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BMW 전기차 i3의 대박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11월6일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1만1,000대가 계약됐다. 덕분에 i3를 생산하는 독일 내 라이프찌히 공장은 바삐 돌아가고, 현지 근로자의 일자리도 창출되는 중이다. 될 것 같지 않았던 순수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게 아니라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이에 앞서 닛산은 전기차 리프의 5년 판매량이 9만대에 달하고, 폭스바겐도 골프 EV 판매를 준비 중이다.
전기차가 자동차산업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1900년대 초반이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며 전기 사용이 활성화되자 전기차도 등장했다. 이어 테슬라가 교류전기를 내세우면서 전기 에너지 시대는 본격 전개됐다. 하지만 전기차는 등장과 동시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유는 충전 인프라 구축 속도였다. 전기차의 등장으로 수송 연료 시장의 위기감을 느낀 정유사가 전선이 도달하지 못한 시골 곳곳에 주유소를 세워 일찌감치 석유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선이 미국 전역을 그물망처럼 엮어내는 속도가 주유소 확장보다 훨씬 더뎠다는 점이다. 게다가 주유는 길어야 5분이지만 충전에는 장 시간이 필요하니 전기차의 퇴출은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의 전기차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전국 방방곳곳에 주유소가 있는 것처럼 전선이 도달하지 않는 곳이 없다. 전기차로 보면 가정 곳곳이 충전소인 셈이다. 이외 공공 충전소는 급속히 확산되는 중이다. 아직 충전 방식 표준 선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20-30분이면 충분한 '급속'의 확대에는 이견이 없다. 또한 전력 활용에 대해선 배터리 저장장치(ESS)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 사용이 적은 시간에 별도 에너지 저장장치에 전기를 비축한 뒤 전력이 부족한 피크 타임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아직은 비용 대비 효율이 낮지만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전기 생성도 활발하다.
사실 전기차에 주목하는 이유는 전기를 얻을 수 있는 에너지원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외에 태양력, 풍력, 조력, 파력 등을 통해 전기를 얻는 방법은 이미 활성화됐다. 문제는 1kw를 만들어 낼 때 들어가는 비용 면에서 화석연료보다 원자력이 낮다는 것이지만 원자력의 경우 폐기비용까지 고려하면 그리 값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에너지를 얻어내는 다양한 경로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수소연료전지 전기차도 주목받는다. 전기를 얻어낼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주목해서다. 현대기아차가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에 나선 것도 결국 수소가 미래 에너지 대안으로 여겨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토요타 또한 최근 수소연료전지 컨셉트를 선보이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BMW는 이미 상온에서 수소 보관이 가능한 촉매를 개발했고, 더 많은 수소를 담기 위한 효율 높이기에 매진 중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로 가는 과정이다. 앞서 100년 전처럼 수소연료전지로 가려면 별도의 수소 충전소가 필요하고, 그렇게 되려면 또 다시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장은 그물처럼 이어진 전선 인프라를 활용하는 게 대안인 셈이다. 토요타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매진하고, 유럽 메이커들이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xtended Range EV)를 내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전기차의 보급은 에너지 외에 자동차회사의 미래 측면에서 중요한 잣대가 아닐 수 없다. 미래를 대비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내 전기차 보급은 여러 제약의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그 중 하나가 유류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전기차가 보급될수록 유류 사용량이 줄어 세수도 감소하는 점을 우려한다. 정부가 해마다 전기차 보급 예산을 줄인 것도 단기간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걸림돌로 여겨지는 제품 가격 인하는 기업이 이뤄내야 할 성과지만 보급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자동차산업의 발목을 잡는 게 정부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래서 이제는 명확한 판단이 필요할 때다. 보급을 위한 충전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거나 아니면 기업이 자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보조를 확대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가 시기상조라는 시각은 맞지 않다. 소비자에게 전기차는 친환경 외에 경제성이 우선되고 있어서다. 경제적 장점을 부여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글로벌 전기차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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