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5사의 승용차 점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올해는 쌍용차를 제외한 모든 완성차 4사의 점유율이 일제히 내려가 지난해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4일 국내 완성차 5사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국내 시장에 판매된 승용차는 105만7,6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6만5,579대보다 약 8,000대 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업체별로 보면 기아차가 1만8,800대로 가장 많이 줄었고, 현대차는 7,500대, 르노삼성이 1,500대, 한국지엠은 2,970대 가량 각각 감소했다. 완성차 5사 중에선 쌍용차만 유일하게 3,300대 증가했다. 올해 1-10월 승용차 내수 판매(수입차 포함)가 전년 대비 8,000대 정도 줄었음을 감안할 때 평균 점유율 하락은 0.7%인 셈이다.
이 같은 기준에 맞춰 각사의 점유율을 살펴볼 때 먼저 현대차는 선방했다. 올 1-10월 승용차 점유율이 38.2%로 지난해 대비 0.4% 하락에 그쳤기 때문이다. 르노삼성도 0.1%, 한국지엠도 0.2%만 줄어 승용 시장을 지켜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기아차는 승용 점유율이 전년 대비 1.5% 추락했다. 전체 평균 하락율 0.7%의 두 배에 달하는 부진이다. 반면 쌍용차는 0.3% 올라 회복세가 뚜렷했고, 수입차는 무려 1.9%가 뛰어 완성차 4사가 잃어버린 점유율을 모두 차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 마디로 기아차를 포함한 국산차 점유율 하락이 고스란히 수입차로 넘어간 셈이다.
무엇보다 올해 점유율 변동이 주목되는 이유는 지난해와 양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승용차 점유율 변화에서 현대기아차가 크게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입차 점유율은 전년 대비 2.1% 늘었지만 현대기아차 점유율은 0.6%만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는 10월까지 2% 가량이 줄었다. 이와 관련, 자동차평론가 서정민 씨는 "지난해는 현대기아차가 수입차에 내준 점유율을 국산 경쟁사로부터 가져온 측면이 적지 않았다"며 "그러나 올해는 국산 경쟁사도 적극 공세에 나서면서 점유율 방어에 성공하거나 오히려 오르는 경우가 나타난 만큼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이 수입차 점유율 상승으로 보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가 점유율에 민감한 이유는 국내 승용차 시장이 포화여서 연간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격과 방어는 판매량이 아닌, 점유율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판매량이 줄어든 게 위기가 아니라 전체 수요 평균을 유지했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동양투자증권 안상준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판매량보다 점유율에 관심을 쏟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라며 "국산차와 수입차 구분 없는 승용차 대전이 일어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