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나와 할아버지' 진짜 나의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울리다

입력 2013-07-26 08:49  


[윤혜영 기자]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솔직한 연극이 온다.

7월11일부터 8월4일까지 단 24일간,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연극 '나와 할아버지'가 공연된다.

'나와 할아버지'는 담백한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대로 민준호 연출이 실제로 자신과 할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한 편의 수필처럼 잔잔하게 풀어놓는다.

극 중 화자 역할을 하는 작가는 멜로드라마를 쓰고 싶은 공연대본작가 준희를 자신의 과거 모습이라고 지칭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가가 가리킨 준희는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병원에 가면서 할머니의 이런저런 말에 약간은 귀찮은 듯하지만 일일이 설명하며 웃음을 이끌어낸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이어지던 중 할머니는 손자인 준희에게 한 가지를 신신당부한다. 바로 할아버지가 차 타고 어디 가자고 하면 '무조건 바쁘다'고 따라가지 말라는 것. 하지만 대본의 소재를 찾던 준희는 할아버지를 관찰하기 위해 녹음을 하며 전쟁 통에 헤어진 할아버지의 옛사랑을 찾는데 동행하게 된다.

사실 이미 지나간 사랑은 추억 속에 남아 있을 때 아름다운 법. 시간이 흐르고 더이상 젊은 시절의 모습이 아닌 현실 속 옛사랑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할아버지가 마주한 과거의 그 누군가 역시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 정확히 '그 사람'인지 알 수 없고 이 와중에 할머니는 임종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까지 찾아야 했을까' 의문이 들지만 사실 할아버지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고 준희는 할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언뜻 들으면 어두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극이 끝나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각자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떠올리는 듯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극 곳곳에 유머가 숨어있어 생각보다 유쾌한 편이다. 서로 지지 않으려고 맞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속사포 대사는 물론이고 상황에 맞는 절묘한 선곡, 그리고 1인 다역으로 활약하는 몇몇 배우들은 순간순간 변신하며 웃음을 준다. 수레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는 소박한 무대 역시 움직일 수 있는 '바퀴'를 십분 활용, 의외로 역동감을 준다.

오용, 진선규, 정선아, 손지윤 등은 젊은 배우들이지만 이질감 없이 할아버지-할머니 역할을 소화한다. 이 연극의 독특한 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하고 싶은 듯 극 중간중간 끼어들어 상황을 깨알처럼 설명해 이해를 돕는다. 이야기에 조금은 자주 개입하지만 작가라는 존재는 마치 그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처럼 느껴지게 해 관객을 울컥하게 만든다.

민준호 연출은 '주제가 없으면 안 되나. 난 주제가 있는 공연이 부담되던데'라는 생각으로 이 극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진짜 '나'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내서일까. 극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인위적이지 않다. 사실 '막장'이 익숙해진 시대지만 과하게 꾸며지지 않은 순수한 이야기가 정말 사람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

한편 객석은 따로 번호가 없어 선착순으로 입장한다. 그만큼 극장이 크지 않기에 배우들과 더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8월4일까지 월~목요일 8시, 금 5시 8시, 토 4시 7시, 일 3시 공연. 전석 2만5천원. (사진제공: 스토리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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