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쫄다'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무언가 오그라드는 의미로 활용되는 '쫄다'의 정확한 표현은 '졸다'가 맞다. 그러니 일상 속에서 움츠러들지 말라는 뜻의 '쫄지 마!'는 엄밀하게 '졸지 마!'로 불러야 한다. 그런데 '졸지 마!'를 들으면 꾸벅꾸벅 졸다가 신나게(?) 혼났던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반면 사전에 없는 '쫄지 마!'는 누군가 용기를 북돋아주는 격려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사그라들던 자신감이 되살아나고, 목표를 향하려는 의식이 분명해진다.
갑자기 '쫄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르노삼성 때문이다. 이 회사 영업본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박동훈 부사장의 첫 일갈(一喝)이 바로 '쫄지 마!'였다고 한다. 지난 2-3년간 하향세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지금에 와서 르노삼성이 더 이상 잃을 것은 없다. 주력인 SM5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한 때 택시 사업에서 손을 뗀 이유가 컸고, 지난 1월 959대로 주춤했던 SM3는 7월 1,741대까지 올라왔다. 국내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중형과 준중형에서 나름대로 선전을 해왔다는 얘기다. 게다가 현재는 SM5 택시는 물론 이제 막 개봉된 전기차의 경우 오히려 국내에서 가장 앞서가는 중이다. 또한 오는 11월이면 고효율이 강점인 QM3 후속도 등장할 예정이다. 내수 판매 부진으로 떨어졌던 공장 가동률은 카를로스 곤 회장의 닛산 로그 북미 수출용 생산 약속이 이행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박 부사장이 던진 '쫄지 마!'에는 나름 함의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거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시절 쫄지(?) 않고 본사로부터 수입 가격 인하를 거머쥐었던 전례에 비춰보면 르노삼성 전반의 분위기 쇄신 가능성은 이미 충분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르노삼성이 향후 국내 시장에서 적극적인 가격 경쟁을 펼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전국 어느 지점이든 동일 가격에 판매되는 '원 프라이스(One price)' 제도는 유지하되 경쟁사와의 가격 경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그간 경쟁사 대비 우월 가격을 내세웠던 방식에서 벗어나 오히려 적극적인 가격 공세로 전환하는 게 명성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맹주는 단연 현대기아차다. 양사의 승용 점유율은 70%를 넘어선다. 수입차가 대항마로 영역 확대에 나서지만 국내 업체 간의 경쟁도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다. 그래야 경쟁을 통한 제품발전과 소비자 만족을 끌어낼 수 있어서다. '경쟁이 곧 발전'이라는 명제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런 시각에서 르노삼성에게 던져진 '쫄지 마!' 메시지는 결코 그냥 흘려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새로운 경쟁의 시작을 의미하니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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