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가 사랑한 그곳, 깊고 그윽한 만추의 풍경

입력 2014-10-19 23:59   수정 2014-10-19 23:58


-경북 봉화 청량산






 가을이 절정이다. 산과 들을 물들인 가을단풍이 봄꽃보다 아름답다. 세상의 모든 산이 화려한 단풍으로 눈부시지만 이 곳의 가을은 더욱 깊고 그윽하다. 경북 봉화군 북곡리에 위치한 청량산 가을이다. 일찍이 퇴계 이황 선생은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흰 기러기뿐"이라 노래했을 정도로, 만산홍엽으로 물든 이 맘 때의 청량산은 더욱 깊고 그윽한 풍경을 자랑한다. 






 멀리서도 기이한 산봉우리가 눈길을 잡는 청량산(해발 870m)은 최고봉인 장인봉(의상봉)을 비롯해 선학봉, 자란봉, 축융봉 등 12개의 암봉이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다. 봉우리마다 대(臺)가 있으며 자락에는 8개의 굴과 4개 약수, 내청량사(유리보전)와 외청량사(응진전), 퇴계 선생의 서당인 오산당(청량정사) 등 다양한 명소가 자리하고 있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산행은 대부분 청량산휴게소 아래 입석에서 시작한다. 노송 우거진 등산로를 따라 오산당과 내청량사를 거쳐 주봉우리인 장인봉(의상봉) 정상에 오른다. 하산은 보살봉과 김생굴, 외청량사를 지나 다시 입석으로 내려오는 길이 일반적인 코스다. 이 때 장인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줄기를 감싸안은 청량산 줄기의 모습은 산행의 백미라고 할만하다. 정상 남쪽의 축융봉에서 보는 청량사 전경 또한 일품이다. 






 청량산 탐승로는 청량사를 중심점으로 하여 사방을 둘러싼 암봉 능선을 향해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암봉들을 모두 따라가는 종주길이 있고, 이 종주길로 이어지는 청량산-자소봉, 청량산-뒤실고개, 청량사-자란봉, 두들마을-장인봉(의상봉) 길이 청량산 산행길의 모두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등산객이 청량산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청량사다. 천년고찰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연화봉 기슭 한가운데 위치한 이 곳은 풍수지리학 상 길지(吉地) 중의 길지로 꼽힌다. 육육봉(12봉우리)이 연꽃잎처럼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고, 절이 앉은 자리는 바로 그 연꽃의 수술자리라고 한다.
 
 창건 당시  33개의 부속건물을 갖췄던 대사찰로, 봉우리마다 자리잡은 암자에서는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청량산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불교를 억압하는 주자학자들에 의해 절은 피폐하게 돼 현재는 청량사와 부속건물인 응진전만이 남아 있다.






 청량사 법당인 지방유형문화재 47호 유리보전에는 진귀한 보물 2개가 남아 있다. 공민왕의 친필로 쓴 현판 유리보전(琉璃寶殿)과 지불이다. 유리보전은 약사여래불을 모신 곳이라는 뜻이고, 지불은 종이로 만든 부처이나 지금은 금칠을 했다.






 청량사가 내청량이라면 응진전은 외청량이다. 663년에 세워진 응진전은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암자로 청량산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곳에 속한다. 입석에서 등산로를 따라 30분 정도 오르면 만난다. 뒤로는 거대한 금탑봉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아래로는 낭떠러지 절벽이 아찔하다. 이 절벽 아래로 붉게 타는 단풍은 가을 청량산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청량산은 퇴계뿐만 아니라 원효, 의상, 김생, 최치원 등이 수도했던 산으로, 지금도 그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남아 있다. 신라 때의 명필 김생이 서도를 닦았다는 김생굴이며, 최치원이 마시고 정신이 총명해졌다는 총명수와 감로수 등의 약수는 지금도 그 물맛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만종 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풍기 나들목- 5번 국도 - 영주 - 36번 국도 - 봉화 - 31번 국도 - 918번 또는 919번 지방도 - 청량산 입구에 이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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