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자동차회사에 엔터테이너가 필요한 이유

입력 2013-10-20 15:15   수정 2013-10-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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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자동차 국내영업본부장에 취임한 박동훈 부사장이 취임 한 달 만인 10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언론과의 간단한 상견례 자리인 동시에 새 임무에 대한 계획과 도전을 밝히는 자리로 마련했다.  






 영업총괄인 박 부사장이 굳이 기자간담회를 열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산차업계로 자리를 옮긴 박 부사장의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누구보다 시장을 잘 알고, 언론을 잘 아는 고수인데다 '엔터테이너' 기질도 뛰어나서다.   

 이 날도 박 부사장은 어김없이 엔터테이너 기질을 발휘했다. 발언 중간중간에 농담을 곁들이는 건 물론 여유로운 태도로 회견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자신의 말에 실린 무게감을 잘 알고 있지만 조심하기보다 열린 마음의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간담회 말미에는 오히려 "못한 말이 있다"며 향후 계획을 알리는 적극성도 보였다.  

 간담회를 보면서 불쑥 여러 인물이 머리를 스쳤다. 그 동안 국산차업계에 박 부사장과 같은 엔터테이너 기질을 발휘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언론을 이용해 대중에게 친밀하게 다가간 인물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제한된 역할에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국산차의 기업문화가 이른바 스타플레이어의 출연을 가로막았던 건 아닐까. 실제 자동차업계에서 맏형격인 현대·기아자동차의 CEO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 만큼 대중과의 소통 단절이 컸던 셈이다. 

 반면 수입차업계는 조금 다르다. 규모가 작아서이기도 하지만 분야별 책임자라면 누구라도 언론에 나서기를 꺼리지 않는다. 오히려 맡은 분야의 중요성을 적극 알리며 진정성을 강조한다. 그래야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선 행사장에서 "한국 만세"를 외치기도 하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으로 신차를 소개하기도 한다. 경쟁업체의 잘못된 점을 '일갈'하며, 사회공헌활동에 직접 참여할 때도 많다. 호사가 사이에선 이들의 활동이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분명한 건 경영진이 엔터테이너로 변할수록 수입차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수입차시장 확대의 요인을 단순히 가격인하로만 볼 수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소비자를 향한 기업의 궁극적 태도는 '낮은 자세'다. 근사한 정장 차림으로 소비자를 위하겠다며 근엄하게 원고만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 진심이 전달됐다고 여기면 곤란하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면 표현을 잘 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소비자들도 마음을 연다. 연예인과 같은 퍼포먼스는 필요하지 않지만 지나친 체면도 때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번 박 부사장의 간담회를 보며 다시 한 번 절감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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