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자동차산업 발전하려면 숲을 지켜야"

입력 2014-01-27 10:21  


 -양승균 전 광주지역산림조합장

 양승균 전 광주지역산림조합장(사진)은 이른바 '산림지킴이'로 통한다. 그런 그가 자동차와 어떤 인연이 있을까? 이유는 단 하나,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자동차가 증가할수록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을 늘려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그가 몸담았던 경기도 광주시는 산지가 67%로 산림이 수려하다. 때문에 과거 왕릉이 자리 잡았을 정도로 숲이 우거진 곳이다. 수도권이면서도 청정 자연을 지키는 몇 안 되는 고장에서 '산림지킴이'를 자처하며 수 십 년간 숲을 가꿔온 인물이 바로 양 전 조합장이다. 광주, 성남, 하남 지역 산림조합장을 12년간 맡으며 얻은 철학은 '산업 숲 조화론'이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반드시 숲이 먼저 보호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 산림청에 따르면 축구장 넓이의 소나무 숲은 중형차 3대의 온실가스를 흡수한다. 또한 30년생 소나무 10그루는 400㎞ 주행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를 먹어 치운다. 승용차 1대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없애려면 어린 소나무 17그루를 심어야 한다. 역으로 보면 승용차 사용 빈도를 10% 줄이면 매년 소나무 1.7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라는 얘기다.

 그래서 숲은 산업의 원동력이자 지속 가능성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탄소 흡수 능력이 활발한 어린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꾼 뒤 여기서 얻어진 목재로 산업을 다시 일구는 게 이른바 그의 '산업 숲 조화론'이다. 그런 그가 최근 산림조합장을 그만두고 평범한 산림지킴이로 변신했다. 왜 그랬을까? "지난해 12월 사표를 냈어요. 젊은 친구들에게 일할 자리를 넘겨줄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역설적이지만 숲을 지키려면 숲에 얽매여선 안 된다는 걸 알았어요.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더군요."

 그는 이어 나긋하게 숲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산은, 그리고 숲은 허파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를 정화하고 산소를 공급하죠. 그런데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숲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숲을 가꾸는 것만으로는 공장과 자동차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환경이라는 큰 그림에서 봤을 때 산림을 가꾸는 것만큼 교통문제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른바 자동차 사용을 줄이는 게 숲을 보호하는 것임을 깨달은 셈이다. 그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답을 들었다.

 -광주지역의 교통 현황은 어떤가.
 "수도권에서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광주시지만 승용차 이용률이 높은 편입니다. 가구당 승용차 보급대수가 0.326대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은 지역이에요. 수도권 및 인근 공장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고, 대중교통이 아직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한 이유겠죠. 향후 대기오염 문제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해결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카셰어링에 주목했습니다.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광주시는 인구밀도가 낮고 산지가 많아 경전철을 건설하거나 버스 노선을 대규모로 늘리는 건 효율적이지 않아요. 대신 특정 지역별로 사람들이 모여살고, 이동 루트가 일정해 카셰어링에 유리하죠. 그렇게 자동차 사용 빈도를 줄이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거점별로 차를 준비해두면 출퇴근 시 카풀처럼 활용하고, 지역 내에서는 쇼핑이나 주요 지역 별 이동에 사용하는 것이죠. 거주지를 중심으로 이동하니 반납도 번거롭지 않고요. 카셰어링의 원류를 살펴보면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차를 '나눠 타자'는 데서 출발한 것 아니겠습니까? 대도시에서 교통체증 완화를 위해 카셰어링 제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중소도시에서도 승용차 이용 현황이나 주차 공간 확보 및 차 운영 등을 고려해보면 카셰어링을 운영하는 데 장점이 많습니다"

 -환경보전도 좋지만, 개발도 피할 수는 없을텐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환경문제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개발을 막무가내로 반대한다거나 방치만 해선 보호가 아니죠.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거나 지역 주민에게 불편함을 주는 일도 지양해야 하구요. 한편으론 연간 120조원에 이르는 산림의 경제 효과도 잘 활용해야겠죠. 건강하게 숲을 가꾸며 경제도 키워 나가는 방안을 고민해왔습니다"

 -자동차와 관련해선 어떤 방안이 있을까.
 "최근 아웃도어 열풍이 한 때의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인 추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오토캠핑이 환경보호와 지역사회 발전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현재 전국에 무분별하게 오토캠핑장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숲을 지키고 건강한 레저 문화를 즐기려면 지금의 방식은 개선돼야 합니다"

 -오토캠핑장 개발을 위한 청사진이 있는지.
 "광주지역을 예로 들면, 상수도 보호권역에도 체육진흥시설 설치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지자체 의지만 있다면 무분별한 개발을 막으면서 오토캠핑족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죠. 삼림욕장이나 휴양림과 연계해 체계적인 산림보호 및 개발도 가능하고요. 광주는 수도권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지리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향후 계획을 말하자면.
 "돌이켜보니 수십 년 동안 서울시 면적만큼의 숲을 조성했더군요. 환경보호와 개발 사이의 현실에 직면하는 많은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고민해왔습니다. 평생 숲만 보고 살아왔는데, 숲에만 매달려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인장지덕 목장지폐(人長之德 木長之弊)'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큰 인물은 주변에 덕을 베풀고, 큰 나무는 주변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뜻이지요. 큰 나무를 숲으로 차용해도 뜻은 통합니다. 지켜야할 대상이지만 방치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거죠. 숲을 잘 가꾸기 위해, 또 숲이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방안을 고민하다보니 차와 교통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인터뷰를 마치고, 주차장을 내려와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숲을 위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고민해봤다. 자동차 이용 빈도를 줄이지 못하면 친환경 운전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이용해 오갔지만 갈 때와 올 때의 운전 태도가 전혀 달라졌던 배경이다. 스스로 또 한 명의 산림지킴이가 된 것처럼 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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