노하우를 공개한 건 아닌지 보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조 이사는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보내게 될 때도 뜨거운 낮에는 주로 마트나 동네 슈퍼마켓을 돌아다닌다. 주로 '구석'이나 '지하'에 위치한 제품 중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제품을 골라 그 회사에 접촉하는 것이다.
'쁘띠 무역상'을 준비하는 이들이 들이미는 브랜드 리스트의 대부분에 대해 조 이사는 'No' '불가능'이라고 말해준다. 기본적으로 당신이 알고 있거나 몇 번 이름을 들어본 브랜드는 거의 100% 국내에 유통중이거나 계약 사인 후 수입될 예정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희령 이사는 스킨알엑스 쇼핑몰이야말로 '쁘띠 무역상'들이 물건을 팔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추천했다.
고객 대부분이 해외 경험이 많은 이들인 데다 다른 사람이 다 쓰는 브랜드보다는 나만 아는 새로운 브랜드를 추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 처음 유통되는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하기 좋다.
물론 제품의 품질이 기본적으로 좋아야 함은 물론이다.
조희령 이사가 해외 화장품을 들여오면서 느낀 점은 '한국에 수입된 화장품은 모두 안전하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한국의약품수출입 협회는 해외 브랜드들도 혀를 내두르며 인정할 정도로 심사와 업무처리가 정확한 것으로 유명하다. 영어로 된 제품 성분 중 하나라도 오타가 있으면 승인 절차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다.
'쁘띠 무역상'은 초기자본 1~2천만 원만 있어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분야다.
조 이사는 '아기 키우다가 다시 일을 하고 싶지만 날 어느 회사에서 받아줄까' 하는 여성들에게 강력히 추천했다. 특히 아기용품 등 내가 좋아하는 품목으로 수입한다면 실패확률이 적다고 조언했다.
수입해서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분야는 바디제품.
우유향이 나는 스코틀랜드 바디제품을 백화점 지하에서 판매했었지만 겨우 손해만 면한 경험이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바디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는 정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주력하고 있는 9가지 향이 나는 토너전문 브랜드 '세이어스'제품을 수입해서 팔면서 한 건도 제품에 대한 불만이 접수된 적이 없었다고 자신했다.
이 제품은 인터넷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애프터쉐이브 대용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군부대에서 주문이 폭주하기도 했다. 연중 베스트셀러는 로즈향, 여름에는 레몬향이 가장 잘나간다고 귀띔했다.
의상학을 전공한 조희령 이사는 앞으로 화장품 이외의 품목에도 눈을 돌려볼 예정이다. 가방을 디자인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풍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풍을 컨셉으로 한 제품도 취급해 보고 싶다고.
"내가 좋아하는 품목은 결국 다른 사람도 좋아할 가능성이 커요. 누가 수입했겠지 하고 지레 포기하지 마세요. 미주나 유럽이 꼭 아니더라도 태국 등 아시아권에도 국내 소개되지 않은 신기한 제품들이 많이 있답니다. 제품을 찾는답시고 부담감을 가지고 외국 여행을 가지는 마세요. 그냥 여행 중 잠시 짬을 내서 구석진 곳에 자리 잡은 '신인'을 발굴하는 재미를 느껴보세요"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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