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전기차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입력 2013-07-31 10:50   수정 2013-07-31 10:50


 대한민국 최남단 제주도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으로 민간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기차 보급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는 것. 보급 대수는 160대에 불과했지만 470여명이라는 높은 신청 건수를 기록했다. 최종 선정은 추첨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어서 신청자들은 3: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이 쯤 되니 첫 민간 보급 사업은 '성공'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이처럼 큰 인기는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보급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생각보다 크다는 점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를 전기차 자체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보기는 어렵다. 충전이 용이하고, 주행거리를 확보했으며, 내연기관에 비해 연료비(전기세)가 적게 든다는 전기차의 고유 특성보다 오로지 '돈'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제주 건도 환경부 보조금(1,500만원)과 자치단체 보조금(제주도의 경우 800만원)이 없었다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컸다. 아무리 장점이 확실해도 준중형과 경차 크기 전기차를 4,000만 원 이상 주고 구입할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아서다.

 같은 시기, BMW는 순수 전기차 i3의 월드 프리미어를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에서 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첫 시도다. 늘 선두를 지향한다는 브랜드 철학과 맞물려 전격적인 출시가 이뤄졌다. 가격은 한화로 5,150만원부터 시작한다. 전기차다운 고가(高價)라고 할 수 있지만 BMW라는 상징성을 비춰볼 때 대단히 합리적이라는 게 회사 생각이다. 






 가격의 고저를 떠나 BMW는 i3를 전 세계 소비자에게 알리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아무리 작은 모터쇼라도 i3의 컨셉트카를 관람객에게 꾸준히 소개해왔으며, i3가 가져올 새로운 이동 환경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근 자동차 회사의 경쟁이 제품에서 이미지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BMW가 펼친 일련의 작업들은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전기차=BMW'라는 생각을 주지시키기에 충분했다. 원체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인 까닭에 가격에 대한 저항선도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에서는 전기차 관련 세미나까지 열었다. 그것도 단발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개최로 관심을 도모했다. BMW 담당자가 나와 i3의 장점을 설명하는 자리에만 그치지 않았고, 친환경차 주관 부서인 환경부 등을 초청해 정부의 전기차 정책에 대한 비전과 전망까지 소개했다. 단일 수입차 브랜드로선 보기 드문 일이었다.  

 반면 국산차들은 전기차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기아차 레이EV가 출시돼 판매를 시작했지만 관련 행사는 짧은 언론 시승회에 그쳤고, 소비자 대상으로 전기차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는 일은 전무했다. 제도적으로 어떤 것들을 정부가 준비해줘야 하는 지도 주장하지 못했다. 새로운 이동 수단의 패러다임은 절대로 제조사 홀로 이끌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와의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은 없었다. 전기차를 양산했다며 칭찬으로 일관했던 현대차 블루온 역시 한 번뿐인 시승행사와 설명회로 모든 관련 행사가 종료됐으며, 쉐보레나 르노삼성차 역시 제품을 알리는 일에만 급급했다. 누가 시작할 때까지 모습을 잔뜩 웅크린 태도에선 감나무 아래서 입 벌리고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보다 전기차 정책이 2~3수 앞서 있다. 제주도의 전기차 민간 보급이 성공적이라는 소식이 들려온 것과 동시에 일본에선 토요타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등이 전기차(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용 충전 인프라를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서다. 일반(완속충전) 충전기의 경우 상업시설(대형 쇼핑센터, 마트, 패밀리 레스토랑 등)과 체류 시간이 긴 지역(서비스 센터나 환승역 주차시설 등)에 8,000기를 설치하고, 급속 충전은 편의점, 고소도로 휴게소, 주유소 등에 4,000기를 개설한다는 내용이었다. 상당히 구체적이고 확실한 전기차 활성 방안일 뿐더러 무엇보다 제조사들이 나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어떤가. 충전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공동 구성하려는 움직임은 생각도 할 수 없다. 관련 행사에 참석하면 경쟁사 전기차보다 자사의 전기차가 상품적으로 우월하다는 말만 늘어놓는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는 그토록 좋아하면서 전기차가 상품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전기차 확장 역시 주도적으로 펼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손에 달려있다는 입장만을 견지한다. 하지만 정부 역시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제도 마련을 도와줄 수가 없다. 물론 전기차 판매는 국내 제조사들의 주력 사업 분야가 아니라는 점에서 면죄부가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현재 전기차로 빠르게 패러다임이 이동한다는 점이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다면 거대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100여 년 전 내연기관의 탄생은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지금은 전기차가 필연적으로 새로운 이동수단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이라도 상품화가 가능하고, 의지만 있다면 보급되는 전기차에 국내 제조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협력을 통한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협업 마인드도 기대해 본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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