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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의 출시 첫 달 성적이 수입사인 크라이슬러코리아의 기대에 턱없이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시장에 경착륙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피아트 3개 차종의 2월 판매실적은 89대다. 2월은 판매일수가 짧고 설연휴도 있었지만 피아트는 1월 하순부터 예약을 받아 평월과 비슷한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90대를 넘기지 못한 건 신차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판매목표로 잡은 250대의 3분의 1을 겨우 넘긴 수준인 데다 상당수를 판매사들이 전시용, 시승용으로 구입한 만큼 실제 팔린 차는 훨씬 줄어든다.
피아트의 부진은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 일단 판매가격을 너무 비싸게 책정했다는 것. 주력차종 500의 가격은 2,690만 원, 2,990만 원이며, 500 컨버터블은 3,300만 원, 프리몬트는 4,990만 원이다. 당초 300만~400만 원 낮은 가격을 원했던 판매사들은 최종 가격을 보고 우려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판매목표를 연간 2,800대로 잡았다는 건 피아트가 한국시장을 어설프게 읽고 있다는 방증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피아트 내부에서도 부진을 예상한 징후들은 있다. 신차발표회에서 회사측은 판매목표에 대해 일체 밝히지 않았다. 공식 질문은 물론 개인적인 물음에도 즉답을 피해갔다. 대신 "판매보다 피아트 브랜드를 알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피아트가 무리하게 판매목표를 잡았는데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을 뿐 내부적으론 판매가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란 해석을 내놨다.
피아트의 이 같은 일방독주식 분위기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피아트가 국내에서 언급하는 철학이나 판매정책이 그렇다. 피아트는 스스로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정의했지만 시장에선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피아트가 경쟁으로 지목한 브랜드도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업계에선 "딩황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이탈리아 본국에서도 저평가받고 있고, 주로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피아트가 언제부터 럭셔리 브랜드가 됐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나라에서 성공했다는 자신감만으로 한국시장을 우습게 본다면 그 결과는 첫 달 실적보다 더 나빠질 게 뻔하다"고 충고했다.
피아트 본사가 지난해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 한국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못한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해석되고 있다. 피아트는 2012년 10억4,000만 유로(약 1조 5,386억 원)의 손실을 봤다. 적자가 지속될 경우 크라이슬러 브랜드를 다시 매각할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제대로 된 마케팅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으며, 서울모터쇼 불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후문이다.
판매가 극도로 부진하자 피아트는 당초 7월에 늘리려던 판매사들을 당장 확충키로 하고 모집에 적극 나섰다. 회사측은 까다롭던 판매사 자격조건을 대폭 완화, 자동차 3대만 들어가는 전시장을 갖고 있으면 판매권을 주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정책 변경으로 기존 판매사들의 불만은 팽배해졌다. 형평성이 맞지 않아서다.
영업사원들 사이에서도 불평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부분 크라이슬러와 피아트를 한 공간에서 팔고 있으나 영업사원은 브랜드별 전담제로 운영하라는 게 피아트의 요구였다. 적은 비용에 시너지효과를 기대했던 판매사도 부담이 되지만 크라이슬러보다 판매실적이 부진한 피아트 영업사원들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판매사들은 전시장 분위기가 냉랭하다고 하소연한다.
업계 관계자는 "크라이슬러코리아가 한국의 상황을 모를 리 없을텐데 피아트 요구를 모두 수용했고, 그 결과가 판매부진"이라며 "피아트는 어느 나라에서도 실패한 적이 없어 한국에서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오만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한국시장에서 피아트의 미래는 어둡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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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측은 "2월 판매실적이 내부 목표에 미달하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출범 초기인만큼 판매보다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 등의 질적 성장에 주력한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또 "마케팅 비용이 부족하다는 건 외부 추측일 뿐"이라며 "월별로 다양한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고,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브랜드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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