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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회사가 지속적인 산업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까? 요즘 산업계에서 많이 나오는 얘기다. 지금이야 완성차를 조립, 생산, 판매하는 자동차회사가 여전히 자동차산업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라는 전통 제조업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경쟁자는 에너지산업이다. 제 아무리 잘 만들어진 자동차라도 에너지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력으로 사용되는 휘발유 및 경유 등의 기름 값에 소비자들이 극도의 민감성을 보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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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에너지의 핵심은 효율이다. 지난달 뮌헨에서 만난 BMW 중대형 개발담당 마르쿠스 바우어 사장은 "신형 5시리즈 변화의 핵심은 효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든지 효율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BMW가 내달부터 미국서 판매할 i3 전기차의 차체를 철보다 훨씬 가벼운 탄소섬유로 삼은 것도 결국은 전기 에너지의 효율 때문이다. 화석연료와 전기, 가스 등의 에너지원을 두고 효율 경쟁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마디로 효율 좋으면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든 자동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에너지 업계의 힘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는 크게 전통적인 화석연료, 전기, 가스 등이 3파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이 가운데 전기는 화석연료를 태워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풍력, 수력, 조력, 파력, 원자력 등이 이용되기도 한다. 또한 태양열을 이용할 수도 있다. 비용 면에서 화석연료를 앞서지 못하되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초 자원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미래 에너지의 핵심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전기는 여전히 화력과 원자력 의존도가 높은 게 문제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박승빈 교수는 "전기가 대안이지만 화력과 원자력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의 전력 생산 비중은 현저히 낮다"며 "그래서 에너지는 효율 향상과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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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에너지 가운데 현재 자동차 연료의 대체재로 떠올라 있는 것은 전기다. 덕분에 구동 배터리를 제조하는 기업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런 가운데 구동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는 데도 많은 관심이 쏟아진다. 효율 향상 방법은 배터리 내 저장전력 확대와 크기 축소를 의미하지만 당장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배터리 크기 축소는 무선충전으로 이미 실현돼 있다. 자기장을 이용해 무선 충전을 하면 배터리 크기를 줄여 일정 구간 반복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도로에 충전망을 매설하는 비용이 추가되지만 초기 비용은 운행 때 비용 절감으로 3년 내 회수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무선충전 전기차를 개발한 카이스트 조동호 교수는 "충전 효율이 80% 이상이어서 운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동차의 에너지원을 바꾸려는 노력은 가스업계도 활발하다. 특히 모래와 진흙이 쌓여 굳어진 지하 퇴적암 '셰일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 매장량은 인류가 향후 60년 동안 사용이 가능한 양으로 보고되고 있다(미국 에너지협회). 게다가 미국이 전략적으로 셰일가스 활용을 위해 자동차 연료로 가스를 공급하면 하루 아침에 천연가스가 자동차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미국은 중동 지역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면서 동시에 국제 원유값 하락의 이득을 보게 된다. 한 마디로 미국 에너지산업을 위해 세계 에너지산업의 근간을 바꾸는 셈이다. 브라질이 차고 넘치는 사탕수수 농장 운영자를 위해 사탕수수에서 추출된 알콜을 자동차연료로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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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판도 변화에 자동차업계가 민감한 이유는 시장 때문이다. 값 싸고, 효율 높은 에너지가 등장하면 해당 에너지를 활용한 자동차가 각광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결국 자동차는 곧 에너지 싸움이 될 것"이라며 "최근 해외 대형 완성차회사가 에너지기업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으로 자동차 시장을 지키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셰일가스 보급이 늘어 완성차회사가 천연가스 자동차를 많이 판매할 때 에너지회사가 보급을 줄이거나 안정적인 수급을 확보하지 못하면 연료비 상승으로 소비자가 외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나 셰일가스 등도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효율향상이다. 어떻게든 효율을 높여 자원 사용 연한을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전기회사가 많은 전기를 담아낼 수 있는 배터리의 효율을 우선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그렇게 본다면 자동차 연료 다변화 시대는 그리 멀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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