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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홍 기자 / 사진 이현무 기자] 사랑을 서약하는 청혼의 순간, 낯선 여행지에서의 농밀한 기억, 휴양지에서 발견한 생경한 풍경…. 프랑스 최고급 향수 브랜드의 창립자 아닉구딸은 기쁨으로 충만한 일생의 순간을 ‘향’으로 표현했다. 아닉구딸은 매우 사적인 기억, 시간, 이야기를 향으로 소급해 전 세계 여성들과 공유했고, 그 향수는 작품이 됐다.
1999년, 아닉구딸은 세상을 떠났지만 ‘위대한 유산’은 딸 까밀구딸에게 전수됐다. 기억과 감각에만 의존하여 수기로 조향 노트를 작성하고, 최고급 천연 향료만을 취급하며, 리본 하나까지 손으로 매듭짓는 방식은 오늘날까지 변함이 없다. 지난 4월8일, 아닉구딸의 ‘콜로뉴 라인’ 론칭을 기념하여 10년 만에 내한한 까밀구딸과의 대화를 공개한다.
아닉구딸의 대표 향수 쁘띠드 쉐리(Petite Chérie)는 한국 여배우 ‘고소영 향수’로 유명하다. 전 세계 여성들이 아닉구딸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고객들은 향수에 쓰인 노트를 낱낱이 파악하지는 못해도 향의 퀄리티는 정확히 짚어낸다. 최고급 천연 향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향의 특별함을 감지하는 것 같다. 그리고 조향을 할 때 내가 평상시 쓰고 싶은 향을, 진심을 다해 창작하기 때문이 아닐까.
르 라보, 크리드, 펜할리곤스 등 한국에서 니치 퍼퓸이 인기다. 하이엔드 퍼퓸으로서 아닉구딸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향수 시장이 유행에 따라 급변하면서 비슷한 향으로 채워지고 있다. 재료비를 절감하되 향을 오래 지속시키려는 향수 브랜드의 운영 방식이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최고급 천연 향료로 작업한다. 절대 화학 향료를 섞지 않는다. 향의 고유성이 퇴색되기 때문이다.
어머니 아닉구딸과 당신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최고의 향을 창작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천연 향료에 대한 애착도 마찬가지고. 또한 시장성에 구애 받지 않고 외부의 제재 없이 독자적인 창작물을 위해 작업을 한다는 것이 같다. 어머니의 뜻을 잇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상적인 삶을 구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성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유가 행복의 조건이 아닐까. 진심으로 원하는 바가 아니라면 절대 행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의 삶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유로운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섬이나 별장으로 떠나 자연 속에 머물기도 한다. 또한 어머니가 오랜 시간 투병해서 그 때 무척 괴로웠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일에 부딪혀도 견딜만 하다. 고통이나 문제들은 다 해결책이 있고 인내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아닉구딸의 새로운 콜로뉴 라인 (Les Colog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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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닉구딸은 5월, 오 드 퍼퓸 보다 가볍고 프레시한 콜로뉴 라인(Les Colognes)을 선보인다. 여행지에서의 감각과 영감을 향수로 구현했으며 이는 아닉구딸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정원에서 느껴지는 시트러스 계열의 오 드 아드리앙(Eau d'Hadrien), 프랑스 레 섬의 시원한 바다 내음을 표현한 베티베르(Vetiver), 지중해의 눈부신 오렌지 나무 밭의 향기를 담은 네롤리(Néroli)까지 3종으로 출시된다.
콜로뉴 라인으로 세 개의 향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부드럽고 상쾌한 향이 콜로뉴 라인의 콘셉트다. ‘베티베르’와 ‘오 드 아드리앙’은 본래 아닉구딸이 만들었던 향을 오마주하기 위해 선정했고, ‘네롤리’는 프레시한 이번 테마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보틀 디자인도 모던하다. 하우스의 현대화 작업으로 해석해도 되는가.
각지고 투박한 향수 병은 어머니가 옛날부터 좋아했다. 그래서 조향실에도 항상 비슷한 향수 병이 있었다. 패키지 등 작은 변화라도 아닉구딸 하우스의 스토리를 항상 같이 담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브랜드 역사를 간직하면서 재창조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콜로뉴 라인을 론칭하면서 가장 까다로웠던 점이 있다면?
특히 오 드 아드리앙(Eau d’Hadrien)은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라 콜로뉴로 다루기 예민했다. 기존 향수들의 특징과 매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더 프레쉬하게, 더 모던하게 조향하는 것이 어려웠다.
걱정을 내려 놓아도 될 만큼 향이 근사하다.
감사하다 (웃음)
기억을 재생하는 향수를 선보이고 있다. 혹시 비밀스런 기억을 조향해서 소장하고 있는지.
물론이다 (웃음).
와. 정말인가? 그럼 그 향을 언제 사용하는지만 묻겠다.
아직 만들지는 않았고, 아이디어로 있다. 가족 얘기도 있다. 지금은 나누고 싶은 기억이나 향수가 아니지만 5년, 10년이 지나면 공개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피아니스트 출신 패션 모델이었던 아닉구딸은 세상 모든 향기의 집합소, 프랑스 그라스 지방을 여행하다 자연의 선율을 접했다. 음계를 배열하고 조율하듯 자연만물의 향을 배합했고,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의 향기를 완성해냈다.
까밀구딸은 시향지와 향료, 노트가 펼쳐진 퍼퓸 오르간에 앉아 수제 조향 방식을 고수하며 하우스의 정통을 이어간다. 그리고 오는 6월 아닉구딸 하우스는 섬세함과 우아함을 강조한 리뉴얼 라인을 선보이며 또 다른 기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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