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영 기자] "왜 피아노였냐고요? 누르면 소리가 나잖아요. 기타 같은 경우는 음을 잡아야 되는데 피아노는 진짜 솔직한 거 같아요.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이 소리 내려면 얘밖에 안 되잖아요. 음들도 딱 나열돼 있고요."
이를테면 피아노 같은 남자다. 어떤 것을 물어보면 피해가는 법이 없다. 그 음을 누르면 그 음이 나는 피아노처럼 최근 인터뷰를 위해 강남구 도곡동 모처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윤한은 어떠한 질문에도 돌아가지 않고 돌직구로 승부했다.
◆ 음악 하는 잘난 남자
윤한에 대해 조사하던 중 독특한 점을 발견했다. 볼 때마다 그는 항상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으레 '음악 하는 사람'에 대해서 몇 가지 편견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나비넥타이'는 음악인의 그런 고정적인 이미지를 조금 더 확고하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나비넥타이는 제가 미는 콘셉트예요.(웃음) 제가 재즈 피아니스트고 또 재즈를 좋아하니까 재즈 공연들을 가는데 가보면 클래식 공연과 가장 차이점이 옷차림이더라고요. 재즈는 청바지에 티셔츠도 입고 자유로운데 클래식하는 사람들은 남자는 턱시도, 여자는 드레스를 차려입잖아요. 그게 멋있고 클래식의 전통이 느껴져 저도 공연할 때마다 타이까지 풀세트로 짝 차려입어요. 사람들도 좋게 봐주시고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나오는 거보다는 갖춰 입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화면이나 사진에도 예쁘게 나와서 좋은 거 같아요."
사실 옷차림이라는 고정관념뿐만 아니라 '음악' 자체도 음악적 소양이 있어야만 할 것 같고 대중가요나 아이돌 음악과는 거리가 멀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제 음악도 되게 쉽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 거다. 10월에 4곡 수록해 미니앨범을 내는데 다 따라부르기 쉽고 대중적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중적이다'라는 말을 듣자마자 앞서 4월에 낸 디지털 싱글 'B형 여자'가 떠올랐다. B형 여자의 세세한 면을 묘사한 이 곡은 대중적인 관심은 물론이고 숱한 B형 여자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추억을 하면서 곡을 쓰는 스타일인데 지금껏 만났던 여자들을 떠올리다보니 희한하게 B형이 대부분이더라고요. 그래서 'B형 여자'란 곡을 써봐야겠다고 결심을 했죠. 근데 전 여자친구 얘기니까 사적인 스토리들이잖아요. 그래서 팬클럽에서 B형 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죠. 좋아하는 음식, 색깔, 꽃, 해외뮤지션, 싫어하는 것. 한 10문항을 올렸는데 답이 막 달리더라고요. 그 중에 재밌는 걸 뽑아서 가사로 옮긴 거죠."
유난히 B형에게 끌렸다는 그는 이상형에 대해 "어른들한테 잘하는 여자가 좋다. 외모나 이런 것들은 '물거품'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며 "마음씨 착하고 잘난척 안하고 어른들한테 잘하는 여자를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하지만 분명 선호하는 '외모'가 있을 터. 좋아하는 연예인은 누구냐고 묻자 그는 "송혜교 씨를 좋아한다"라며 "성격은 모르니까 외모만 봤을 때 작고 아담해서 좋다. 올초에 행사장에서 실제로 봤는데 진짜 예쁘더라"라고 덧붙였다.
◆ 독특? 반전?
윤한은 1983년생으로 올해 31살이다. 20대와 30대, 나이 빼고는 큰 차이가 없다는 그는 '40대에 꿈꾸는 모습이 있느냐'는 물음에 "안 늙었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동안인 것 같다'고 말하자 "동안인가"라고 의문을 표하더니 의외의 비결(?)을 공개했다.
"이건 좀 욕먹을 수도 있는데 저는 얼굴에 비누칠이나 세안제를 안 쓰고 물로만 씻어요.(웃음) 아무리 좋을지언정 화학제품이니까요. 옛날에 그런 거 없었을 때는 원시인들이 물만 썼을 거 아니에요. 그런 마음이죠. 머리는 샴푸로 감는데 사실 스킨 로션 이런 것도 잘 안 발라요."
의외의 대답으로 반전 매력을 뽐내던 윤한은 8월31일, 'SOUND OFF'라는 이름으로 콘서트를 열었다. 이 공연에서 그는 자신의 노래를 빼고 엔터테이닝적인 요소도 제외했다. 제목처럼 말도 잘 안 한다. 듣는 내내 물음표가 떠올랐다. 도대체 왜?
"예전에 대학로 소극장에서 1시간 반 공연짜린데 한 마디도 안 한 적이 있어요. 와서 '안녕하세요. 윤한입니다'도 안 하고 계속 피아노만 치는 거예요. 박수도 공연 다 끝나고 한 번만 쳐달라고 했죠. 그때 이름이 'SOUND OFF'였거든요. 근데 왜 제가 이걸 다시 했냐면 마지막 곡이 다 끝나고 나서 터져나오는 함성을 잊지 못하겠더라고요. 한 번에 몰아나오는 거 있잖아요.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첫 마디를 하는데 너무 좋아하시면서 묶여있던 게 탁 풀어지는 느낌이 좋았어요."
그는 SOUND에 대해서도 다시 정의했다. 화려한 악기들의 음들만이 공연의 일부가 아니라 고요함, '소리가 없는 것도 소리다' 이런 깊은 뜻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곡이 끝나고 박수가 나오는 대신 적막이 흐르다 의자가 삐그덕거린다던가 누군가의 기침소리, 프로그램 북을 넘기는 소리가 다 음악이라는 것.
음악 얘기에 눈을 반짝이고 살아온 얘기에 소탈하게 웃던 윤한. 그는 인터뷰 내내 '엄친아' 이상의 면모를 뽐냈지만 뜻밖에 '엄친아'라는 말에는 조금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매스컴에도 그렇고 얼굴 쪽으로 접근을 하니까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거 말고 '윤한이 원래는 이런 깊이 있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어쨌든 외향적인 건 수명이 굉장히 짧고 나이 들면 시드는 거잖아요." (사진제공: 스톰프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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