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수입차 A/S, 돈보다 시간이다

입력 2013-06-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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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근 수입차를 구입한 박 모 씨는 갑자기 차에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들어와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상으로 정비에 대한 내용이 오갔지만 박 씨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만약 타이어 문제라면 교체를 위해 최소 10일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정비를 받아야 할 차가 밀려 있기 때문이라는 게 서비스센터 직원의 말이었다.

 #2. 독일산 스포츠카를 구입한 최 모 씨는 어느 날 주차된 차의 상태를 살피다 앞 범퍼가 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행에는 무리가 없을지라도 미관상 좋지 않아 수리를 의뢰했지만 깨진 부위가 좋지 않았다. 서비스센터는 부품을 받으려면 한 달 반이 걸린다는 답변을 했다. 간단한 정비라고 생각했던 최 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도로에 수입차가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다. 성장세는 매년 고공 행진이다. 이렇게 늘어난 수입차는 반대급부로 사고와 고장율의 상승을 불러왔다. 때문에 이를 해결할 애프터서비스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현재 수입차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크게 서비스 비용과 서비스센터의 숫자 부족으로 모아진다. 전자의 경우 국산차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점을 지적받는다. 그리고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점도 주요 비판 대상 중 하나다. 보험 업계 또한 보험료 상승의 원인으로 부품값을 문제 삼는다. 최근 보험업계가 앞장 서 수입차 부품의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수입차를 소유한 이들에게 부품 가격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부품이 저렴하다는 게 아니라 처음 수입차 구입 시점부터 어느 정도 부품 가격 부담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수리비를 몰랐던 게 아니라 알면서도 수입차를 선택, 수리비는 큰 문제로 여기지않는다. 게다가 보험료 역시 그에 합당하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실제로 매년 자동차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수입차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국산차보다 높다. 서비스 자체에 대한 불만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사회 전반에 형성된 수입차 수리비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실제 수입차 보유자의 만족도가 다른 셈이다.   

 그런데 서비스 분야의 가장 큰 문제는 사실 '시간'이다. 간단한 정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 소모가 일어나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1과 사례2만 봐도 알 수 있다. 같은 문제로 국산차 서비스센터를 찾으면 3시간 미만에 해결된다. 반면 수입차는 정비 시간보다 대기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100대를 한 곳이 처리하는 시간과 2곳이 처리하는 시간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서비스센터를 지금보다 늘리면 된다. 그러나 쉽지 않다는 게 수입차 업계의 설명이다. 절대적인 숫자를 늘리기 위해선 여러 선결과제가 있어서다. 여기엔 수입사와 판매사의 미묘한 입장차도 존재한다.  

 사실 국산차 직영 서비스센터 숫자는 수입차보다 적다. 판매되는 숫자는 수입차의 몇 십 배지만 직영 서비스센터를 많이 운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서비스센터 숫자는 많다. 협력업체 등으로 서비스 인프라를 충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입차는 협력정비 체제를 거의 두지 않는다. 무조건 공식 서비스센터를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사설 서비스센터를 이용할 경우 문제가 생기면 보증 수리 등을 받을 수 없다는 서비스 정책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판매 외에 서비스를 통한 이익 보전의 법칙이다. 

 문제는 서비스센터를 판매사에 몰아줘도 판매사가 소화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수입사가 원하는 서비스센터 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도장과 판금이 가능한 종합 서비스 센터가 우선되며, 소비자를 위한 넓은 주차장과 휴식 공간, 브랜드 CI에 맞춘 인테리어 등이 공식 서비스센터가 갖춰야 할 요소들이다.  

 이를 만족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특히 큰 규모의 종합 서비스센터는 땅값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도심은 종합 서비스센터를 지을 수 있는 공간도 별로 없다. 그 마저도 민원과 환경 문제 등으로 줄이는 형편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으니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선 많은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새로운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늘어나는 수입차만큼 서비스센터가 늘지 않게 된다. 물론 수입사도 할 말은 있다. 협력업체는 브랜드 서비스 정책을 100% 수행할 수 없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같은 서비스 전략이 소비자를 위한 입장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구 하나 교환하는데 브랜드 서비스 정책을 따질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부품만 있다면 운전자 손수 할 수도 있는 아주 간단한 정비다. 각종 전자 장비 장착으로 협력정비는 혹시 모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변명도 한다. 






 최근 이런 문제점을 불식하기 위한 방안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소비자가 서비스 소요 시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인식한 것. 따라서 전시장 한 쪽에 간단 정비를 할 수 있는 퀵서비스 워크베이를 두는 곳이 생겨난다. 아예 간단정비 전용 센터를 설립하는 사례도 있다. 분명 의미있는 변화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수입차 서비스 시스템의 방향은 소비자 시간을 줄여주는 일이다.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변화의 시작은 환영할 만하다. '시간은 금'이고, 돈은 시간에 우선하지 않는다. 대부분 수입차 오너들의 생각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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