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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회사명을 밝히긴 어렵지만, 대당 20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 메이커에서 연구 개발을 함께 하자는 제의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타이어 기자간담회에서 조현범 마케팅 본부장 겸 경영운영본부장 사장은 이와 같이 말했다. 조 사장은 "프리미엄급 차종에 신차용(OE)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다른 자동차 업체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기술력은 물론 브랜드 파워까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세계 자동차 시장 경기가 밝지 않았음에도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했다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수년 만에 열린 한국타이어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다음은 한국타이어 임원진과의 일문일답.
-독일 3대 프리미엄 브랜드에 OE 타이어 공급을 달성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조현범 사장)입사 후 얼마 안 된 시점에서 포드에 납품하기 위해 애쓰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정말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했던 기억이 있다. 또 독일 DTM이라는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에 독점 타이어 공급사로 참여하게 된 건 모터스포츠 마니아인 직원에게 영감을 받아서 투자를 늘려간 성과다. 이 대회는 벤츠, BMW, 아우디 3사가 경쟁을 벌이는 유일한 레이싱 대회다. 이제는 대회 후원에 이어 OE 타이어까지 공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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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화 부회장)우리는 해마다 도전적인 목표를 세운다. 편하게 '시황이 나쁘니 올해는 목표를 낮춰 잡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임직원 모두 '태양을 향해 쏘는 화살이 나무를 향해 쏘는 화살보다 멀리 날아간다'는 마음이었다. 결국 도전적인 목표와 이에 따른 노력이 더해져 좋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국내외 생산 시설 증설 계획은? 북미 공장 논의 얼마나 진행됐나
"(조현식 대표이사)북미 공장 건설은 테네시, 사우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3개 주를 대상으로 검토하는 단계다.
(서승화 부회장)기존 공장의 증설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헝가리 공장은 현재 제2, 3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 중국 중경 공장 등도 앞으로 증설할 예정이다"
-중국 타이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에서의 사업 전략과 향후 전망은
"(서승화 부회장)중국 시장은 매우 중요하다. 또 만만한 시장도 아니다. 우리는 1996년에 진출해 빨리 시장에 안착했고, 현재 승용차 부문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도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1위 수성을 위해 프랜차이즈형 유통점 '한국마스터스'를 확대, 소비자 접점을 강화할 계획이다. 높은 품질로 승부를 보겠다.
(이상주 연구개발부문장 전무)중국은 제2의 안방이다. 연구개발 부문에서 상당한 기술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테크니컬 센터(CTC)를 운영 중이다. 중국은 국토가 넓은 만큼 제품에 대한 요구사항도 다양하다. 현지형 맞춤식 제품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수입차에서 한국산 OE 타이어는 보기 어렵다
"(조현범 사장)현재 포드, 폭스바겐 등은 국내에서도 한국타이어가 OE로 장착된 걸 볼 수 있다. OE 공급 확대가 늘어나면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하나의 차종이어도 여러 브랜드에서 OE 타이어를 공급하고, 한국에 공급되는 수입차가 어디서 생산되는지에 따라 공급 업체가 결정되는 점도(국내에서 한국산 OE를 장착한 타이어가 덜 보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F1 진출 계획은 없나
"(조현범 사장)F1은 모든 타이어 회사의 꿈이다. 현실적으로 당장 언제 진출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현재 F1 타이어 공급을 위해 기초 기술을 다지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F1에 진출해 성과를 내려면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트럭버스용 타이어는 후발주자다
"(서승화 부회장)딱히 후발주자는 아닌 것 같다. 점유율은 승용차보다 낮지만 시작 시기가 늦은 점을 감안해 달라. 상용차용 타이어는 사업자간(B to B) 비즈니스이고, 100% 품질 위주다. 업계에서는 단위 거리 당 타이어 비용(cost per km, cost per mile)을 기준으로 삼는다. 좋은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 또는 고품질에 내구성 갖춘 타이어를 시장에서 원하고, 이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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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했다. 이에 걸맞는 가격정책이 있을 것 같다.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서승화 부회장)지금 타이어 가격은 너무 싸지 않나? 운동화도 한 켤레에 10~20만원이다. 최상급 고무와 대규모 R&D를 녹여낸 타이어인데 사실 좀 싸다는 생각이다. 소비자는 품질 좋고 가격도 저렴하면 좋을 것이다. 가능하면 모든 층의 소비자에게 맞는 타이어를 공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투자가 많이 들어간 고성능 타이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생계형 운전자, 저속 운전자를 위한 롱 마일리지(주행 거리가 긴 제품군) 제품도 공급할 것이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에 타이어 공급 계획을 알렸다. 이들의 물량이 상당한데, 북미 시장에서 수요 대비는 어떻게 할건지
"(조현범 사장)걱정할 필요 없다. 현재 회사의 생산능력은 연간 9,200~9,300만본 수준이고 매년 5~600만본 씩 늘려가고 있다. 미국시장은 특히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공급될 것이다. 미국시장에서 타이어 물량이 모자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수입 타이어와 비교했을 때 한국타이어의 강점은
"(서승화 부회장)최근 수입차 운전자들도 한국타이어를 교체용으로 많이 전환하고 있다. 선두 업체들의 품질력은 매우 높지만 한국의 지형, 한국 운전자 취향에 맞는 타이어를 만드는 건 우리가 앞서 있다.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로는 외국 브랜드가 맞춤식 제품을 개발하지 못한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다보니 외국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올해 사실상 지주회사 전환이 마무리됐다. 향후 일정은? M&A 계획은 있나
"(조현식 사장)4분기 안에 지주회사 조건을 갖춰 설립할 예정이다. M&A 전략은 보수적이다. 타이어와 동떨어진 사업은 대상에서 제외한다. 타이어와 연관된 사업, 타이어를 바탕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매물을 찾고 있는 단계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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