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아마추어 모터스포츠, 가능성을 보다

입력 2013-08-26 09:53  


 25일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상설 트랙에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경주차와 관객들로 서킷 안팎이 인산인해를 이룬 것.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며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찾아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날 열린 경기는 아마추어 레이싱대회 넥센 스피드레이싱 4전이다. 주최측에 따르면 236대의 경주차가 출전, 2,000여명의 관람객이 경기장을 찾았다. 올해 들어 넥센 스피드레이싱은 규모 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특히 지난 3전까지 매 경기 3~4,000명의 관람객 유치에 성공했고, 경주차 참가대수도 최대 300대에 이를 만큼 폭발적으로 늘었다.

 국내 양대 모터스포츠 대회로 손꼽히는 CJ슈퍼레이스와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은 100대 전후의 경주차가 출전하고, 자체 집계로 경기당 평균 1~2,000명 내외의 관객 동원수를 보고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한 실제 관람객은 더 크게 다가왔다.

 올해 인제 서킷 개장과 함께 다수의 해외 모터스포츠가 국내에서 열렸지만 관중 동원만 놓고 보면 실패에 가깝다. 일부 경기는 실제 관람객이 200명에도 미치지 못했을 정도다. 물론 경기 특성상 관객동원에 불리하거나 외부 관람객에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F1을 세 차례나 치르고도 아직 저변 확대가 소원한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에 이런 대회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 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더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아야 모터스포츠가 발전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면에서 아마추어 레이스인 넥센 스피드레이싱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우선 아마추어 팀과 선수들은 그들 자체로 일정 수의 관람객을 보장한다. 가족과 동료가 참가하는 경기를 보기 위해 주변인들이 경기장을 찾는 것. 올해 넥센은 많은 참가대수를 확보했고, 이는 직접적인 경기 흥행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다양한 이벤트들은 멀리서 찾아 온 가족단위 관람객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이날도 서킷 한 켠에 어린이들을 위해 에어바운스 풀이 설치됐다. 이벤트 존에서는 신발 던지기, 드라이빙 게임, 레이싱모델 포토타임, 캐리커처, 즉석 팝콘 서비스 등이 진행됐다. 지난 3전에는 무료 네일아트 서비스도 시행해 여성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역 방송에서 시행하는 광고도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방송을 보고 경기장을 찾았다는 지역 주민이 늘고 있다는 게 주최측 설명이다.

 물론 한 아마추어 대회의 흥행에서 모터스포츠 전체의 발전을 위한 해답을 찾았다고 보긴 성급하다. 올해 넥센 스피드레이싱의 성공은 국내 최대 규모 아마추어 레이싱대회로 손꼽히던 DDGT의 개최 취소에 상당부분 기댄 점도 있다. 또 아마추어 대회여서 선수 자질 문제나 서킷 통제 등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감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음 등 문제로 대부분 외진 곳에 위치한 경기장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관람객이 선수가 될 수 있고, 새로운 선수는 또 다른 모터스포츠 팬을 경기장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이처럼 흥행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지만 역설적으로 운영진에겐 철저한 프로정신이 요구된다. 선수들이 안전하게 경기에 참여하고, 관람객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즐길  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오토캠핑과의 연계도 고려할 만하다. 레저 활동의 영역 내 발전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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