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공격하는 수입차, 밀리는 국산차

입력 2013-06-10 10:39   수정 2013-06-10 10:39


 올해 5월까지 수입 승용차 누적 판매량이 6만1,0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1,000대에 비해 1만대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1만3,000대 고지를 돌파했다. 덕분에 국내 승용차 시장 내 점유율도 11.9%로 올랐다. 현재 추세라면 연말까지 13%까지 예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수입차 증가를 업계에선 당연한 흐름으로 받아들인다. 1987년 시장 개방 이후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2000년 이후 FTA 등으로 가격이 내려가고, 중소형 수입차가 많아지면서 '아무나 살 수 없는 차'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차'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입사가 점유율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판촉에 나서면서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입차 중에서도 국산차를 공격했던 곳은 독일차였다. 폭스바겐이 현대차를 뒤에서 밀면 BMW와 벤츠 등이 앞에서 짓누르는 형태를 띠었다. 하지만 올해는 일본차가 다시 고개를 드는 중이다. 토요타와 렉서스, 인피니티 등의 행보가 무섭다. 특히 토요타는 작심하고 주력 차종인 캠리 띄우기에 나섰다. 북미에서 쏘나타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되지만 현대차 안방인 한국에선 철저히 한국 소비자 시선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덕분에 지난 4월 할인 이후 단번에 판매량이 두 배 가량 늘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본 인피니티도 이달 들어 570만원 할인 카드를 꺼냈다. G25 한 차종이 대상이지만 할인금액은 예상을 뛰어 넘는다. 이른바 '이익'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아서다. 평균 이익을 내면 된다지만 기업이 이익을 외면했다는 것은 그만큼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일본차가 한국에서 엄청난 할인 폭탄을 쏟아 붓는 재원의 근간은 엔저다. 달러와 원화로 수입 대금을 결제하는 한국토요타와 한국닛산은 직접적인 엔저 효과와 크게 관계없지만 본사 이익은 그만큼 한국 내 법인의 공격적인 판촉을 지원할 수 있다. 북미 수출이 많은 토요타가 엔저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뒤 한국 내 공급 차종의 가격을 내려주는 방식이다. 많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활용하는 방법이자 한국차도 오랜 동안 활용한 사업 형태다. 국내 시장에서 이익을 낸 뒤 점유율 확대가 필요한 지역에 저렴하게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본차가 할인에 나서면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당연히 국산차다. 가격 높이기는커녕 차이가 줄면서 오히려 내려야 하는 입장에 몰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쏘나타와 캠리 가격이 동일하다면, 또는 토요타가 시장 확대를 위해 캠리 가격을 쏘나타보다 낮게 결정한다면 현대차는 그야말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제 아무리 규모로 견디는 안방이라도 가격에 흔들리는 소비자 마음마저 묶어둘 수는 없어서다. 

 그래서 선택한 전략이 가격 차이의 최소화다. 어차피 점유율을 내준다면 속도를 늦추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캠리와 쏘나타 가격차가 300만원일 때 토요타가 본사 지원에 힘입어 300만원 낮추면 쏘나타는 100만원만 내리는 식이다. 가격 경쟁력은 유지하되 이익 손실은 최소화 하는 방법이다.

 더불어 현대기아차가 눈을 돌린 곳은 국산 경쟁사다. 지난 5월까지 현대기아차의 승용 점유율은 71.1%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71.6%에서 눈에 띄게 후퇴하지 않았다. 수입차 공세를 경쟁사 침략으로 막아낸 결과다. 하지만 바닥을 친 경쟁사들이 최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르노삼성이 한국 시장을 위해 디자인 독자권을 확보해 국내 소비자 취향을 모두 담아내기로 했고, 쌍용차는 SUV 활황세를 타면서 재기하는 중이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공격 목표로 지목된 한국지엠은 지난해보다 승용 점유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쉐보레 선호 소비자가 존재하는 만큼 9%대를 유지한다. 현 상황에선 국산 경쟁사 공략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남은 것은 정면 돌파뿐이다. 밀리는 속도를 늦추는 게 아니라 점유율을 내주지 않는 게 최선이다. 제품력에서 어깨를 견줘야 하고, 브랜드도 키워야 한다. 승용차 기준 연간 123만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만으로 승부를 거는 것은 실익이 별로 없다. 그래서 감동이 있어야 한다.

 토요타 창업주 직계인 아키오 사장은 틈 날 때마다 소비자를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소통을 한다. 토요타가 일본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절대적 신뢰를 얻는 배경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이용자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이 중심이다. 그리고 사람은 누군가로부터 배려 받을 때 감동한다. 최고 경영자가 앞장 서 소비자를 감싸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 그게 바로 감동이다. 단순히 자료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감동이 아니다. 토요타로부터 생산방식 외에 배울 항목이 소통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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