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요구에 거세지만 판매 미미
국산차 업계가 디젤차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소비자 요구가 그만큼 거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판매 차종에 디젤이 추가돼도 별 다른 반응이 없어 이른바 '디젤 딜레마'에 빠졌다.
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 디젤 선호는 수입차 시장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판매된 수입차는 총 15만6,497대로 이 중 9만7,185대가 디젤차로 나타났다. 10대 중 6대 이상은 디젤이 판매된 셈이다. 최다 판매 상위 10개 차종 중 디젤이 아닌 제품도 2종에 불과했을 만큼 디젤 돌풍이 불었다.
과거 디젤차는 소음이 크고, 흔들림이 심한 데다 환경오염 주범이라는 오명(?)이 따라 붙었다. 진동․소음의 경우 폭발력이 강한 디젤의 연소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고, 환경오염은 디젤 배출 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NOx)과 매연이 문제였다. 질소산화물은 연소과정에서 공기 중의 질소가 고온에서 산화돼 발생하며, 대표 공해 물질은 일산화질소(NO), 이산화질소(NO2) 등이다. 이 가스들은 기관지 질병과 산성비,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다.
하지만 최근 엔진 마운트 기술 향상과 흠차음재 적용으로 진동과 소음이 크게 개선됐다. 또한 배출가스 저감장치인 DPF(Diesel Particulate Filter)가 장착돼 매연도 대폭 감소했다. 이른바 단점이 차단된 것.
반대로 고효율은 부각됐다. 여기에 다양한 차종이 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권과 선호도 또한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RV 외에는 디젤에 소극적이던 국산차도 디젤 제품 도입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차종에 따라 디젤 선호도가 극명하게 나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야심차게 등장한 현대차 아반떼 디젤은 성적이 신통치 않다. 아반떼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인 데다 디젤 요구가 굉장히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기아차 K3 디젤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꽤 오랜 기간 디젤이 판매된 쉐보레 크루즈도 디젤 비중은 지난해 23.1%에 그쳤다.
쉐보레 트랙스는 디젤이 없어 판매가 부진한 차종 중 하나다. SUV라는 제품 특성상 디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배제됐던 것. 반대로 르노삼성차 QM3는 디젤 바람을 잘 흡수한 차로 평가된다. 1.5ℓ 디젤 엔진을 장착해 1,000대를 선행 판매했는데, 비교적 고가임에도 판매 3일 만에 '1차분 완판' 결과를 낳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디젤 딜레마'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을 빗대 표현한 것이다. 반대로 국산 디젤 도입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에서 성패를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단 몇 차종만으로 디젤 도입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
이유야 어찌됐든 국내 승용 디젤도 순차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우선 현대차는 올해 중에 그랜저 디젤을 내놓을 계획이다. 엔진은 싼타페 등에 장착된 2.2ℓ 디젤 엔진이다. 제네시스에는 3.0ℓ 디젤 엔진이 유력하다. 쏘나타의 경우 2.0ℓ 디젤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 계획에 따라 기아차 역시 비슷한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쉐보레는 중형 세단 말리부에 디젤을 추가한다. 정부 권고로 유로6 배출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해 출시 시기가 지난해에서 올해로 밀렸다. 시기는 5월에 열리는 부산모터쇼 이전이 될 전망이다. 트랙스 역시 디젤 투입이 검토되고 있다. 고효율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를 수용한 것. 다만 올해는 아직 판매 계획이 없다. 르노삼성차는 SM5 디젤을 선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고효율이 디젤의 장점이지만 실제 판매를 시작한 국산 디젤차의 파괴력이 그렇게 대단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며 "이를 두고 '디젤 딜레마'라는 용어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소수 차종으로 전체 시장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며 "앞으로 추가되는 국산 디젤의 판매 추이를 살펴봐야 디젤에 대한 정확한 소비자 인식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국산 디젤 효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아반떼 디젤의 경우 ℓ당 16㎞ 수준(복합 기준)으로 동급 수입차(골프 1.6ℓ TDI 복합 기준 ℓ당 18.9㎞)보다 낮다. 따라서 국산 디젤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제품 추가 외에 수입차에 버금가는 고효율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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