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증기 기관(engine)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James watt)가 증기동력 방법으로 특허를 취득한 때가 1769년 1월5일이었다. 하지만 와트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사업화가 될 것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와트가 증기 기관 특허를 얻었다는 소식은 버밍엄에서 금속 공장을 운영하던 매튜 볼턴(Matthew Boulton)에게 전달됐다. 그리고 볼턴은 와트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던 존 로벅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그에게 빌려준 1,200파운드 대신 증기기관 특허의 소유권을 넘겨 받았다. 천재적 사업가에게 증기 기관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였던 셈이다.
와트가 증기기관 특허를 받을 무렵 프랑스 공병대의 니콜라스 조셉 퀴뇨는 증기기관을 수레에 탑재한 증기자동차를 고안했다. 퀴뇨의 증기차는 시속 5㎞의 속도를 낼 수 있었지만 방향전환이 쉽지 않고, 사고가 잦아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말(馬)의 역할을 대신해 대포를 견인했다는 점에서 증기기관은 다양한 국가로 퍼져 연구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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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증기기관은 가솔린 기관, 디젤 기관 등 연료의 특성과 점화 방식에 따른 효율이 추구되며 다양한 형태의 기관(engine)으로 발전했고, 프랑스, 독일, 미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애초 증기를 이용한 기관이 만들어진 영국은 오히려 반대였다. 마차를 제조하던 '코치빌더(Coach Builder)'들이 수요 감소를 우려해 자동차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마차를 이끌던 말은 외양간에 묶였고, 1890년대 거리는 엔진 굉음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엔진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은 기관을 말에 비유하며 쉽게 이해하려 했다. 엔진 출력 단위로 '마력(Horse power)'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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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엔진 시대가 됐음에도 여전히 이해는 쉽지 않았다. 그러자 자동차회사는 마차에 사용된 친숙한 단어를 자동차에 활용했다. 스테이션 왜건(Wagon), 코치(Coach), 카브리오(Cabrio) 등이 자동차에 그대로 이어졌다. 나라별로 발음과 철자만 다를 뿐 의미는 대동소이했다.
더불어 일부 자동차회사는 자동차와 말을 동일 선상에 두고 자동차의 상징물로 말(馬)을 삼기도 했다. 페라리의 전신인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는 '페라리 집단'을 의미하는데, '스쿠데리아'는 원래 외양간을 뜻한다. 또한 포르쉐의 말(馬)은 본거지인 슈투트가르트와 관련이 깊다. 슈투트가르트의 본래 지명은 '슈투텐가르텐(Stutengarten)'인데, '말이 뛰어 오는 곳'을 뜻한다. 이외 마차와 관련된 차명을 사용하는 것도 흔하다. 말 네 마리가 이끄는 꽃마차는 마차 시대에 '페이톤(Phaeton)'으로 칭했다. 현재 폭스바겐 페이톤 차명의 유래다. 1976년 현대차 독자 모델로 등장한 포니(Pony)는 '조랑말'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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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엔진이 말을 대체한 지 140년 정도가 흘렀다. 그 사이 초창기 말 2-3마리 힘을 발휘했던 엔진은 1,600㏄ 엔진만으로 건장한 준마 100마리보다 힘이 세졌고, 퀴뇨가 도달했던 최고 시속 5㎞는 최대 400㎞까지 육박했다. 제 아무리 말(馬)이 개량됐다 해도 엔진을 능가할 수는 없는 시대다.
하지만 최근 말(馬)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승마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전국 2만5,000여명에 불과했던 승마 인구는 2012년 4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과거와 달리 이동 수단은 아니지만 살아 있는 동물과의 교감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 같은 승마 인구는 2014년에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그런데 승마 인구가 많아지는 것은 자동차가 감성 기계로 진화하는 것과도 연관이 깊다. 이른바 '탈 것'과 감정을 나누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고, 말을 대신한 자동차가 이동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결국 자동차 감성 진화가 2014년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힘과 속도, 그리고 교감마저 이뤄지는 지금의 자동차를 제임스 와트가 본다면 뭐라고 할까? '다시 말이 되는 자동차'라 하지 않을까? 말의 해에, 말을 대신한 자동차를 떠올리며, 말과 자동차의 동시 발전을 기원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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