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슈퍼레이스, 모터스포츠 희망을 노래하다

입력 2013-08-08 11:20  


 지난 주말 강원도 태백 레이싱 파크.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펼쳐진 야간 경기에 구름 관중이 몰려 들었다. 주최측 추산으로 태백 서킷을 찾은 사람은 7,000명이 넘었다. 이전까지 평균 관중 1,000명 채우기도 버거웠음을 감안하면 흥행 중의 흥행이었던 셈이다.  






 그동안 한국 모터스포츠는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며 주목받지 못했다. 모터스포츠 경기에 관심 갖는 사람은 적고, 선수와 팀은 관중 하나 없는 메인스탠드를 열정과 노력만으로 채워왔다. 프로모터 또한 모객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후원사를 구해 대회만 개최하면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터스포츠는 기본적으로 프로스포츠다. 프로스포츠의 전제조건은 첫째도 흥행이요, 둘째도 흥행이요, 셋째도 흥행이다. 후원사 또한 흥행 유무로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마케팅 효과가 없을 정도로 흥행이 부진하다면 후원에 나설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회가 열릴 수 있었던 배경은 후원 기업들의 도의적 책임감과 인정(人情) 때문이다.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대회 후원에 강요 아닌 강요를 받왔고,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내줬다. 모터스포츠 철학이 있어서 해온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회에 참가하는 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회를 위해 경주차를 제작하고, 선수를 영입하는 일보다 후원사 구하는 게 그들의 목표가 돼버렸다. 돈 없으면 경주차도, 드라이버 영입도 할 수 없어서다. 화려한 외형과 달리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국 모터스포츠의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슈퍼레이스가 보여준 흥행 희망은 의미가 깊다. 모터스포츠에도 흥행을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입증돼서다. 록 밴드 초청이 흥행의 이유라는 해석도 있지만 관중석을 가득 채울 수 있다면 록밴드 공연이라고 배제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프로스포츠의 전제조건이니 말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태백 서킷에 관람객이 찾아올 수 있도록 유료 관중 대상의 셔틀버스 제공도 주효했다. 강원도 끝자락 서킷까지 직접 찾아와야 하는 수고를 애써 덜어 준 것이다. 이 날 동원한 7대 버스는 관람객의 발이 됐다. 특히 유료 관람객 우선의 서비스 제공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모터스포츠 관람 자체를 '무료'로 생각하는 경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관람객 하나 없더라도 유료 입장을 고수하는 일은 중요하다. 유료 관람객이 없다면 흥행을 걱정해야 하고, 흥행이 되지 않으면 후원사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런 고민 속에서 슈퍼레이스의 이번 흥행이 만들어진 것은 모터스포츠 근간을 두텁게 만드는 일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모터스포츠 활성화와 대중화라는 명목으로 무료 관중 정책을 유지하는 일부 대회와 분명 차별화 됐다. 

 이번 흥행을 계기로 슈퍼레이스는 더 좋은 대회와 아이디어로 관람객을 모아야 한다. 단 한 번의 흥행으로 모터스포츠 문화가 성숙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당장 다음 대회도 흥행을 기록할 것이라는 보장조차 없다. 모아진 관심을 어떻게든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선수들과 팀도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경기장을 찾아오는 관람객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의무다. 언제까지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웃고 울 수는 없다. 관람객과 함께하는 모터스포츠가 진정한 프로스포츠다. 그것이 모터스포츠 활성화, 나아가 대중화가 아닐까 한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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