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국토교통부가 택시 기준 바꿔야
-국토교통부, 요금 책정은 자치단체 소관
배기량에 따라 택시 요금이 산정되는 현행 기준이 다양한 친환경 택시 보급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택시 분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해당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배기량별로 요금 차이를 두도록 한 것은 맞지만 자치단체 판단에 따라 요금을 동일하게 책정할 수도 있다고 맞받았다.
24일 택시 업계에 따르면 논란은 현행 택시 요금 산정 과정에서 시작됐다. 현재 택시 요금은 국토부의 택시 분류 기준에 따라 크기별로 자치단체가 정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가 소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제7조에 따르면 택시는 '승용자동차'로 규정돼 있다. 여기서 '승용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 1항에 언급된 '10인 이하를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자동차'를 의미한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는 '승용자동차'를 크기와 배기량에 따라 경형(1,000㏄ 미만), 소형(배기량 1,600㏄ 미만), 중형(1,600㏄ 이상 2,000㏄ 미만), 대형(배기량 2,000㏄ 이상) 등으로 구분한다(표 참조). 하지만 자동차관리법에 구분된 승용차를 택시로 활용할 때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9조에 명시된 구분을 따르게 된다. 해당 시행규칙은 택시의 경우 탑승인원에 따라 5인승 이하와 6인승 이상으로 나눈다. 5인승은 다시 자동차관리법 기준에 따라 경형(배기량 1,000㏄), 소형(배기량 1,600㏄ 미만), 중형(배기량 1,600㏄ 이상)으로 구분되며, 추가적으로 같은 5인승이지만 배기량이 1,900㏄를 넘으면 모범, 3,000㏄ 이상은 고급형으로 나눠져 있다. 이외 6인승 이상 10인승 이하는 2,000㏄ 이상 배기량일 때 대형으로 분류한다.
이처럼 나눠진 택시의 요금 부과는 국토부가 훈령인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 요율 등 조정요령>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 훈령 172호 제4조 <운임 효율의 결정 조정원칙> 5항에 따르면 "소형택시, 중형택시, 대형택시, 모범택시 및 고급택시는 각 기능 및 서비스 수준에 따라 운임 요율 수준에 적정한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는 크기별 요금 차이를 둘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서울시는 현재 국토부 훈령에 따라 배기량 1,600㏄ 미만 소형차는 2㎞ 기본요금으로 2,100원, 배기량 2,000㏄ 미만 중형택시는 2,400원, 대형택시는 4,500원을 적용하는 중이다. 100원씩 요금이 올라가는 구간에서도 소형은 '155m 또는 37초', 중형은 '144m 또는 35초'를 기준한다. 한 마디로 배기량 1,600㏄ 미만의 요금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요금 규정이 때 아닌 논란에 휘말리는 이유는 자동차업계의 엔진 다운사이징 때문이다. 최근 배기량 1,600㏄ 미만이지만 크기는 중형과 같거나 오히려 준대형에 맞먹는 승용차가 출시되고 있어서다. 특히 일부 택시사업자는 LPG 연료 보조금 없이 디젤을 택시로 사용하려 해도 배기량 기준에 막혀 소형차 요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수입 디젤차 가운데 배기량 1,600㏄ 미만의 고효율 차가 많이 있는데, 크기는 그랜저급"이라며 "외형은 분명 중대형인데, 요금을 소형차로 받는다면 제 아무리 고효율이라도 디젤택시를 구입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LPG처럼 연료 보조금을 받지 않아도 디젤 택시의 경제성이 높다는 인식이 넓어지는 중"이라며 "배출가스 규제에 따라 저배기량 차종이 많이 등장하는 시점에 배기량으로 택시의 크기와 요금체계를 구분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 되짚어 볼 때"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택시정책팀 관계자는 "국토부가 정한 법 테두리 안에서 요금을 차등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금액 설정만 자치단체 소관일 뿐 배기량별 구분은 국토부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만약 배기량 1.6ℓ 디젤 엔진을 탑재한 중형차를 택시로 사용한다면 자치단체가 국토부 훈령을 유권으로 해석하면 된다"며 "저배기량이지만 친환경이고, 이용자가 불편을 느끼지 못하면 자치단체가 소형과 중형의 요금을 동일하게 책정해도 무방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국토부가 훈령에 택시별로 운임의 적정한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명시한 만큼 해당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자치단체가 스스로 차등을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재반박했다. 국토부가 정한 요금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치단체는 금액을 정하는 역할이고, 차등을 해소하려면 국토부가 훈령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국토부는 현행 훈령 안에서 자치단체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유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요금 차등은 자치단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팽팽한 의견 접전이 펼쳐지면서 다양한 연료 및 종류의 택시 도입은 사실상 원천 차단되고 있다. 더불어 해외에선 일반화 된 하이브리드 또한 택시로 사용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디젤 하이브리드가 많이 등장할텐데 배기량이 작아 요금을 소형으로 받는다면 초기 구입비가 비싼 디젤 택시를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디젤에 연료 보조금을 주지 않더라도 요금은 중형 또는 모범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 제도 하에선 현대차가 쏘나타 2.0ℓ LPG 엔진을 줄여 효율 좋은 1.6ℓ 터보로 택시를 바꾼다 해도 요금 때문에 구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1.6ℓ 중대형 택시가 없는 만큼 택시로 활용하는 사업자가 나타나고, 필요가 제기되면 개정을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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