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기자] 1977년에 개봉한 우디앨런의 영화 ‘애니홀(AnyHall)’은 뉴욕에 사는 도시커플의 사랑과 이별을 위트 있고 현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당시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휩쓸며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다이안 키튼은 ‘애니홀’에서 세련되고 매니시한 스타일을 유감없이 선보여 단번에 ‘핫 걸’로 떠오르게 됐다.
그녀의 의상은 ‘애니룩’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신드롬을 몰고 왔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운동이 부흥할 시기인 1970년대 뉴욕 스타일을 영화 속에서 그대로 선보이고 있는 다이안 키튼은 오버사이즈 재킷과 볼드한 넥타이, 헐렁한 바지를 매치해 여성 인권의 성장을 간접적으로 대변하기도 했다.
또한 다이안 키튼은 깨끗하고 투명한 피부를 강조한 누드메이크업을 선보여 당시 유행했던 펑크메이크업과는 상반된 독보적인 뷰티룩을 만들어 냈다. 당대 트렌드세터로 불리며 유행을 이끌어 갔던 다이안 키튼의 누드메이크업은 2014 S/S 패션 컬렉션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다.
영화 ‘애니홀’에서 다이안 키튼은 감각적인 패션 스타일과 재치를 두루 갖춘 현대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가 극 속에서 입고 나온 옷은 모두 랄프 로렌 제품으로 미국 상류층 라이프 스타일과 모던감성을 잘 표현해준다.
화이트 셔츠에 그와 대비되는 블랙 베스트, 와이드한 팬츠를 매치한 그녀는 보이시한 매력으로 단번에 관객의 눈을 사로 잡았다. 큰 키와 늘씬한 몸매로 옷의 맵시를 더한 다이안은 당시 남성의 상징으로 여겼던 넥타이와 중절모를 귀엽게 소화함으로써 중성적 미를 더욱 효과적으로 어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매니시 스타일의 열풍은 활동성과 기능적인 면에서 신여성을 대표하는 스타일로 인식되면서 80년대까지 그 인기를 이어나갔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입지가 점차 넓어지면서 그저 예쁜 여자가 아닌 멋진 여자가 되고 싶은 여성들이 패션을 통해 그 열망을 분출하기도 했다.
매니시룩은 시대가 흘렀음에도 여전히 패셔니스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형태와 스타일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형되었을지 몰라도 그 특유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멋은 여전히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국내 대표 패셔니스타 공효진과 김민희는 최근 영화 시사회에서 깔끔하고 개성있는 매니시룩을 선보여 패션피플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개성 강한 톰보이룩으로 가장 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은 공효진은 블랙 스타디움 점퍼와 가죽바지, 니트 모자를 매치해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톤온톤 컬러매치로 트렌디함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같은 날 김민희는 여성스러운 그레이컬러의 폴라티와 누드톤의 바지를 선택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무채색의 오버사이즈 체크 코트로 포인트를 줘 전체적으로 세련된 보이시룩을 완성했다.
70년대 미국은 히피문화와 펑크문화가 주도했을 시기다. 이에 컬러풀한 아이섀도우와 눈꼬리를 강조한 스모키 메이크업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그에 반해 ‘애니홀’에 등장한 다이안 키튼은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내추럴 누드 메이크업을 선보여대중의 마음을 흔들었다. 영화 내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웃음과 다양한 표정으로 시선을 끈 다이안 키튼은 오렌지컬러의 누드 립스틱과 블러셔로 얼굴에 자연스런 생기를 더했다. 이와 동시에 블랙 아이라이너로 선명하지만 과하지 않은 내추럴한 눈매를 연출했다.
다이안 키튼은 잡티 없이 매끈하고 촉촉한 피부표현으로 웃을 때면 볼 주위로 은은한 광채가 엿보이기도 한다.
비비드한 컬러의 입술과 눈꼬리를 길게 뺀 눈매로 도도함을 강조하는 스모키 메이크업의 유행이 끝나고 피부에 자연스런 광택을 주되 색감은 최소화한 누드 메이크업의 시대가 찾아왔다.
이에 잘나가는 톱배우들은 너도나도 공식석상에서 누드 메이크업을 선보이고 있다. 본래의 얼굴색은 살리면서 피부에 광채를 더해 주는 것이 자칫 밋밋해 보이는 누드 메이크업을 한결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누드 메이크업은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전지현과 김하늘, 임수정, 김민희 등의 여자 연예인들이 유독 선호하는 메이크업이다. 이들 역시 도자기 같은 깨끗한 피부에 채도가 낮은 누드톤의 립을 선택해 꾸미지 않는 본연의 미를 발산하는데 주력한다.
아이 메이크업은 옅은 컬러의 섀도우를 사용하고 아이라이너 역시 눈에 선명함만 더 해준다는 생각으로 심플하게 그린다. 단 심심해 보이지 않게 아찔한 마스카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최근 누드메이크업의 트렌드다.
(사진출처: 영화 ‘애니홀’, ‘어바웃 타임’ 스틸 컷,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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