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달환, 인생 바꾼 예체능? "그 전에도 세상은 밝았어요"②

입력 2013-09-25 08:15  


[윤혜영 기자] "요즘에 많이 느끼는데 '예체능' 속에 난 그동안 없던 캐릭터였던 거죠. 아이돌 같은 경우는 다들 이쁜데 난 잘생기지도 않고 키도 크지 않잖아요. 그저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진지하게 했는데 그게 재밌었나봐요."

'우리동네 예체능'을 위해 새벽까지 배드민턴 연습을 한 배우 조달환은 왠지 모를 구수한 말솜씨와 티셔츠-반바지 등 보는 사람도 편안하게 만들었다. 

특히 점심시간에 가까워온 시간인데다 격하게 운동을 한 직후라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이번 인터뷰는 독특하게 브런치 느낌으로 김밥을 먹으며 진행됐다. 특히 기자와 조달환의 김밥은 서로 다른 종류였고 상대의 맛이 궁금하던 찰나, 그는 '하나씩 바꿔먹어보자'며 소탈하고 유쾌하게 인터뷰를 이끌어나갔다.


◆ 제 3장, 또 다른 기회 '우리동네 예체능'
배우로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길을 걸어오던 조달환은 뜻밖에 KBS '우리동네 예체능'을 만나면서 그야말로 '제 2의 인생'을 살게 됐다. 인생에 중대한 기회라 들뜰 것 같았지만 감정기복이 심하지 않아서인지 생각보다는 무덤덤한 듯 보였다.

"기회라고 생각 안 해서 온 기회죠. '예체능'하기 전까지 세상은 너무 밝았어요. 단지 차이라면 시력이 1.5로 보였는데 지금은 2.0으로 보일 뿐이에요. 나같이 혜택 많이 받았는데 남들에게도 양보해야죠. 나만 누리면 이건 욕심이고 잘못된 생각이에요. 그러는 순간 '유지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거죠. 그러면 눈에서 독기가 나오고 몸에 힘이 들어가고 시청자들도 불편해져요."

탁구에서 '초레이 하'라는 구호와 함께 빛을 본 그지만 뜻밖에 배드민턴에서는 구멍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가장 어려운 종목이다. 국가대표랑 대결한다 치면 탁구는 11점 중에 아마추어 제일 잘하는 사람이 5점은 딸 수 있는데 배드민턴은 단 한 점도 못 딴다"라며 "체력소모도 1위고 다른 분들은 20년씩 하셨으니까 묘기를 부리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를 메우기 위해 새벽까지 연습한다는 그는 정말 본인이 좋아하고 재밌어서 연습하는 거라면서 '예체능'이 운동을 좋아하는 자신과 너무 잘 맞는 프로그램이라며 좋아했다.

특히 조달환이 '예체능’에 처음 합류할 당시 강호동은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면서 모셨다. 이에 조달환은 "신기했다. 원래 나는 연예인도 모르는 연예인이었는데"라면서 "강호동은 우리나라에 한 명 밖에 없는 캐릭터다. 참 감사한 분인데 굉장히 조심스럽다. 나이가 40살이 넘었는데도 에너지가 좋고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게 아니냐. 그래서 함부로 다가가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편하게 해주시는데 에너지가 그만큼 강하셔서 고요하고 더디게 친해지고 있다. 기초공사 집으로 따지면 바닥공사를 오래하는 거다. 그런 분들이 오히려 사람 만나는 걸 더 조심스러워하신다. 말 한 마디도 겸손하시고 어마어마한 철학가다"라며 "후배들을 따뜻하게 배려해주고 제일 중요한 건 동심을 갖고 있다. 마음이 감성적이라 깜짝 놀랐다. 이수근과는 전생의 부부였나보다. 어떤 콤비보다 아름답다. '톰과 제리'같으면서도 서로의 배려가 장난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호동은 전직 씨름선수라 스포츠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것 같았다. 강호동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던 조달환은 그가 해준 말을 전하며 말투까지 그대로 따라했다.

"내가 혹시 잔기술을 부리면 '그러면 안된대이. 스포츠대이'라고 하세요. 놀이가 아니라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예체능할 때 즐겁게 하는 건 맞는데 장난치면서 놀듯이 하면 '큰일 난다'고 하세요. 저는 강호동, 이수근 선배님을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또 그렇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배우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가장 어려운 연기가 웃음을 주는 건데 그만큼 훌륭한 배우가 없죠."


◆ 제 4장, 행복… 여행… 그리고 사람… '조달환의 철학'
조달환은 '행복'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또 그 단어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달라이 라마 '행복론'에서 배운 건데 행복하다고 말하는 순간 불행이 와요. 상황과 사건에 행복을 대입시키는 순간 불행이 오는 거죠. '결혼하면 행복할 거 같아'라고 말하면 그럼 안 하면 불행한 거예요? 행복은 원래 사는 것 자체가 행복한 거예요. 여행을 가서 행복한 게 아니라 여행을 가려고 생각하는 내 자신이 행복한 사람인거죠. 여행가는 건 즐겁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서 '여행'에 대한 생각도 덧붙였다. 그는 "보통은 여행을 하기 위해 일을 한다. 일을 좋아해야 여행을 가는 건데"라며 "첫 번째로 나만 바뀌면 된다. 너도 아니고 상황도 아니고 내가 바뀌면 다 바뀐다. 여행가는 사람과 못가는 사람의 차이라면 가는 사람의 이유는 하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이유는 99가지다. 돈, 시간, 덥다, 춥다, 같이 갈 사람 없다 여러 이유를 대는데 가는 사람들은 '죽기 전에 가야한다' 딱 하나다"라고 전했다.

지금 생애에서는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고 있다는 조달환. 그는 "순간순간 공부하고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책보다 사람이 훨씬 재밌다. 왜냐면 그 책을 만든 게 사람이니까. 이순신과 퇴계이황은 이제는 책으로만 볼 수 있지만 오달수와 혜민스님은 지금 볼 수 있다. 500년 후에는 그 분들이 퇴계이황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책으로 보기 전에 사람을 봐야한다. 만난 적은 없지만 그 사람의 동공이 보이지 않느냐. '그 사람과 영혼이 비슷하면 만나겠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랑자처럼 풀린 듯하면서도 말 한 마디 한 마디 생각이 깊고 철학이 녹아 있어 묘하게 듣는 이를 설득시키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저는 인생의 목표와 계획이 없어요. 세우는 순간 틀에 갇히거든요. 계획을 세우면 그 방향 밖에 안 보잖아요. 근데 계획이 없으면 넓게 봐요. 오늘이 즐거워야 내일이 즐겁죠. 배우가 되려고 연기하면 안돼요. 연기를 좋아하다보면 배우가 되는 거죠. 나만 한 말이 아니에요. 칸트는 '세상에 가치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규정할 수 없는 단어들을 구사하던 그는 이어진 사진촬영 때에도 대략 천 가지 표정을 지으며 촬영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예측 불가능'해서 더욱 신선하게 다가올 앞으로의 그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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