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 기자/사진 정영란 기자] 세상을 바꾼 거목의 삶을 되짚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故이태석 신부의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가 뮤지컬 ‘사랑해, 톤즈’로 재탄생한다.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를 바꿔나가기까지의 이야기는 물론 모성애의 절정을 보여주는 어머니와의 관계, 음악에 대한 열정까지 그의 일생이 모두 어울러 담겼다.
마지막 떠나는 길목에서도 톤즈에 대한 그리움을 놓지 못해 많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한 이태석 신부. 그를 연기하게 된 고유진은 유달리 생각이 많아보였다. “정말 훌륭하신 분이잖아요. 그런 분의 역할을 맡게 돼 영광이지만 아무래도 부담감이 없진 않아요”
“저는 ‘사랑해 톤즈’라는 작품을 스스로 선택한 게 아니라 제가 선택 받았다고 생각해요.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까요. 그만큼 저는 이번 작품과, 그리고 이태석 신부님에 대한 감회가 남달라요. 그런 것들을 무대에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죠”
이태석 신부에게로 가다
고유진에게 이태석 신부는 어떤 사람일까. 질문을 건네자 그의 표정이 시험을 앞 둔 학생처럼 어려워졌다. 얼마간을 고민하던 그는 조심스레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소에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고 해요. 늘 예수님은 어떻게 하셨을까를 고민하고 거기에 따라 행동하셨다고. 아마 예수님을 닮고자 하셨던 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톤즈에 도착했을 때 성당과 학교 중에서 어떤 것을 지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학교로 결정하셨대요. 톤즈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다른 어떤 것보다 친구가 되어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으신 거죠. 너무나 힘들고 가난하고, 또 전쟁으로 상처받은 곳이었으니까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고 생각하셨는데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단 하나의 이유 아래 있었던 거예요”
“물론 치료도 해주시고, 가르쳐주시고 하셨지만 그건 단순히 전하는 호의가 아니었어요. 함께하는 시간에 의미가 있다는 걸 이태석 신부님도, 톤즈 사람들도 알았죠. 그게 친구잖아요. 좋아하는, 혹은 소중한 일을 함께 하는 거요. 음악도 그래서 가르치셨다고 해요. 아이들의 메마른 마음에 싹을 틔워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했던 거고,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죠”
역할을 만드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이태석 신부님처럼 하고 싶지만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 제 스타일의 이 신부님을 해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해요. 뮤지컬에는 노래도 있고 연기도 있잖아요. 그분처럼 이야기하다가 노래를 하면 고유진으로 바뀌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적정선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말투나 행동도 중요하지만 그분의 생각이나 진정성, 감정 같은 본질적인 것들을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뮤지컬 무대를 준비하다
가수로서의 고유진과 뮤지컬 배우로서의 고유진은 분명히 다르다. 그건 그를 지켜보는 팬들도, 그도 느끼고 있는 사실이다. “가수로서의 고유진은 굉장히 프리한 느낌이에요. 제가 하고싶은대로 자유롭게 음악을 하죠. 뮤지컬은 어느 정도 틀이 있고 룰이 있으니까 그 극 안에서의 맞춰야하는 것들이 있어서 화합을 생각하는 부분이 많고요. 서로 다른 매력이 있어요. 그러니까 둘 다 하고 있는 거겠죠” 고유진이 약간 쑥스러운 듯 웃었다.
오랜 시간 가수 생활을 해온 그이지만 뮤지컬계에서는 아직 꿈나무다. 그런 그를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의 제작진은 ‘뮤지컬 블루칩’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특유의 빼어난 가창력에 안정된 연기력을 갖춘 고유진은 꿈나무인 동시에 주목받는 배우다. “노래를 잘한다는 얘기는 오랫동안 들었잖아요(웃음). 연기를 잘 한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적게 들었으니까 지금은 그 말이 더 듣기 좋네요. 이렇게 배워가면서 좋은 작품을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창작뮤지컬이라 라이센스에 비해 힘든 점이 많이 있긴 해요” 연습실의 분위기를 묻자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지만 연출가 선생님 이하 모든 배우들이 똘똘 뭉쳐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작품성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사랑해 톤즈’가 그런 작품이에요. 아마 뮤지컬을 보고 나시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실 거예요”
“좋은 노래가 많아요. 그 안에 담긴 의미도 깊고요. 이태석 신부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님과 마지막 조우하는 장면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톤즈에 도착해서 처음 부르는 노래가 기억에 남아요. 어머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받은 입장에서 사명감을 갖고 향기를 전하겠다는 결심이 담긴 노래인데. 이 신부님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라고 생각해요. 슬프기도 하고 위대하기도 하죠”
팬들이 기다리는 고유진
데뷔 10년차가 훌쩍 넘었지만 예능에 출연한 횟수는 그리 많지 않아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다. “예능에 대한 벽이 있었거든요. 솔직히 지금도 그래요” 예능 특유의 과장된 분위기를 어려워하는 그에게 끝판왕급 리얼버라이어티 ‘진짜 사나이’에 대해 물었다. “안 그래도 (서)경석이형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언제 한번 같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어, 형 얼마든지 오케이예요’ 하고 방송을 봤는데 이건 진짜 군대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생각해야겠다고 그랬죠. 근데 경석이형이랑은 군대생활을 같이 해서 재미있을 것 같긴 해요”
부드러운 분위기와는 달리 그는 운동에도 관심이 많다. 7월에는 ‘제2회 고양스타리그 야구대회’에서 ‘폴라베어’의 선수로 뛰기도 했다. “요즘 야구 재밌죠. 하는 것도 그렇지만 보는 것도요. LG 트윈스가 18년 만에 1위를 했거든요” 고유진의 포지션은 내야수다. 가끔은 투수를 하기도 한다. “원래는 투수가 꿈이었는데 공이 그렇게 빠르지 않아서 포기했어요. 팀 내 성적이요? 좋습니다. 수비가 안정되어 있거든요”
물론 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은 가수로서의 고유진의 소식이다. “항상 기다려주시는 팬분들이 계세요. 지금 여건이 안돼서 콘서트를 못하고 있는데 많이 죄송하죠” 그는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가 적어졌다는 사실을 보다 신중해진 이유로 꼽았다.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대중들에게 이런 음악이 있고, 이런 음악이 나왔다는 걸 알릴 기회가 없다는 건 참 힘든 일이에요. 찾아 들어주신다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다들 바쁘시니까 많이 들리는 노래를 듣게 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런 구조가 개선되었으면 해요”
고유진에게 음악이란 어떤 의미일까. “음악이란… 그냥 숙명인 것 같아요. 가수도 그렇고 뮤지컬도 그렇고 음악에서 파생된 것들을 하고 있잖아요. 동반자처럼 친구처럼 꾸준히 같이 온 친구라고 할까.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또 곧잘 했던 것이니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더 노력해서 좋은 공연, 좋은 앨범, 조만간 보여드릴게요. 팬분들께는 감사하다는 말 꼭 전해드리고 싶네요”
(메이크업&헤어/ 박호준헤어청담 나미에 원장, 테오 부원장, 이초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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