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제 인턴기자] 우려와 함께 시작했던 ‘1박2일’ 시즌3가 연이은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즌3 개편 이후 매주 방송마다 화제거리를 만들어내며 관심을 얻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올라섰다. 시즌2 당시만 하더라도 항상 꼴찌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폐지설까지 돌았던 ‘1박2일’은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을까?
■ 6년 전 몰카 주인공 유호진 PD, 독 품고 돌아왔다
2008년 강호동과 나영석 PD를 필두로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던 ‘1박2일’에 새롭게 합류한 유호진 PD는 몰래카메라 신고식에 호되게 당한 뒤 ‘신입 PD’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후 ‘승승장구’ ‘남자의 자격’ ‘인간의 조건’ ‘우리 동네 예체능’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은 유호진 PD는 ‘1박2일’ 시즌3의 수장으로 돌아왔다. 어리벙벙하고 멍한 표정의 신입 PD가 아닌, 독한 표정으로 멤버들을 다그치는 모습으로 말이다.
앞서 ‘1박2일’ 시즌2는 강호동이라는 메인MC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즌1의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선택을 했다. 또한 복불복과 여러 게임에서 출연진과 제작진이 쉽게 합의를 이루며 다소 편하게 지냈고 이는 개성 없고 밋밋하다는 평으로 이어졌다.
이를 파악한 유호진 PD는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프로그램을 독하게 만들었다. 앞 시즌과는 다르게 멤버들을 몰아세우며 절대 봐주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멤버들은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시키고 있다.

특히 벌칙에서 유 PD의 독함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퀴즈와 입수 그리고 까나리액젓을 반복했던 시즌2와는 다르게 시즌3에선 매번 새로운 벌칙이 등장한다. 얼음물로 등목을 하기도 하고, 애지중지 기르던 수염을 면도하기도 하고, 바닥에 누워 온몸에 눈을 맞기도 한다.
또한 ‘감동’이라는 코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1박2일’ 시즌3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설 연휴 기간에 방송된 ‘서울 시간 여행 편’ 당시 유호진 PD는 같은 곳을 배경으로 찍은 멤버들과 멤버들 부모님의 젊은 시절 사진을 교차로 보여주며 멤버들의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단순한 사진 찍기 미션으로만 알고 있었던 시즌3 멤버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고 이런 감동은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서울 시간 여행 편’은 방송 이후 뜨거운 반향을 낳았고 시즌3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유호진 PD는 ‘1박2일’ 시즌3를 초심으로 돌리면서 시즌1의 재미를 따라잡기 시작했으며, 감성적인 연출 역시 놓치지 않으며 시청자들의 연이은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좀 더 강해진 복불복, 게임 가이드북, 모닝 엔젤, 슬기 작가의 적절한 활용 등 ‘1박2일’ 시즌3만의 컬러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즉, 이와 같은 유호진 PD의 독함과 노력이 ‘1박2일’ 상승세의 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멤버 6인, 알고 보니 모두 보석이었다
‘1박2일’은 시즌2를 마치고 폐지냐 새로운 시즌이냐의 갈림길에 놓였었다. 또한 새로운 시즌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뒤엔 멤버 전원 교체냐 일부 교체냐의 문제가 남아있었다. 이런 진통을 겪은 뒤 선택된 최종 멤버는 차태현, 김종민, 김주혁, 김준호, 데프콘, 정준영이었다.
이 라인업을 공개한 뒤 물음표에 가까운 의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눈에 띄는 메인MC 없이 어떤 모습이 보일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 6명의 캐릭터들은 자신들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며 환상의 호흡을 보이고 있다.

우선 ‘1박2일’ 시즌2부터 함께 해 온 차태현은 전체적인 균형을 잡는 역을 하고 있다. 과거 예능에서 보여줬던 익살스러운 장난꾸러기 색깔은 많이 연해졌지만 다른 멤버들을 잡아주면서 큰 흐름을 이어가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김종민은 출연자 중 ‘1박2일’을 가장 오래했고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는 것만큼이나 아는 것을 모르는 척 하는 것도 능력이다. 즉, 김종민의 바보 캐릭터는 ‘1박2일’ 시즌3 멤버 구성에 빼놓아서는 안 될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김준호는 시즌3 방송을 통해 자신이 왜 개그맨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김준호 웃음을 뽑아내는 능력이 있고 또한 그러기 위해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게다가 까불대는 모습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살려서 자신의 캐릭터로 만드는 모습 역시 훌륭하다.
‘무한도전’을 통해 예능을 배운 데프콘은 정준하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살짝 과한 듯 한 리액션과 먹방 그리고 각종 힘 쓰는 미션 등에서 데프콘은 자신의 영역을 확실하게 잡아놓았다. 가끔 치고 빠지는 흐름을 파악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프콘이 확실한 웃음을 책임질 수 있는 캐릭터라는 것은 분명하다.

예능에 첫 출연하는 김주혁은 그동안 브라운관에서 보이지 않았던 허당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유발시키고 있다. 맏형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동생들에게 속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고 있다. 권위적인 형님 모습이 아닌 친근한 형으로 다가가는 김주혁은 존재감 없던 초반에 비해 눈에 띄게 성장하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막내 정준영은 4차원적인 생각과 거침없는 말투로 인해 신선한 웃음을 주고 있다. 그저 형들에게 순순히 따르는 동생이 아닌, 모든 형들에게 장난치고 괴롭히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뽐내는 독특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 ‘슈퍼스타K’ 오디션 당시 보였던 자유로운 락커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면서 얄밉지만 싫어할 수 없는 캐릭터로 점차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1박2일’ 시즌3 6명의 멤버들은 자신들의 캐릭터를 일찌감치 구축하며 쉴 새 없이 웃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시즌3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할 당시에 쏟아졌던 걱정들은 기우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재치와 속도를 앞세운 LTE와 느린 속도를 의미하는 3G로 나뉘어 경쟁구도를 구성했다. 시즌1 올드보이-영보이 대결을 떠오르게 하는 시즌3의 LTE와 3G 경쟁구도는 점차적으로 안정 구도를 잡아가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1박2일’ 시즌3는 참신한 캐릭터의 성공과 새로운 조합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상승세 흐름을 타고 있다.
물론 ‘1박2일’ 시즌3가 완전히 예전의 영광을 되찾았다고 할 수는 없다. 아직 SBS ‘런닝맨’ MBC ‘진짜사나이’와의 차이는 2.4%에 불과하다. 언제 1위가 뒤바뀌고 언제 꼴찌로 내려앉을지 모르는 것이 최근 일요 예능의 분위기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보았을 때 ‘1박2일’ 시즌3의 분위기는 확실하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멤버들은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구축했으며 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의 방향도 찾았다.
제작진 역시 답습 대신 변화를 선택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렇게 ‘1박2일’ 시즌3는 초반의 적응기를 무사히 넘긴 뒤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준비하고 있다. 자신들만의 색깔을 만들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은 지금이 ‘1박2일’ 제2의 전성기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사진출처: KBS ‘1박2일’ 공식홈페이지 및 방송 장면 캡처)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관련뉴스