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혜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연기파 배우로 일컬어지는 김윤석, 송강호, 조재현, 최민식, 황정민 등의 공통점은 바로 연극배우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렇듯 소위 '연기 잘한다'는 배우 중 상당수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배워 갈고 닦았다.
이들을 본받아 연기파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 백성현은 '순이 삼촌'으로 첫 연극에 도전, 공연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현재 그는 서울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제주도 공연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연극 '순이 삼촌'은 제주의 4·3사건을 소재로 한 현기영의 중편 소설이 원작이다. 제주 4·3사건은 일본 패망 후 제주도에서 일어난 민중항쟁으로 정치적 이념 갈등 때문에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희생당한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다.
그리 오래된 사건이 아님에도 제주 4·3사건에 대해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백성현(24)을 최근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순이 삼촌'에서 백성현은 우철 역을 맡아 제주 4·3사건으로 인해 고통받은 제주도민들의 아픔을 담담하게 고발했다.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른 백성현은 "개인적으로 정말 행복했다. 무대 연기라는 게 정말 재밌었고 앞으로 더 좋은 작품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그는 연극 무대에 대한 강한 도전의식과 열망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연극 데뷔작 '순이 삼촌'을 통해 그 열망을 어느 정도 해소 할 수 있어 기뻤다고.
'순이 삼촌'은 가벼운 소재의 연극이 아닌 민감한 제주 4·3사건을 다룬 정극이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정치적인 색깔도 있는 사건이니까 솔직히 부담감이 있었죠. 그래도 저희 '순이 삼촌' 연극은 그런 정치적인 이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 사건 속에서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조명이기 때문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 사건에 대한 존재 자체를 많은 분이 모르시잖아요. 이런 뜻깊은 작품을 첫 연극으로 도전하게 됐다는 게 저는 오히려 더 좋았던 거 같아요."(웃음.)
무거운 소재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의미 있는 공연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하는 백성현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배우'의 면모를 발견했다.
처음 도전하는 장르이니 만큼 이번 연극이 백성현에게 갖는 의미 역시 남다를 터. 이와 관련해 백성현은 "연기 영역의 활동 폭을 넓힌 것에 대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좋은 작품을 한 것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더욱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하며 의미를 되새겼다.
데뷔 18년 차에 접어든 백성현에게도 롤모델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롤모델이 누구냐고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황정민을 꼽았다.
"가장 존경하는 배우는 황정민 선배님이에요. 작품을 같이 하면서 연기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카리스마라든지 그런 것들을 배웠어요. 현재 선배님의 나이가 됐을 때 저도 남자답고 멋있게 연기하고 싶어요."
많은 배우가 롤모델로 황정민을 꼽아왔다. 어떤 배역이든 맛깔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기 때문이다. 백성현 역시 같은 이유로 황정민을 선택했다.
황정민과 같은 길을 걷고 싶다는 백성현에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다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이어 백성현은 "하나만 못 꼽겠다. 각각의 작품마다 의미가 있다. 그래서 다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만약 작품에 의미가 없으면 안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되묻더니 이내 "정말 못 꼽겠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어떤 장르가 하고 싶느냐고 묻자 백성현은 "이상하게 멜로를 한 번도 못해봤다. 장르를 가리는 편이 아닌데 그래도 못 해본 멜로를 하고 싶다"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수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아직 제대로 된 멜로는 하지 못했다고.
브라운관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다 '정극에 대한 갈망'으로 연극 무대에 오른 백성현. 그는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천천히 진정한 배우로 성장해 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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